고개를 들여다보면 새까만 하늘, 고개를 내려다보면 아파트 불빛과 가로등 불빛, 그리고 활발히 영업되고 있는 가게들의 불빛. 밝고 맑게 웃으며 스스로 빛을 내는 사람들까지. 저 높은 하늘보다 내가 내려다 보고 있는 땅이 훨씬 밝다.
“나도 저 아래로 뛰어내린다면...”
나도 나 혼자서 빛을 낼 수 있을까.

“뛰어내리려는 거야?“
뒤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뒤를 돌아보니 보이는 건 출입문에 기대 나를 쳐다보고 있는 한 남성이였다.
”미안하지만, 너 수명은 아직 한참 남아서 말이야.“
어딘가 곤란한듯 나에게 말을 이어갔다. 이 사람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여기서 죽으면 내 수명은 그냥 끝이 아닌가.
“수명이요?”
“허...이 상황에 그딴 걸 신경 쓸 필요가 있나요?”
죽기 바쁜 나한테 수명이란게 있다니. 죽고 싶은 사람은 맘대로 죽지도 못하는 것일까.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려는 것 뿐인데.
“그딴 거..라니 말이 심하네.”
”일단 거기서 내려오고 얘기를 해보자.“
내 몸이 둥실둥실 뜨며 난간 위에서 조신하게 내려와졌다. 이게 무슨 일인지 한참동안을 머리를 굴리며 고민해보았다. 이 미친 세상에서 나마저 미쳐버린 것인지. 아니면 내가 미친 것을 보고 있는 것인지.
”놀랄 거 없고, 김태형이야.“
”거기에 저승사자이고.“
”미쳐버린 세상에서 널 구원하러 왔어.”
나는 정말 미친 것을 보고 있는 듯 하다.

[리메이크] 그냥 죽여주세요 저승사자 아저씨 1화
그 사건이 있었던 다음 날, 오늘도 나 스스로 지옥에 걸어 들어간다. 내 편이 한 명도 없는, 나를 괴롭히는 학교로.
“어머, 우리 여주!”
“주말 잘 지냈어? 우린 너 없어서 재미없었는데~?”
이다현은 나의 이마를 툭툭 밀며 벽으로 몰았다. 말은 좋은 말만 하지만 행동은 말과 다르게 잔뜩 화가 나있었다.
“내가 분명 토요일에 술사들고 오라고 했지.”
“너 때문에 우리 놀지도 못하고. 이게 뭐야.“
”맞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내가 죽고 싶은 많은 이유 중 하나. 바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괴롭힘이다. 가끔 정도가 심해지면 몰래 다가와 도와주는 애도 있지만 거기서 끝이다. 나를 위해서 신고를 해주는 애도, 증거를 만드는 애도 전부 없었다. 그저 자신의 양심만 챙기는 것뿐이다.
“내가 특별히 들고 온 게 있거든.”
“한 번 볼래?”
드르륵—
타이밍이 좋았다. 아침 조례를 하러 선생님이 들어와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갈지.
“다 자리에 앉고, 오늘은 전학생이 있다.“
”괴롭히고 이런 거 없이 잘 지내고, 이제 들어와도 돼.”

“김태형이라고 해. 개인사정으로 전학왔어.”
김태형...?
익숙한 이름에 고개를 떨구고 있던 나는 흠칫하며 들어올려보았다. 분명 어제 봤던 그 사람이다. 이 지옥에서 벗어나려 했던 나를 다시 끌고 오게한 사람. 아니, 저승사자라 했으니 저승사자려나?
“어머, 태형아! 어디서 왔어?”
잘생긴 외모와 헌칠한 키. 이 두 개는 인기를 불러오기에 딱 좋은 조합이였다. 나를 괴롭히던 이다현은 나를 내팽겨치고는 바로 김태형에게 갔다.
“좀 아래쪽에서 왔어.”
김태형은 대답을 하곤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선 눈이 둥그래지며 오랜만에 본 듯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진짜 오랜만이다, 여주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