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시각, 윤기는 병원 당직실 한켠에서 석진을 기다리며 석진의 일이 끝나면 뭘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싱글벙글 전엔 없던 미소를 띄우고.
그리고 그런 윤기의 위치를 모른 체 무작정 윤기의 집에 들이닥친 지민은 윤기가 집 안에 없다는 걸 알고 분에 못이겨 방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는 윤기를 찾으려 다시 밖으로 나갔다.
지민은 시내쪽으로 걸으며 집에 없다면 석진과 함께 있을거라 생각하고는 전에 집에서 윤기 얘기가 오가다 우연히 들었던 석진의 병원으로 향했다.

"윤기야, 가자."
"쌤 우리 영화봐요!"
티 없이 행복한듯 개구지게 웃으며 제 손을 잡고 영화를 보자 얘기하는 윤기의 모습이 이제야 18, 또래 아이들 같아보여 윤기를 마주보던 석진이 따라서 웃음꽃을 피웠다.
석진은 대답하듯 가운을 벗고 겉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러자, 윤기도 얼른 일어서서 나갈 준비를 하고 석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둘이 기분좋게 병원 밖으로 나오는데, 저 멀리 병원으로 오는 지민을 발견했다.

"찾았다, 크크."
"박지민?"
윤기가 막을 새도 없이 지민이 미친사람 처럼 달려와 윤기의 멱살을 휘어잡아 바닥에 꽂아 얼굴을 바닥에 문댔다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아픔에 윤기가 있는힘껏 지민을 뿌리치려 했지만,
지금 지민은 분노로 미쳐있는 상태였고, 윤기는 흥분한 지민의 힘을 이길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발버둥대다 지쳐 잠잠해진 윤기를 보고 지민이 침을 내뱉으며 얘기했다.

"그러게, 개새끼면 기어오르지 말았어야지 윤기야."
"너 진짜 생각보다 더 불쌍하구나."
석진이 지민에게 주먹을 날려 넘어져 윤기에게서 떨어지게 하고 바닥에 엎어져 있는 윤기를 일으켰다 일어 선 윤기가 몸을 벌벌 떨며 석진에게 안겼다.
멱살이 잡힐때 보았던 지민의 눈이 누구하나 죽일듯이 살기를 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석진이 윤기를 살짝 품에서 떼어놓고 상처를 살폈다 그새 얼굴에 흉하게 생채기가 생기고 피부가 터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윤기야 들어가자, 치료해야겠다."
"네, 쌤.."
석진이 윤기를 부축해 병원 안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몸을 트는데 지민의 살기어린 눈동자가 신경쓰여 살짝 돌아보자, 지민이 바지 주머니 속에서 커터칼을 빼드는게 보였다.
위험을 감지한 윤기가 반사적으로 석진을 밀어냈다. 그리고,순식간에 지민이 커터칼을 꺼내 최대한 길게 날을 빼며 윤기에게 달려들었고 그대로 커터칼의 칼 날이 윤기의 복부를 관통했다.
석진이 놀랄틈도 없이 쓰러지는 윤기를 받아 부축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상황을 보는 지민은 크게 웃으며 의기양양하게 얘기했다.

"윤기야!!..윤기야!!..정신 잃으면 안돼!!"
"개새끼가 기어오르면, 이렇게 되는거야."
왜 항상 나한테만 이러는거야, 이제야..이제야 겨우 웃을 수 있게됐는데 어째서...
윤기가 그대로 정신을 잃었고 석진이 윤기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급하게 병원으로 들어갔다 응급실 안 쪽에서 진료를 보던 남준이 피투성이인 석진과 복부에 피가 흥건한 윤기에 놀라 달려왔다.

"형 이게 대체 무슨일이에요!"
"남준아 나중에, 여기 배드하나랑 수혈팩 좀 준비해주세요!!"
석진이 윤기를 배드에 눕히고 수혈팩을 연결한 뒤 남준과 수술실로 급하게 올라갔다 안에서 막 수술을 마치고 나오던 외과의 선배가 석진이 오는 걸 보고 다가왔다.
"무슨일이야, 환자 상태는?"
"칼부림이요, 복벽 손상이 의심되요 선배 부탁해요."
윤기의 상태를 살핀 선배가 수술방에 내시경 준비를 부탁하고 다시 배드에 누워있는 윤기와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수술대에 윤기를 눕힌 석진이 선배에게 얘기했다.

"부탁해요, 선배."
"걱정 마, 남준아 나 좀 도와라."
"예 선배."
석진이 수술방을 나와 수술실 앞 의자에 앉았다. 석진의 손과 옷에 굳은 핏자국이 지금 이 상황이 현실임을 알려줌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왜그랬어..윤기야....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