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윤기의 휴대폰 주소록에 번호가 하나 생겼다.바로 석진쌤의 번호, 연락 할 사람이 있다는 것에 윤기는 그저 기뻤다.
혼자가 아니라는 거니까.
교실 앞에 도착해서 심호흡을 한번 하고 안으로 들어가려 문을 열자, 위에서 걸레물이 떨어졌다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나 원래 이런 인간이었지.
이젠 지겨워질 거 같은 이 상황 그리고 이 상황 속에서 웃고있는 단 한 사람 주동자 최인호.넌 늘 뭐가 그렇게 재밌어서 남을 괴롭히고 다니는 걸까.
익숙하게 자리로 가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젖은 교복을 아무렇게나 체육복이 담겨있던 쇼핑백에 구겨넣어 아래에 내려놓았다.
"야 박지민, 니넨 형젠데도 어떻게 이렇게 다르냐"
"....누가 그 덜 떨어진 놈이랑 형제래."
박지민 민윤기.
우린 형제지만 형제가 아닌 한 배를 빌려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었다 박지민의 아버지는 박우한 국회의원, 나의 아버지는 박지민네 비서였던 민현수씨.
박지민은 날 걸레보다 더 한 쓰레기로 취급했다. 비서라는 천한 놈의 아들따위가 제 형제가 되는 건 싫다며 나를 남보다도 못 한 사람으로 대했다.
어머니는 기대 할 것도 없었다.
돈과 명성을 잃는게 싫어 제 인생에 흠집이 날 까 나를 버리고 자기 시녀의 호적에 몰래 나를 올렸으니 처음부터 기대를 버렸다.

"..나도 너 같은 쓰레기랑 형제 할 생각없어."
"그게 아니지, 쓰레기는 너 지 민윤기."
우리 윤기는 개새끼 처럼 감사합니다 하고 엎드려 기어야지 안그래? 천한 핏줄 주제에 어딜 기어 오르려고 그래 윤기야.
퍽- 파악- 퍽-

"으윽..!..아윽!...흐.."
박지민의 발기질과 주먹질에 소리도 내지 못 하고
그대로 맞고만 있었다 도망 갈 길은 다 차단된지 오래였다.
그만...그만해..너무아파....
*
*
*
*
정신없이 진료를 보고 수술 서포트를 3개나 서고서야 자리에 앉은 석진이 조용한 제 휴대폰을 바라봤다 윤기가 건강하게 퇴원한지도 벌써 이틀째였다.
그리고 석진의 휴대폰 주소록에도 윤기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었다 윤기의 번호를 보고있으니 제 번호를 받아들고 환하게 웃던 윤기가 기억났다.
그렇게 환하게 웃을 줄 아는 아이가 메말라 죽음 앞에서야 웃고 있었다는 것이 석진은 계속 마음이 아팠다 녀석, 학교 생활 잘 하고 있겠지.
으으-
석진이 기지개를 한번 펴고 차트를열어 타이핑을 시작했다 여전히 봐야하는 환자와 내야 할 보고서는 많았으니 안 할 수도 없었고 있다가 남준의 대타를 서주기로 해서 더 급하기도 했다.
한 반 정도 타이핑을 끝냈을까 석진의 전화가 울려댔다 타이핑을 멈추고 전화를 들어 수신자를 확인하자 마자 망설임 없이 통화를 눌렀다.
[우리 윤기]
윤기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번호를 교환하면서 윤기가 저장했던 저장명이었다.
석진이 통화를 눌러 귀에 가져다대자 소란스런 소리가 수화기 넘어로 들려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윤기 담임입니다, 번호가 이거 하나밖에 없어서 연락드렸어요 윤기 보호자 되시나요?"
윤기 주소록에 있는 번호가 자신의 번호뿐이라는 소리에 놀란 것도 잠시 윤기의 보호자가 맞냐는 확인의 목소리에 석진이 대답했다.

"아 네, 윤기 보호자 맞습니다 무슨일이시죠?"
"그게, 윤기가 폭행을 당해서..지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윤기가 폭행을 당했다니 학교생활 잘 할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게 잘못이었을까, 정신없이 전화를 끊고 겉 옷을 챙겨 방을 나섰다.
이미 보고서는 뒷전이었다.
아직 대타 시간까진 시간이 좀 남았으니 괜찮았다.
미친듯이 달려 주차장으로 가 차에 올라탔다 대체 이게 다 무슨일인지
제발 무사해야 해, 윤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