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렇게

괜찮을거야.

깜깜한, 아주 깜깜한 공간에 혼자 서있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않고 멍하니 아래만 쳐다봤다 박지민의 커터칼에 찔렸던 거 말곤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여기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는데,
나는 왜 아직도 이 어둠속에 혼자 서 있는 것일까
다 부질없어지고 온 몸에 힘이 쫙 빠져버렸다.

- 왜 발버둥 치지 않는거야.

"그래봤자, 결과는 똑같다는 걸 아니까."

그래 이미 발버둥은 칠 만큼 쳤어, 살려달라고 애원도 해봤어 근데 더 못하겠어 이젠 더 버틸힘이 없어 발버둥칠 기운도 없어 그냥 이대로 잠들고 싶어.

그대로 살포시 몸을 눕혔다 배경은 까만 어둠인데도 바닥은 꽤나 포근했다 이대로 그냥 조용히 잠드는거야, 지금이라도 그냥..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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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윤기야!!!!"

눈을 감으려는 그 찰나였다 어디선가 석진쌤의 목소리가 들려와 눈을 떴다 처음으로 나한테 살아달라 말해줬던 사람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아주 간절하게 나를 부르자 저절로 눈물이 흘러 바닥에 흩어졌다.

어느새 삶의 미련이었던 쌤이 진짜 내가 살아야 할 이유로 자리잡았나보다 반사적으로 그 자리에서 일어나 애타게 어둠을 해메며 나가는 길을 찾았다.

살고싶어져서, 간절하게 나를 찾아주는 그 목소리를 잡고싶어서 그래서 조금 더 살고싶어져서 애타게 어둠속을 헤맸다.

- 부디, 그렇게 살아줘.

"응 살게, 살아볼게."

목소리를 끝으로 빛줄기가 터져나와 나를 감쌌다. 너무 눈이부셔 눈을 꽉 감았다 떴을땐, 하얀 천장과 풍겨오는 소독약냄새 그리고 울고있는 석진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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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야, 괜찮아?!!"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여주고 손을 들어 석진쌤 눈에 맺힌 눈물은 닦아주었다, 눈물마저도 석진쌤은 따뜻했다 산소호흡기를 차고있고 깨어난지 얼마안돼 말은 못 했지만 석진쌤에게 많이 고마웠다.

다음날 호흡기를 떼고 석진쌤이 얘기해주길, 내 심장이 멈춰서 죽을까봐 불안해서 내 손을 꽉 잡고 내 이름을 불렀다고 한다 그 어둠속에서 들렸던 쌤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그대로 내가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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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쌤."

"응? 뭐가?

석진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저 웃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답했다 쌤이 싱겁다며 링거를 조절해주셨다.

그때, 병실문이 열리며 사모님이 다급하게 다가와 팔짱을 끼고 크게 다치지 않은건지 살피듯 내 상태를 관찰했다.

"뭐, 괜찮은거 같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화를 내려는 석진쌤을 말리고 사모님을 쳐다보자, 다짜고짜 내게 억지로 펜을 쥐어주며 탁자에 A4 용지를 올려놓았다.

무슨 시츄레이션인지 참, 내 고개를 A4 용지 쪽으로 쳐 박으며 하는 말이 참 과관이다.

"거기다, 우리 지민이 처벌 원하지 않겠다고 각서 써."

"....아 그랬죠, 전 사모님 아들 아니었죠"

손을 놀려 종이에 한자한자 꾹꾹눌러 적었다. 말리려던 석진쌤을 제지한 사모님의 눈이 안도감으로 빛나고있었다 무엇을 기대한걸까 나는.

펜을 내려놓자, 순식간에 종이를 낚아 챈 사모님이 내용을 읽더니 부들부들 떨며 갈기갈기 찢어 쓰레기 통에 버리고는 내 뺨을 내리쳤다.

"민윤기 네가 감히 날 가지고 놀아?!"

"나가세요!!!, 당신 제정신이야?!"

그에 더는 참지못한 석진쌤이 화를내며 사모님을 병실에서 내 쫒았다 석진쌤의 힘에 못이껴 쫒겨나면서도 사모님은 끝까지 내게 박지민을 경찰서에 넘기지 말라고 협박을 잊지 않으셨다.

나도 똑같이 아들인데 평범한 사람 아들이라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천대 할 수가 있을까, 나도 같은 아들인데 그래도 걱정 한마디라도 해 줄 거라 생각했던 내가 너무 한심해졌다.

사모님을 쫒아내고 온 석진쌤이 아무말 없이 다가와 내 뺨을 살피곤 나를 꽉 안아주셨다 마치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 아무말 없이 품에 얼굴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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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제 괜찮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