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누가 무어라 해도, 우린 가장 친구였다. 새삼, 오늘 느꼈다.

“부어라아!!”
“꺄! 마시자!”
흡사 드라마 술도녀에 나오는 지구와, 그 친구들처럼. 우리는 미친듯이 마시고 있었다. 맞다, 우리는 둘다 술을 반미칠정도로 사랑하는 인간들이었다. 둘 다 주량도 세고,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많을 때 자신을 위로한게 술과 서로였기 때문이다. 뭐, 그래서 둘다 저녁 7시에 만났는데, 현재 시간 오후 10시. 현재 고깃집에서 1차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야아아!! 이거 놓으라꼬.. 내 이거 잡아야된다.. 잠만보.. 즈 놈의 잠만보 시키.. 잡는거 드릅게 힘들다..”
“야아!!”
“끼항핳 놓으라꼬오..”
한순간이었다. 어떤 외간 남자가.. 급 다가오더니, 나를, 아니 정확히는 내 가방을 끌어앉았다. 잠만보오.. 라고 끊임없이 외치며. 아마도 내 잠만보 키링을.. 가지고 하는 말 같았다. 내 사랑, 내 귀여운 잠만보를.. 감히.. 만지다니..

짐작이 맞았다. 잠만보오오오.. 잠만보!.. 계속 외쳐대더라.. 그러더니 폰 꺼내서 포고 꺼내더니.. 내 키링에다가 대고 몬스터볼 던지더라..
마이 잠만보오.. 와이낫월킹.. 이러면서 꼬인 발음으로 귀여운 콩글리쉬를 구사하더라.. 내가 그런거 좋아하는데.. 하.. 잠만보 함부로 터치한거.. 용서해줄까? 귀여운 콩글리쉬, 잘생긴 얼굴. 거기다가 곰돌이같은 제스쳐까지.

그냥 합석하실래요? 흑심반, 지친맘 반이었다. 사과하면서 앉는 남자 하나, 그리고 곰돌이 잠만보 남. 제대로 보니, 둘 다 미친 존잘이다.

그 취한 남자의 친구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소이가 다다닥 묻기 시작했다. 그 남자는 싫지 않았는지 귀찮은 기색없이 하나하나 답하더라.
“여친 있어요?”
“아니요,ㅎ”
“술 잘하나?”
“술은 잘하는게 아니라 즐기는거죠,”
“이상형?”
“그쪽..?”
“몇년생?..” 등등.. 얘가 단단히 빠진게 틀림없다. 왠만큼 빠진게 아니면 잘 안 이러는데,.. 뭐 심하게 잘생기긴 했다. 둘다. 하나는 능글한 고양이상이고, 잠만보는 곰처럼 생겼다. 딱 곰이다. 곰과 고양이, 어울리지도 않는고만.
잠만보오.. 히.. 잡았다!.. 계속 귀여운 주정부리네.. 하 솔직히 반칙이지.. 생각해보면, 잘생긴 곰이 취해서 잠.만.보, 이 세자를 외치며 날 계속 안는다면, 누구나 설레는 동시에 귀찮지 않겠는가.. 쨌든, 그렇게 술자리의 끝에, 난 잠만보 남자한테 내 러블리 키링을 결국 주고 말았다.
“·…그냥 가져요, 줄게요.”
“어? 고마워요오.. 누나! 안녀엉!!”

…
..... 늦었다! 까딱하면 지각이다. 지각은 여러모로 피곤하다. 상사새끼는 오늘도 지랄일게 뻔하기도 하고, 꼰대상사들의 같잖은... 여자가 어디서 술을.. 이런 말이 들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평소엔 버스를 타지만, 오늘은 늦었으니 버스 대신 택시를 타고 가야겠다. 또 커피 안 사오면 예의가 없니, 요즘애들은 인성이 어쩌고.. 하.. 그러니까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에효..
그렇게 빠릿하게.. 택시에서 내려, 커피를 주문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3잔, 솔티드 카라멜 라떼, 아이스 유자민트티. 이렇게 다섯잔이나 사야한다. 신기한 건, 받아먹는 작자들은 고맙단 소리도 없다. 불평할 시간도 없네.. 하,. 이렇게 주문해놓고 올라가서 가방 내리고 준비 완료 후, 커피 받으러.. 간다. 5잔을 한번에, 이건 고난이다.
“부장님, 늘 드시던거요. 카라멜라테입니다.”
“ㅎ, 난 아이스 유자민트티 좋아하는데”
이 사람은 누구냐.. 부장의 그 드릅게 더러운 목소리와는 상반되는 곱고(?) 맑은 중저음이었다. 젠틀하다고 해야하나? 쨌든 목소리가 달랐다.
“ㄴ,.누구..”
“어?”
“어어?!”
“어제 그 잠만보!?”

“여기 직원이셨구나, 우리 누나는.”
“네? 부장님, 저는 누나가 아닙니다! 그저 과장일 뿐이죠..”
“이름은, 이소미? 성격도, 인성도 좋은데, 이름도 이쁘네. 어젠 미안했어요, 소미씨.”
제법 친절했다. 어젠 귀여웠다면, 오늘은 멋있었다.
이름도 딱 저같았고.
“어제랑은 또 다르네요. 김태형 부장님.”
" 칭찬으로, 들을게요ㅎ "
"커피는 앞으로 안사도 돼요. 제가 말해놓을테니, 앞으론 그냥 와요"

아무래도, 이 남자. 내 스타일인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