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게.. "
"배차장님, 앞으론 인턴 시키거나, 왠만하면 스스로 프린트 하시죠. 자리도 제일 가깝지 않으십니까? "
"ㅇ, 아니.. 너 새끼는 뭔데 끼어들어?.... 흡.. ㅂ, 부ㅈ.. 미안하네. 뭐, 그런가ㅎ 앞으론 조심하지, 김태형 부장."
"ㅎ네, 그럼 전 이만. 소미씨, 그럼 제가 맡긴거.. 화이팅!"
2차 심장 폭격. 이 사람 미치겠네. 꼰대 이즈 건. 하.. 이런거 진짜 좋다. 사랑해요, 부장님. 맡긴거 없으면서 저 센스는 하늘을 뚫고 오르시는.. 진짜.
그렇게 야근을 피했다. 평소엔 저 꼰대랑 부장놈이 잡일 투머치로 시켜서 늘 야근이었는데.. 역시 갓태형좌.

자리에 앉아 성실히 일하고 있을 때였다. 잠시만, 저게 무슨 말이지. 내 구원, 태형좌. 입모양으로 뭐라고 하고 계신다. 무슨 얘기지.. ㅈ..ㅏ..ㅁ.. ㅅ..ㅣ..ㅁ..ㅏ..ㄴ 응, 잠시만! 맞는 듯하다. 그다음은.. ㅇ..ㅘ.. ㅂ..ㅘ..ㅇ..ㅛ 와봐요? 잠시 오라고? 나보고..? 흠.. 뭐 시킬거 있나?
근데 여기서 다른 사람한테 안 들키려고 눈돌리고 고개 돌려가면서까지 얘기한다. 진짜 이 사람은 뭘까. 그렇다, 첫눈에 반해버린, 내 짝사랑 상댄가보다.
**
부르셨어요, 부장님? 다가가자, 고개를 끄덕이며 네, 이쪽으로 와보실래요? 라고 하는 그에 홀린듯 따라갔다. 이 김부장님껜 미안하지만 뒷태도 너무 곰같다. 귀여워.. 수트핏은 미쳤고. 행동과 몸이 따로 논다. 소미씨, 소미씨! 멍해졌었나보다. 말하는데도 못듣고 있었다.

“아, 네! 왜 부르셨어요?”
“아, 물어볼 게 있어서ㅎ 사적인 얘기해도 되나요? 싫은가요..?”
누가 싫겠습니까.. 곰돌이 김태형씨.. 진짜 이 사람은 곰돌이와 호랑이가 번갈아 보인다. 어떻게 사람이 이럴까..
“아뇨,ㅎ 괜찮죠. 땡땡이도 칠겸ㅎ..”
“푸핫.. 그렇네요.”
“그래서, 할 질문이 뭔데요?”
“그게.. 그 잠만보 언제 돌려드릴까요..?”
“아..”
이런, 연애시그널이 아니었나보다. 단순히 질문이었나..? 슬펐다. 잠만보 인형, 그거. 연애를 위해서라면 희생 가능이었는데 말이다.
“그거, 그냥 가져요. 준건데.”
“엇? 진짜요오? 고마워요, 소미씨!”
“뭐, 온김에 이름은 알고, 나이나 서로 얘기할까요?”
“ㅎ좋죠, 전 95년생, 27살이에요.”,

...오빠였다. 날보고 누나라 부르며 환한 웃음을 짓던 그는, 나보다 2살이나 많은 연상이었다. 너무 동안인데?.. 20대 초반 같았는데.
“헐. 진짜 스물일곱이에요? 나 스물다섯인데.”
“엇.. 제가 오빠였네.. 그때 누나라고 한건 사과할게요.”
“괜찮아요, 뭐. 미안하면 밥 한번 사던지요,ㅎ”
“..그럴까요? 취객 김태형도 만회할겸.”
“그래요, 언제 볼래요?”
“이번 화요일.. 아! 내일이네.. 내일 저녁 어때요? 마치고 바로.”
“좋아요, 그럼 식당은 제가 고릅니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하며 푸흐흐 웃는 그에 너무 심장이 아파, 할말을 잃고 마지막으로 건넨 말.
“우리 이제 들어갈까요?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겠다.”
“난 오해받아도 괜찮은데, 소미씨는 싫은가..”
이 남자 유죄다. 진짜. 진짜 있지도 않은 연애세포 깨우게 하네.. 하..
**
그렇게 그와 약속을 잡은 후, 빨랐던 시간은 느려졌고, 느렸던 내 심장은 빨라졌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고개를 들 때마다 마주치는 그의 웃는 얼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왜 하루하고 반나절이 이렇게 길었는지. 그만 보면 심장이 뛰었다. 평소와 다르게 우중충하던 월요일이 상쾌하고, 기대는 개뿔. 오지 않기를 바랬던 화요일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나, 아무래도 25살에 15살에 올 사춘기가 온 듯하다. 두 뺨이 분홍빛으로 물드는, 그 시간이.
그렇게, 화요일 아침이 되었다.
아침부터 바빴던 것 같다. 무채색의 옅었던 화장은 조금 더 색감있고, 밝은 톤의 화장으로 변했다. 두 뺨과 입술은 붉고 연한, 밝은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길게 늘여뜨렸던 머리칼은 정돈해서 곱슬곱슬 웨이브를 넣었다. 너무 티나게 준비했나 모르겠다. 하지만, 나 이소미. 첫눈에 반한것도 반한것이다. 제대로 꼬셔볼까싶다. 그리고,
그냥 내 마음을 그에게 표현해보고 싶다.
**

화요일 오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냥 정신은 가출하고, 멍하니 손가락만 움직인 것 같다. 그만큼 기대되었을까.
" 소미야, 어디가. 같이 가야죠, ㅎ "
..? 끝나고 주차장 가는 길부터 반존대? 일단 시작부터 난 죽어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