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엽의 단편모음집

그 납골당 뒤에 장미 덩쿨 하나 피어있더라

photoW.강엽






 여튼 조용한 밤엔 빗소리를 통한 환청이 들린다. 
그 사이에 네가 서있을것만 같은 그런 
인기척도 셋트로 딸려 쫄쫄쫄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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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랑 나 사이로 하여금 친구라면 친구고 연인이라면 연인이라 칭해도 될 만한 가까운 사이였다. 근데 멀었다. 정말 가깝고도 가까웠는데 너무나도 멀었다. 멀고도 먼 네 마음의 위치를 알지도 못한 채 널 편린처럼 짝사랑했다. 새카맣고도 길게 쭉 내려와있는 짧은 머리카락하며 깨무는 버릇때문에 늘 시뻘겋던 네 입술, 백옥같던 하얀 피부, 물 마시는 습관을 들이지 못해 자주 갈라지던 목소리 또한 아직 생생하다. 수족냉증때문에 늘 차갑던 네 손이 아직 생생하다. 금방이라도 다시 나한테 달려와 그 예쁜 눈꼬리를 휘며 시뻘건 입술로 활짝 웃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웃으며 날 꼭 안아줄것만 같았다. 권순영, 넌 살아있으나 죽으나 늘 환상같은 아이였다. 

 
 너는 내가 고백하려고 불러내던 오후에 장미 수십송이와 함께 여전히 또 영원히 차가울 손으로 발견되었다. 약속시간에 늦을까 무단횡단하다 그 오전에 많이도 내린 소나기때문에, 지나가던 트럭은 브레이크도 못 밟고 미끄러져 그대로 널 치었단다. 네 피같은 붉은 장미 수십송이가 그대로 나한테 전해졌더라. 그 꽃잎 사이 편지에는 나랑 같은 마음이 쓰여져있더랬다. 길고도 또 길게 모난 글씨 열과 성을 다해 바로잡아 마음 꾹꾹 눌러담은 문장들이 있었다. 그 중환자실에서 네 손을 잡아도 꾸역꾸역 손깍지를 껴봐도 차가운 손인건 똑같던데 잘 안 껴지더라. 힘없이 맥없이 저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더라. 끝없이도 떨어지더라. 



 네가 깨어날 수 있다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법할만큼 수십년이라도 네가 눈 감고있는 이 침대 옆을 집삼아 살 수 있었는데. 순영이 넌 그게 싫었나보다, 중환자실 입원 이틀만에 식물처럼 있다가 조용한 밤에 그대로 심박수가 끊어진 직선이 되어버린게. 차가운 손 하나 잡을수도 없었다 점차 딱딱하게 굳어가는 네 손 하나 잡을 수가 없었다. 너무도 허무하게 널 닮아 조용하게도 보냈다. 저어 산 너머 납골당 세번째 칸에 네 입술 닮은 장미꽃 한 송이 놓아두었다. 네 사진을 바라보면 아직 생생하다. 그 갈라지던 목소리, 시도때도 없이 깨물던 입술하며 새카맣던 머리칼. 넌 나름 몸집이 컸었는데 이제는 내가 꼭 안을만큼 작아진 통의 뼛가루밖에 못 된다. 

헌데, 있잖아. 순영아. 그 납골당 뒤에 장미 덩쿨 하나 피어있더라.



그 납골당 뒤에 장미 덩쿨 하나 피어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