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엽의 단편모음집

청춘, 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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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나의 아지랑이같던 여름에서 조각나버린 기억을 이어붙이자면 항상 행복하고자 영원이었다. 우리는 여름을 그렇게 그렸고, 숨이 차 폐가 타오르는 느낌이 들도록 뛰어도 지치지 않았다. 서로가 쓰러질때라면 곧 서로를 받쳐주어 무너질 일이 없었으니까. 이유없이 설렜으며 이유없이 그리어웠다. 그게 무엇인지 나는 몰랐다. 미처 몰랐고 어리숙했다. 



 처음엔 열등감을 느낀 라이벌이었다. 항상 사랑받을 것만 같았고, 늘 곁에 누군가 있을것만 같던 빛나는 사람은 견제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었다. 그렇기에 난 으르렁댔고, 너는 웃었다. 내가 널 신경쓰지 않을때에도 넌 웃었다. 넌 마지막까지 그리도 찬란했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그 찰나의 아지랑이가 냉기에 흡수되는 순간까지도 찬란했다. 너를 서술하자면 태양이자 은하수였다. 




 가을로 넘어가면 너와 단풍을 보려 했다. 작은 충돌이 없었다는 전제 하에 말이겠지. 너는 떠나려했고 나는 무너졌었다. 생각보다 나는 너에게 아주 크게 의지하고 있었으며, 그것이 운명임을 몰랐다. 생각보다 나는 너를 좋아했으며, 그것이 사랑임을 몰랐다. 우리가 함께했던 그 수많은 나날들이 청춘임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그 시절이 그려지고 기억에도 없던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그런가 하면 하물며 이미 져문 여름의 향기가 나고 네 웃음의 잔상이 내 시야를 맴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너는 늘 맴돈다. 잔상이다 못해 내 시신경에 널 그려넣어버린것이 아닌가 싶을 즈음 네 잔상이 사라짐과 동시에 너는 떠났다. 그때 현실을 보니 겨울이었다. 




 겨울이었다. 냉기가 산소 가득 시린 포물선을 그리고 내 호흡기를 알싸하게 감싸도는 듯한, 그런 겨울이었다. 코가 새빨개지고 네가 챙겨주지 못한 탓에 장갑을 끼지 못해 온통 시렵게 다니던 난 감기에 걸렸다. 마음의 감기에 심하게 걸렸는지 며칠을 온통 앓았다. 꿈이라도 네가 다시 나타나면 좋았다. 온통 환상이어도 네가 다시 나타나주면 좋았다. 삼일밤낮을 기도해도 너는 돌아오지 않았으며, 우리가 함께하던 여름이 청춘이자 사랑임을 깨달았다. 




 아득한 아지랑이가 항해하던 공기의 자리를 시린 냉기가 같이 항해한다. 산소 사이를 헤집고 항해하는 사이 냉기가 다시 포물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덧그려지기 시작한 포물선은 네 흔적을 가리고, 지난 봄 벚꽃을 가리고, 네 아픔을 지워주지만 애를 써도 가려지지 않는것이라 하면 태양이었다. 
그러니까, 너 그 자체였다.  




 앞으로 냉기가 한번 더 이 자리를 그리는 날이 와도 나는 변치 않을것이다. 하지만 절대 비관적인 자세로 널 그리지 않는다. 태양이 가려지지 않는 걸 누구도 탓하질 않는다. 너를 두고 시간을 달려온 우리는 자랐다. 네 기억이 선명한 여름엔 유난히 태양빛이 강했고, 네가 졌던 날엔 유난히 태양빛이 옅었다. 
우리는 이것을 
청춘이라 감히 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