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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그 민윤기라는 사람. 만나보고 싶어.
— 뭐?!
당연히 놀랄 말이긴 하다. 그런데 알고 싶었다. 날 왜 그렇게 잡고 싶어 안달인 건지. 무슨 생각인지 알고 싶었다. 오해가 있으면 풀고 싶었고, 내가 뭔 잘못을 한 거면 그게 뭔지 알고 싶었다.
— 날 왜 잡고 싶어 하는지 이유를 듣고 싶어.
— 그놈은 그냥 널 죽이는 게 목표인 사람이야.
— 그니까 왜 그러는 건지 알고 싶어. 넌 아는 거야?
— 몰라.
— 그러니까. 만나볼게, 내가.
— 여주야.
K가 각 잡은 말투와 표정으로 나를 막아 세우고는 이렇게 말했다.
— 일단은 내 말 들어. 아직은 아니야.
— 나 총 잘 쏘잖아. 무슨 일 있으면 나도 이길 수 있어, 이제. 너도 봤잖아.
— 알지. 내가 왜 몰라. 그런데 네가 만약 죽였다고 해보자. 그럼 너 또 저번처럼 푹 죽어있을 거 아니야? 너 보스 죽일 계획 세울 때나 지금이나 뭐가 달라.
— ······.
사실 맞는 말이라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했다. 보스를 죽이고도 이게 맞는 건지 너무 무서웠고, 마냥 죽인다고 모든 게 다 나아지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한번 경험했고 K가 그때 기억을 상기시켜 줘서 나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 알겠어. 가만히 있을게.
— 고마워. 일단 들어가자. 형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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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 얘기를 그렇게 오래해?

— 말썽꾸러기 진정시키느라.
— 뭐?
— 방에 가서 옷 갈아입고 좀 쉬어라. 피곤하겠다.
— 치- 알겠어.
분명 내 짐은 다 내 집으로 가져왔는데 이곳은 새 방처럼 낯설지 않았고, 여자 방처럼 완전 꾸며져 있었다. 옷도 물론 다 있었고, 난 갈아입고 K랑 얘기 좀 하려고 나가려는 순간,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가도 돼?”
— 아, 응!
— 어때?
— 안 그래도 너랑 얘기하려고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다 꾸며놨어.
— 네가 한동안 잠수탈 때?
— 그래도 고맙네···.
— 그럼 쉬어라.
— 그···!
— 응?
— 아, 아니야···.
— 나 나갔다 올 거니까 찾지 말고.
— 어디 가는데?
— 있어.
— 또 안 알려주는 거야?
— 잠이나 자라~
그러고는 K는 문을 닫고 나갔다. 사실 K에게 하려던 말은 K의 고백에 대해 마음이 조금 바뀔까 말까 하는 상태이다. 나는 솔직히 이전부터 K가 좋은 사람이란 것을 알고 있었고 어느 정도 마음은 조금이라도 있던 상태였으니까. 이런 말을 전하려다가 잠시 멈췄다. 아직은 아닌 거 같아서. 그래서 K가 나가면 J 씨랑 또 비밀 얘기를 해보려고 각을 잡고 있다.

— J 씨.
— K 어디가냐고요?
— 아니에요ㅋㅋㅋ 그거 말고요. 고민 상담도 받아줘요?

— 고민 상담이 아니라 연애 상담 아니고요?
— 뭐야···. J 씨는 눈치 백단이네요.
— 왜요. 뭔데요.
— K가 저 좋아한다는 거 들으셨죠, J 씨도.
— 그럼요. 전 사실 이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 정말요?
— 네. 그래서 지금 어떤 상태인데요? 사귀는 거 같지는 않은데.
—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누굴 만날 상황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 상황 말고, 여주 씨 지금 마음은 어떤데요?
— 네···? 제 마음이요?
— 네. 여주 씨 마음이요. 여주 씨도 K 좋아하는 거 같아서.
— 제가요? 그래보여요?!
— 아니에요?
— 어···. 맞는··· 거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어떻게 하긴요. 질러요. 제 생각에는 여주 씨 상황이 안 좋긴 하다만, 상황 때문에 평생 아무도 안 좋아하고 살 건 아니잖아요. 여주 씨는 몰라도 K는 오래전부터 무려 지금까지 여주 씨 곁에 있었어요.
사실 난 사람하고 말하다 보면 홀리는 게 있는 거 같다. 다 맞는 말 같고 이번에도 J 씨의 말에 홀린 것도 없지 않아 있다. 뭐··· K를 완전 안 좋아하는 게 아니니까.
— K를 제가 전부를 아는 건 아니지만, 걘 진심일 거예요. 누구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이번이 처음이에요. 전 한 번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
— 고마워요, 정말. J 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좋은 사람들 만나서 전 정말 행운인 거 같아요.
— 뭘 그렇게까지···. 저에게도 여주 씨는 참 소중한 사람이죠. 오랫동안 저도 봐 왔고, 쉬운 인연은 아닌 거 같아요.
— 평범하게 만났으면 더 좋을 뻔했는데···. 그게 좀 아쉽네요.
— 이제부터라도 평범한 삶 하면 되죠.
— 아직 끝나지 않았잖아요. 뭐··· 나쁘지는 않아요. 인생이 참 스릴있고···.
— ㅋㅋㅋ 암튼 빨리 잡아야 할 텐데···.
J 씨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그제야 긴장이 좀 풀린 건지 방에 들어와 얼마 있지 않아서 잠에 들었다. 험난한 인생이 끝나고 언제쯤 평탄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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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잘 자다가 일어날 시간이 된 건지 내 방으로 들어오는 인기척에 눈이 떠졌다. 이제야 들어오는 건지 외출복 그대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아까와 다른 부분은 있었다. 얼굴의 상처. 나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 뭐 하다 왔어? 다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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