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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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제 왔어. 기다리다 지쳐서 잠들었네.







불은 다 꺼진 채 은은한 조명 하나만 이 방을 비추고 있었고, 자다 깬 K의 얼굴은 미치게 잘생겼고, 그 모든 게 합쳐져 지금 이 분위기가 심장이 안 떨릴 수가 없는 상태였다.







— 그···! 다 끝났어. 어, 나 이제 나가볼게! 잘 자!







나는 빨리 빠져나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문을 벌컥 열고 얼른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침대에 앉아 한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 또 넋을 놓고 가만히 있으니까 방금 그 분위기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 하··· 미치겠네. 왜 떨리고 난리냐.





‘똑똑’



“여주야.”







K의 목소리였다. 그냥 다시 자면 될 것이지 굳이 내 방까지 찾아와서 날 또 흔들었다. 그런데 그때 “K, 이거 좀 봐봐.” 하는 J 씨의 심각한 목소리가 밖에서 들렸다. 그 덕분에 난 살았고 궁금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밖 상황을 확인했다. 매우 심각해 보여서 나도 조심스럽게 그들에게 다가갔다.







— 살려야 해, 말아야 해.


— 살려. 빨리!!


— 서로 연인인 거 같긴 한데···. 싸운 건지 일방적인 행동인 건지 구분이 안 가서. 어떻게 할래, K?


— 아··· 난 얘 말고 아무도 안 살리는데···.


— 야. 빨리 살려. 저 여자분 지금 고통스러워하잖아. 얼른!!







하필, 아니 운 좋은 거지. 운 좋게 아지트 앞에서 J 씨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정말 연인인 거 같기는 한데 보아하니 그냥 싸움 같지는 않았다. 여자는 여자가 제일 잘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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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리면 뭐 해줄 건데.


— 뭐? 넌 이 와중에 그런 말이 나와?


— 그럼 말고.


— 야!! 빨리··· 살려줘. 원하는 거 들어줄게.


— 정말이지.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다.


— 잠깐!


— 응?


— 죽이지는 마.


— 알겠어~







K는 그 말을 끝으로 나갔다. J 씨와 나는 CCTV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잠시 뒤 K의 차가 보였다. 너무나도 쉽게 그 여자는 K의 차에 탔고 K는 그 남자에게 겁만 주고 다시 차에 타고는 CCTV 시야 밖으로 사라지면서 상황은 끝났다. CCTV로 지켜보면서 사실 좀 멋있었다. 내가 시켜서 한 일은 맞지만, 멋있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K 정말로 여주 씨 말고 다른 사람 구한 건 처음 봐요, 저도.


— 그래요? 멋있네요···.


— 네?


— 네? 제가 뭐라 했어요?


— ㅋㅋㅋ 그래서 K한테 고백은 아직이에요?


— 진짜 못하겠어요···. 쟤가 계속 떨리게 해서 좀 이상해졌어요. 능글능글하기도 하고.


— ㅋㅋㅋ 그래요? 궁금하네요. 전 그런 모습을 아예 못 봐서.


— 궁금해하지 마세요. 하여튼 이상해요.


— 그냥 빨리 사귀어요. 저도 애가 타는데 K는 얼마나 애간장이 타겠어요.


— J 씨는 왜요···. 제가 K랑 잘 됐으면 좋겠어요?


— 지금까지 뭘 듣고 본 거예요. 제가 얼마나 밀어줬는데. 그냥 여주 씨가 이제는 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 다 끝난 것처럼 말하네요. 아직 행복은 못 하잖아요. 못 끝낸 게 있으니···. 그거까지 끝내면··· 고백할래요.


— 민윤기 말하는 거예요?


— 그렇죠?


— 끝났잖아요. K가 말 안 해요?


— 그럼···, 그 상처가···.


— 맞아요. 민윤기 때문에 난 거. 말하면 안 됐던 건가···?


— 민윤기에 대해서 혹시 잘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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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K 왔네요···! 하하···.







정말 의심스러웠다. 누가 봐도 나에게 뭘 숨기는 것만 같았다. 대체 나한테 언제까지 숨길 건지 그냥 아무것도 모르니까 답답하기만 했다.







— 나 왔어~


— K 여기 와서 앉아봐. J 씨도요.


— 왜, 나 뭐 잘못했어? 안 죽이고 여자도 경찰서에 잘 데려다줬는데?


— 민윤기 만난 거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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