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의 유혹

~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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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여기서만큼은 둘 좀 떨어져 있으면 안 되나?


— 뭐야, 형. 퇴근?


— 여주 씨가 퇴근하라는데?


— 보스! 좋은 시간 보내시는 중에 죄송합니다!


— 왜? 무슨 일이야.


— 그게··· 도주했습니다.


— 그래서. 잡아야지 왜 여기 있어.


— 하··· 방금 나왔는데. 둘이 들어가라. 내가 알아서 할게.


— 정말?


— J 씨 퇴근 못해서 어떡해요···. 미안해요, 제가 하라고 했는데···.


— 괜찮아요. 미안해하지 말고 들어가요.


— 그럼, 부탁할게! 고마워! 야, 너 똑바로 해라.


— 죄송합니다!! 들어가십쇼. 들어가십쇼, 형수님!!


— 아, 참···. 수고해요.







결국엔 K와 나 둘만 나왔다. 이래보면 보스가 가장 바빠야 하는데 J 씨만 고생한다. 어쩌면 우리를 위해 빠져주는 걸 수도. J 씨라면 전부터 우리를 밀어주고 도와주던 사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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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는 왜 울었어?


— 어···? 뭔 소리야. 내가 왜 울어.


— 이제 나 속일 생각은 마. 너의 마음 다 읽어, 이제.


— 참··· 안 울었다니까. 틀렸어.







깜짝 놀랐다. 아니 그냥 깜짝 놀랄 정도가 아니라 예상치 못해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모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티 나게 기분 좋다고 한 게 독이 된 걸까?







— 적어도 나한테는 비밀 같은 거 없었으면 좋겠는데. 여주가 힘든 거 혼자 참는 게 난 더 힘들어.


— ······.


— 그래도 말 안 하고 싶은 거면 안 해도 돼. 힘들면 나한테 좀 기대도 된다고. 그러라고 내가 네 옆에 있는 거니까.







이 남자는 항상 변함없이 나에게 감동을 준다. 진짜 처음 만났던 때만 생각하면 너무너무 달라서 진짜 걔가 맞나 헷갈리기도 한다. 그런데 난 맨날 감동을 받기만 한다. 나도 주고 싶은데 난 항상 지켜져만 왔고 매번 받기만 한다. 그렇기에 슬픔을 나누고 싶지는 않았다.







— 오른손 줘봐.


— 손은 왜?


— 그냥··· 잠깐만 잡고 싶어서.


— 계속 잡고 있어.







그렇게 손을 잡고 집에 도착했다. 아, 우린 여전히 그때 그 아지트에서 셋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 추억과 정이 너무 많아 이사는 쉽게 못 했다. 도어락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삐빅-’ 계속 틀리고 열리지 않았다.







— 아, 그거 내가 우리 처음 사귄 날로 바꿨어. 비밀번호를 너무 안 바꾼 거 같아서.


— 뭐야, 왜 이제 말해줘.







나는 대수롭지 않게 처음 사귄 날 숫자를 누르고 문이 열리자 들어갔다. 그런데 정말 정말 많이 놀랐다. 정말 예상하지 못한 순간은 나에게 자주 오곤 한다.







— 야···. 이게 다 뭐야···?


— 오늘 나 데리러 와줘서 고마워. 데리러 안 왔으면 큰일 날 뻔했네.


— K···.







내가 지금 보는 광경은 누가 봐도 프러포즈를 준비한 것처럼 풍선도 가득했고 너무나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진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라 기쁜 마음이 커져서 감동의 눈물이 또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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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울어···ㅋㅋㅋ 여주야, 나랑 결혼해 줄래?





‘팡팡!!!’





J 씨가 폭죽을 팡팡 터뜨리며 뒤따라 들어왔다. J 씨가 여기 있는 걸 보면 아까 그 상황들은 다 짠 건가 싶기도 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행복했다. K는 또 언제 준비했는지 영롱한 반지를 내게 보이며 내밀었다.







— 진짜 언제 준비한 거야···.







나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나의 손을 그에게 내밀었다. 그랬더니 K는 나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지금이 너무 꿈만 같았다. 정말 행복해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 고마워, 여주야.


— 네 손도 줘. 나도 끼워줄게.


— 여기.


— 예쁘다.





‘팡팡!!!’





— 악!! 깜짝아.







또 뒤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아까 봤던 킬러가 들어왔다. 또 폭죽 소리에 1차 놀라고 2차로 꽃다발과 함께 들어오는 킬러에 또 한 번 놀랐다.







— 이제는 정말 형수님이라도 불러도 되겠습니까? 축하드립니다, 형수님!!


— ㅋㅋㅋ 진짜···. 고마워요. 엄청 크네요?


— 이건 보스께서 준비하신 꽃다발입니다.


— 아, 정말? 네가 준비한 거야?


— 응. 좀 커서 들기 힘들지?


— 괜찮아ㅋㅋㅋ 어, 이건 뭐야? 편지?!


— 혼자 읽어 봐. 쑥스러워···.







슬쩍 한번 열어봤는데 편지지에 글씨가 빼곡하게 채워있었다. 이건 백 퍼센트 울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 난 다시 접어 손으로 꼭 쥐었다.







— 이따가 볼게. 울 거 같아···.


— 그래ㅋㅋㅋ


— 그럼 둘이 다시 좋은 시간 보내. 난 얘랑 다시 가볼게.


— 가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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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오늘 외박이요. 좋은 시간 보내요.


— 네?


— 형···.


— 야, 감동하지 마라. 간다.


— 들어가 보겠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십쇼!


— 그래, 들어가. 고마워!


— 고마워요!!







눈 깜짝할 사이에 둘만 남았다. 갑자기 막 어색해서 괜히 손에 들고 있는 꽃다발만 쳐다보았다. 그걸 또 K가 눈치챘는지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그 편지 지금 읽어봐.


— 지금? 나 진짜 울 수도 있는데?


— 읽어줘, 한 번만.


— 알겠어.







나는 꽃다발을 잠시 옆에 내려놓고 편지를 열어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읽어나갔다. 왜 지금 읽어달라는 건지, 나 우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건지 영문은 모르겠지만, 일단 읽었다.







여주 안녕? 어느덧 우리가 만난 지 1년이 넘었어. 그사이 꽤 힘든 날도 많았고 좋은 날도 많았지만, 좋은 날이 더 가득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난 예전이나 지금이나 언제나 너의 옆을 지킬 거고 평생 사랑해 줄 거야. 나는 누구를 좋아해 본 적이 처음이라 내가 많이 미숙할 수도 있겠지만, 이해해 줘. 더 많이 사랑해줄 방법을 찾는 중이야. 계속해서. 갑자기 결혼하자고 해서 당황스러웠을 텐데 상의 없이 갑자기 하자고 해서 미안해. 그만큼 나는 여주가 너무 좋아. 이 마음 하나는 절대 변하지 않을 거야. 결혼해서 더 많이 행복하고 좋은 날만 가득했으면 좋겠어. 내가 옆에서 평생 사랑해 줄게. 여주야, 사랑해! 아, 그리고 여주가 나한테 안 해준 거 있다? 원하는 거 들어준다고 한 거. 그거 지금 써도 돼? 된다면 고개 끄덕여 줄래?







울면서 읽다가 마지막 말에 난 K를 올려다보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고 K와 눈을 맞추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더니 K는 나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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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해, 하여주.





그 말을 끝으로 K는 나에게 입을 맞췄다. 우리의 첫 키스였고, 가장 떨리는 순간이었다. 꽤 오랜 입맞춤이었고 심장박동은 지진 난 것처럼 너무나도 빠르게 뛰고 있었다. 하고 싶었던 말들은 부스러기가 되어 다 날아가 버렸고, 지금 내 머릿속은 ‘떨림’ 그저 이 말 하나로 가득찼다.







— 사랑해, 전정국···.


— 사랑해, 여보.


— ㅇ, 어?!


— 귀엽다.


— 아··· 그만해. 부끄러워···.


— 앞으로 웃게만 해줄게. 나와 평생 함께하자.







지난날들을 떠올리기만 하면 진짜 힘들기 마련이었는데 이젠 조금 괜찮아졌다. 그렇다고 무뎌진 건 아니고 합리화하며 잘 견뎌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때도 지금도 어쩌면 K가 언제나 옆에 있었기 때문에 버틴 걸 수도 있다. 이제 정말 K에게 의지하며 잘 살아가 보고 싶다. 결혼이라는 인생 챕터2에서는 행복만 했으면 좋겠다.











***


지금까지 ‘킬러의 유혹’을 좋아해 주신 모든 독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사실 소재가 너무 없어서 빨리 끝났어요.

겨울을 더 차갑게 얼릴 슬픈 신작 준비 중이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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