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넵, 여주씨 잘 가요!"
"운학씨도 오늘 잘 하고 오세요"
어쩐지 신나보이는 태산씨가 얄미운 여주씨, 앞정선 태산씨보다 4발자국? 너무 멀리 떨어져있지만 가까이 기고 싶지 않은건 어쩔수 없다는게 여주씨 생각입니다. 문을 열고 완벽히 단절 되었을때
"그렇게 떨어져 걸으면 데이트 하는건지 그냥 너가 따라오는건지 알수가 없잖아"
"...신경꺼"
톡 쏘는 말, 한태산씨 적잖히 기분이 안좋은것 같습니다. 차에 타서는 아무 말없이 도로를 달립니다. 여주씨 잠시나마 그냥 대꾸하지 말았어야 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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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얘기 좀 하자"
그러고는 커브를 돌아 근처 공원에 차를 대는 한태산씨. 목소리는 차가운데 운전하는건 여간 부드러울수가 없습니다.
"넌 내가 너한테 신경 끄길 바래?"
"그냥 한말이야 알면서 왜 물어봐?"
"너가 하는 태도가 그래보여서"
"그럼 내가 너가 다가오면 그대로 받아들여?"
"왜 빠딱하게 받아들이는데, 난 너한테 충분히 얘기한것 같거든?"
"그러니까, 너가 어떡해 말했든 내가 받아들이든 말든 내 선택이라고"
"....믿긴해? 내가 너한테 마음이 간다는거, 너가 신경쓰이고 너가 하는 행동, 말, 표정까지 다 눈에 들어와서 너랑 이렇게 있는 시간을 미치도록 원했다는거 믿어?"
눈썹이 축 처지고 처음과는 다른 약한 한태산의 모습에 여주씨는 또 져야하나 싶습니다. 믿냐는 한태산씨의 말에 믿고싶습니다. 근데 믿으면 이건 정말 재회할것만 같아서 상처가 아물기전에 그냥 밴드만 대충 붙여넣고 모른척 하는거랑 다를게 무엇인가요. 2주전까지만 해도 해어지자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던 사람이 왜? 이걸 어떻해 믿지?
"못믿어, 너라서 이말을 하는게 2주전에 날 버린 너라서 못믿어"

"..버린거 아니야, 내가 널 왜 버려"
"버렸잖아, 어떤 의도든 넌 날 버렸고 기다리던 날 병신 만든거라고"
"말 좀 예쁘게 하면 안돼? 꼭 그렇게 독하게 말해야되는거야 나한텐?"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왔는지 알아? 난 니 행복 못빌어, 저주할려고 온거야"
끝내 자신의 목적을 이야기 해버립니다. 널 저주할려고 이곳에 왔다는 말은 한태산씨에겐 너무나 상처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여주씨를 버렸다고 생각했다는것, 자신을 저주한다는것,

"저주해 여주야, 그렇게 해서라도 날 좀 생각해줘"
"...미쳤네 진짜"
"울지마 김여주 울면 못하잖아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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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아, 결국 우네요 찌질한 김여주씨 저주해서라도 자신을 생각하라는 말, 정말 그가 진심이길 바랬는데 진심이라고 확신이 든 순간 눈물이 흐릅니다. 분명 잘 참았고 잘 참을거라고 다짐했는데 찌질해서 그럴까요? 이제와서 이렇게 하는 한태산씨를 없앨수 있다면 인생에서 없애고 싶습니다.
"진정되면 나랑 데이트해"
왜? 왜 그럴까요? 도저히 여주씨 머릿속에서는 그를 이해할수 없습니다. 우리여주씨가 그린 수많은 경우의 수에 꼭 생각치 못한 새로운 경우를 내미는게 한태산씨니까요. 근데 이 기분은 뭘까요? 자신을 저주해서라도 생각하라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이 말이 너무 안정감이 들어서 2주전에 듣고 싶었던 말이어서찌질이 같이 찔찔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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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흐르는것도 멈추고 모든게 진정이 되는 여주씨입니다. 그러고나면 눈치 채죠 계속 자신을 쳐다보던 웃는 한태산씨가 얄밉게 자신만 보면 웃는 모습이 옛날과 같아서 이제야 익숙해진것 같습니다.
"...빨리 출발해"
"ㅋㅋㅋ..그래"
자신을 저주한다는 말을 듣고도 웃는 사람은 한태산씨밖에 없을듯 합니다. 아까보다 밝아진것 같습니다. 이런 말 듣는걸 좋아하기라도 하는지 왜 더 기분이 좋아진건지 알수는 없습니다. 그건 오로지 그 사람만 알고있을테니까요.
식당이 도착해서는 거의 밥만 먹은 수준입니다.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밥을 먹을 수준이 어니었습니다. 뭔가 대화를 시도하려는 태산씨를 조금 차단한것도 맞지만요. 밥을 다 먹은 후에는 태산씨가 산책을 하자더군요. 카메라가 있으니 아무말 없이 순순히 따릅니다.
"머리 폈네?"
"응"
"옷도 새로운데"
"응"
뭐 대체로 이러합니다. 딱 붙어서 걷는것도 아닙니다. 여주씨 뒤에 지키듯이 서있눈 태산씨 조금 웃긴 구도로 걷고있습니다. 다리가 슬슬 아파올때쯤 영화 보자는 제안을 합니다. 영화관이 도착해서도 별 다화 없이 상영관이 들어옵니다.
암흑같은 곳이서 화면을 응시하다가 문득 여주씨는 이게 뭐지? 싶습니다. 재미도, 설램도, 긴장도, 아무것도 없는 무위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눈 생각이 듭니다. 옆을 돌아 태산씨를 보는데

"이제야 보네"
"..?! ㅇ.어"
"나 사실 이 영화 봤어"
"그럼 왜 또 보ㄴ.."
"사랑해"
"사랑해, 지은아"
영화대사. 그 타이밍에 맞추어 사랑해 라고 속삭이 태산씨에게 여주씨가 할수있는 말은
"미쳤어..?"

"ㅋㅋㅋㅋㅋ 영화대사야, 다시 해줄수는 있어"
"하지마..!"
재빨리 고개를 돌립니다. 이건 해어진 사람같지가 않잖아요. 그냥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거지, 옆으로 흘깃 보면 미소가 떠나지 않는 태산씨가 보입니다. 위험합니다. 정말로요. 우리 여주씨 굳건하게 마음을 잡지 않고서는 금방 휩쓸리겠습니다. 저 한태산이라는 큰 파도에 뒤집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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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거리는 차안, 아 , 우리 여주씨 잠이 들었군요. 최근 움직임 없이 폐인같던 여주씨 요새 너무 움직였는지 피로가 몰려왔나봅니다. 어딜 가고있는건지 모르깄는데 눈은 안떠집니다. 어지간히도 피곤했나봅니다. 몆분인가, 몆신간인가, 몆시간은 아닌데 멈츄는 차에 눈이 뜨입니다.
"쉬라고 온건데 깨버렸네"
"...어딘데?"
"바다? 바로 가면 너 못쉴거 아니야 시끄러워서"
"...."
"좀 감동이지?"
"...야"
"나 너보다 오빤데"
"...내가 너 무시해도 넌 나 무시안할거야?"
"....응"
"...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면?"
"....기다리겠지"
"...난 널 못 믿겠어서, 그러니까 넌 너대로 해 내가 믿을수있는 너의 진심대로"
"그러고있고, 그럴거고, 그러고싶고"
답은 충분히 되었습니다. 이젠 여주씨가 믿을건 태산씨의 진심, 그것만 알면 모든게 끝날테니 오직 그걸 보기위해서 여주씨는 나쁜사람을 자처할겁니다.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확신함을 줘도 웃는 한태산이 계속 웃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잘자 김여주"
그말을 끝으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 여주씨입니다. 눈 떠보니 숙소였고, 벌써 10시였으니까요. 하루종일 그와 보낸 하루입니다. 일상이었던 것이 이젠 어색해지고 이질감이 드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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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네? 얼른와 다들 모여있어"
다들 모여있는 거실에 지현씨 옆으로 가 앉습니다. 역시나 운학씨옆에 아무렇지 않게 앉는 태산씨,
"근데 사랑안에서 어디까지 허용되요?"
갑작스러운 지예씨의 질문이 다들 어리둥절해 보이네요.
"다 허용하지 않을까요?"
"그쵸..?"
"태산이는?"
"나? 나는 뭐..."
"그 사랑이 끝나기전까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