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티갱의 XX
정국과 약속한 시간이 거의 되가자 여주는 가방을 챙겨 여주빼곤 아무도 없는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라는 말을 남긴채 집을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여주의 표정은 어딘가 씁쓸해보였다. 억지 미소를 보이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려보지만 계속 오지 않자 이상함을 느낀 여주가 위를 보니 고장이라 쓰여있었다.
"왓더..? 하..."
결국 계단으로 8층이나 내려가야한다는 절망에 빠졌다. 그렇다고 안 갈 수 는 없으니 억지로라도 내려가야만 했다. 여주는 몸을 돌려 계단으로 내려갔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여주가 허리를 숙여 아래에 작게 쓰여있는 3층을 확인했다. 이제 2층만 더 내려가면 1층이란 기쁨에 힘이 났다. 손목에 있는 시계를 보니 시간은 5시 6분. 약속시간까지 4분 남았다.
여주도 다시 내려갈려고 숙인 허리를 다시 폈다. 내려가려고 발을 내딘 순간 위에서도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여주는 별 신경 쓰지 않고 밑으로 내려갔다.


"와 미친 지각쟁이 신여주가 제시간에 나왔네?"
"야 정국아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 고장남;"
"알고 있었음"
"뭐? 넌 알고 있었어?!"
"응"
"아악! 짜증나!! 미리 말 해주지 그랬냐?"
여주가 머리를 쥐어뜯는 흉내를 내자 정국이 키득키득 웃었다.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저러니 얼마나 웃기겠어.
여주가 씩씩 거리는 사이에 뒤에서 현관문이 열리며 어떤 남자 한 명이 나왔다. 어디를 가는지 모르겠지만 뻣뻣한 정장을 차려입었다.

"......"
"앗 죄송합니다.."
"죄송합,"
정국이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웃던 얼굴은 어디가고 표정이 싹 굳었다. 남자는 그 둘에게 신경도 쓰지 않고 가버렸지만 정국은 그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물론 뒤통수만. 여주는 정국을 이상하게 쳐다봤고 정국의 뒤통수를 때려 얼른 가자고 정국을 부추겼다. 정국도 정신을 차리고 알겠다며 여주를 따라갔다.


"야 배 안 고픔?"
"...이래서 스카에 친구를 데려오는게 아니였어 아니 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그림만 그리냐고 미친놈아"
"아 배고프다고~"
"제발 조용히 좀 해.."
"응..아 진짜 배고프다고"
"시*..그래 밥 먹으러 가자..에휴"
아까전부터 여주에게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정국. 그런 정국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여주가 알겠다며 노트에 필기하던 책을 덮고 핸드폰과 지갑을 챙겨 일어섰다. 정국도 해맑게 웃으며 핸드폰과 카드를 챙겨 나왔다.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각자의 컵라면 삼각김밥 하나씩 샀다. 다행히 직원 외에는 아무도 없어 자리에 앉아 먹을 수 있었다. 여주가 컵라면에 물을 부으러 일어서자 정국이 말렸다. 자기가 하겠다며 삼각김밥이나 먹으라 하고 일어섰다.
"뭐임, 센스 지리세요 형님"
"형님이라 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응 어쩔~"
"허 참나;;"
정국이 어이없는듯 웃었고 여주는 정국이 그러거나 말거나 입에 삼각김밥을 넣었다. 여주도 배는 고팠는지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정국은 그런 여주를 보며 세상에 이런 돼지가 따로 없다며 혀를 찼다. 여주가 정국을 째려본는건 덤으로..*^*
"야 지금 먹어도 됨?"
"응 3분 지났음"
"땡쓰!"
"이거 먹고 스카가서 가방챙기고 집에 들어가자"
"헐 벌써?"
"벌써는 개뿔, 시간이나 보고다녀 멍충아"
정국의 말대로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10시가 넘어갔다. 여주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국이 여주가 고개를 끄덕인걸 확인하자 바로 라면을 먹었다. 둘은 아무런 대화도 없이 적막하게 먹기만 했다. 아 물론 여주는 간식으로 꿈틀이 젤리도 먹었다. 여주는 꽤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정국도 그랬을거라 믿고있다.

"계단 같이 올라가줘?"
"괜춘괜춘, 계단 올라가는건 아무 문제 없음!"
여주와 정국은 밥을 다 먹고 바로 스카로 가서 가방을 챙긴 뒤 나왔다. 버스정류장에서 여주의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잠시 지쳤지만 집까지 오는건 오래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버스를 타다 내리고 걷고 또 걷다가 여주네 집에 도착했다.
정국이 여주를 걱정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여주가 정국에게 자기가 어두운걸 무서워한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정국은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매번 밤마다 이렇게 데려다준다. 급기야 오늘은 계단으로 가야하니 더 걱정이 됐고.
"..알았다, 뭔 일 있음 바로 전화하고."
"어야, 너도 조심히 들어가!"
여주와 정국이 인사를 나눴고 여주가 공동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 걸 확인한 정국도 자기 집으로 향했다. 올라가는동안 여주가 무사하기를 빌면서.
"......."
여주는 아무말없이 계단만 올라섰다. 벌써부터 올라가기 힘들었다. 잠시 계단에 쭈그려 앉아 층을 확인해보니 아직 4층 이였다. 5층이나 더 올라가야한다. 여주가 절망에 빠진사이 위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은 여주는 누군지 하고 위를 쳐다봤지만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만 들릴뿐 사람은 희미하게 보였다.
"누구지?..."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여주는 다시 한 번 위를 확인했다. 그때서야 사람이 보였다. 근데 어딘가 익숙하다 싶었는데 여주가 무릎을 탁 치며 누군지 기억해냈다. 머리색이 특이해 잘 기억하고 있었다.
'핑크머리 아저씨 인가!?'
여주가 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내려오던 사람은 여주의 뒤에 쭈그려 앉아 여주의 어깨를 툭툭 쳤다. 여주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핑크머리가 자신의 코 앞에 있었다. 여주가 놀라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자 핑크머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가, 계단에 앉아서 뭐해?"
"네, 네?!"
핑크머리가 보고싶다며 노래를 불르던 여주가 드디어 핑크머리와 만났다. 여주는 놀라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는데 핑크머리는 정말 아무렇지 않나보다.
여주의 시간은 멈춰버린듯 했다.

여러분들 드디어 여주와 지민이 만났어요..!(속닥속닥
키득키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