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

1_ 첫 만남

산뜻한 겨울 아침 옷을 단단히 챙겨입은 채 목도리를 둘둘 두르고는 거울 앞에 서서 만족스럽다는 듯이 보는 이주. 가방을 메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먹을 쥐고는 위로 뻗는다.





"오늘도 화이팅!"





휘이이이잉_

시끄럽게 자신의 귀를 강타하는 칼바람에 새하얀 귀가 잘 익은 딸기처럼 붉으스름 해졌다. 코끝이 빨개져 루돌프 같아진 그녀는 추운 듯 훌쩍이기까지 했다. 자신의 몸을 꽉 끌어안은 채 교문을 통과한 이주는 빨리 교실에 들어가 히터 옆에서 담요를 덮고는 한여름에 아이스크림처럼 추위에서 녹아내릴 생각에 슬리퍼로 갈아신고는 계단을 두 칸씩 올라가던 그때였다. 자신의 옆으로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바쁘다는 듯이 책을 들고 뛰어가는 남자에게서 익숙한 향이 퍼졌다.





"라벤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라벤더 향에 남자가 지나간 자리를 쳐다봤지만 이미 사라진 후였다. 향이 무겁기는커녕 가볍고 은은하게 퍼지는 향에 당장에라도 그 남자를 따라가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고 싶은 이주였지만, 바빠 보였기 때문일까? 그 남자를 쫓아가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누구일까..?' 나중에라도 만나게 되면 물어봐야지 다짐을 하며 교실에 들어가 흐물텅해진 이주다.

'따듯하다.'





photo





추위를 어느 정도 가신 듯 이주의 귀는 평상시처럼 돌아왔다. 의자에 걸쳐 삐딱하게 앉아 따듯함을 즐기는 이주의 행복을 깨부수듯 선생님께서 들어오셨고, 혼자서 열심히 떠드는 선생님.





"어제 정국이한테 말해뒀으니 다들 알겠지? 어서 옷 갈아입고 강당으로 집합"

강당이라니? 전정국한테 말했다고...?

".....?"





순간 저게 뭔 개소리인가 싶어 전정국을 바라보는 여주.
 어느새 자신을 쳐다보며 재밌다는 듯이 웃는 전정국을 보니 알았다. '이 새끼..ㅋ 나한테만 말 안 했구나' 그런 정국을 바라보며 은밀하게 말했다. 넌 이따 뒤졌다. 나의 살기가 느껴진 것인지 입을 다문 채 앞을 바라보는 정국.

photo

'.....'





열심히 떠들던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국이 있는 자리로 향하는 이주.





"아까 아주 신나셨던데?"

"내가? 그럴 리가"

"...나한테만 왜 말을 안 하셨을까?"

"내가? 그럴 리가"

"....."

"내가 너한테만 말 안 했을 리가 네가 못 들었겠지"

"....."



말을 하다 말고 멈춘 정국은 식은땀을 주륵 흘렸다. 그런 정국을 바라보며 이주는 정국의 어깨에 손을 올렸고 악력을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가했다.





"이주야 이 손은 내려놓는 게 어때..?"

"내가? 너한테 손을? 어디? 내 손은 여기 내 옆구리에 딱 붙어있는데??"





이주가 해사한 웃음을 지으며 정국을 바라봤고 정국은 큰일 났음을 직감했다.





+

강당에 모인 사람들 중 유독 얼굴이 잔뜩 빨개진 사람이 있었다. 그 이름 전정국. 말 안 한 대가로 이주에게 호되게 당하다(이주의 악력에 아파하며 소리를 지르다) 얼굴까지 빨개졌다.



"그러게 체육복 챙겨왔다고 처음부터 말했으면 안 그랬잖아.  흥"



새침하게 말하는 이 아이는 이주. 성은 이 이름은 주. 전정국이 아침 일찍 우리집에 와서 우리 엄마하고 전정국하고 나를 놀리겠다며 몰래 체육복을 챙겼단다. 그것도 모르고 전정국을 응징했지만 후.. 여태까지 당한 걸 생각하면 아주 상쾌한 걸

상쾌하게 웃는 이주를 보며 생각하는 정국. '사람을 때리고(때리진 않았다) 저렇게 소리 내서 웃다니(소리 안내고 입꼬리만 올라갔다)저 악마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