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지민시점)
사경을 헤멘다는 건 아마 죽음을 눈 앞에 두고있는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왜일까 지금 딱 내 상태라면 그 말이 곧잘 나에게 어울려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따뜻하게 그리고 진득하게 내 온몸으로 느껴지는 이 액체는 분명 검붉은 내 피 임을 나는 볼 수 있고, 그에 상관치 않는 저 사람은 나를 죽일 작정으로 때린다.
그래, 그때 이 느낌이었나... 아니, 지금이 더 심한 건가...
"...흐으..."

"지랄하지말고 일어나지?"
"닥쳐라... 시발..."
"겨우 이거라고? 1년 전이 더 나은 거 같은데?"
"닥치라고..."
나를 죽도록 패는 이 새낀 회사의 조직 사무팀 소속 대가리다. 내가 싸움에 발을 들이기에 한 몫을 한 인물인 셈이지만, 개 좆같게도 나보다 한 살 동생이다.
물론 이 새낀 지위도 있고, 아버지의 애정을 받으면서 길러진 괴물. 일반 회사에선 나더러 도련님이라 칭하며 머리를 숙이지만, 이 새끼 앞에선 그냥 한낯 장남감에 불과하겠지.
"앓는 소리 그만내고 일어나,
아직 쇼크가 올 정도는 아니잖아?"
"시발... 새끼..."
"소문을 들어보니 니가 니 발로 들어왔다던데,
왜 그랬어?"
"......"
"우리 간식으로 좀 넣어줬으면 좀 좋아?
니 여친 말이야."
툭-
내 정신줄이 툭하고 끊기는 그 순간, 나는 눈이 잠깐 돌았는지 붉게 물들여질 대로 물들여진 몸을 일으켜 일어났고, 눈 앞에 보이는 그 새끼를 조지러 뛰어들었다.
물론 뒤지게 쳐맞을 거 알고서.
쿵-
생각보다 순순히 목을 잡혀 벽으로 밀여붙여진 이 새끼가 무슨 속셈인진 모르겠지만, 일단 조져야겠다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오른손이 들렸고 이 새끼의 왼쪽 뺨에 가까워지는 순간.
주먹이 잡혀버렸다.
시발... 5센티였다.
그 짧은 거리를 닿지 못하고 잡혀버린 내가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있나 싶지만 그 생각이 들기도 전에 그 새끼가 던지는 한마디.

"...장난은 이제 끝이야."
아마 그 말이 끝나고 이 새끼의 손에 들려있는 작은 칼날에 몇 번 휘저어진 나는 그 뒤로의 기억이 없다.
그러고 그냥 바닥에 쓰러진 것 빼고는.
진짜 좆같게도 망할 눈이 떠져버린 건 몇 시간 채 지나지 않은 순간이었다. 눈 앞엔 그 새끼가 말짱하게도 서있고 난 곳곳에 불편한 붕대와 밴드를 휘감고는 누워있는 듯 하다.
아 시발, 눈 마주쳤다.
"...일어났네?"
"...하윽... 씹..."
"뭐가 아프다고 아까부터 되도않는 신음이야?"
"니가... 쳐 맞아봐야 알지... 시발..."
누구는 앓고 싶어서 이런 소리를 내는 줄 아나 싶지만 또 어떻게 보면 이런 느낌을 저 새끼가 공감이나 해줄런지가 의문이었다. 여전히 몸에서 피가 빠지는 느낌이 들었고, 앞이 흐려졌다 뿌얘졌다 돌아왔다를 반복하는 시야로부터는 심한 어지러움이 동반되었다.
정말 토할 거 같았다. 괴롭다.
"...후회 돼?"
사실 후회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저 말에 내 생각이 돌변했다. 시발, 내가 내 선택에 후회를 할 리가 없지 않나? 나는 질문 수준에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말을 했다. 그 순간에도 온몸이 찢어질 것 같았지만 말이다.
"...내가... 애냐? 후회를 하게?"
"그럼 왜 우는데"
할 말이 없었다. 눈가에 흐르는 따뜻하게 흐르는 액체가 피와는 다른 촉감이었기에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내가 울고 있다는 것 쯤은. 하지만 아마 이 눈물은 그 누나 때문이었기에 피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는 팩트였을까.

"좆까세요..."
"왜 욕을 하고 지랄이야 우는 거 맞잖아"
"우는 게 왜 후횐데?"
"그럼, 뭐 여친 보고싶어서 우냐?"
.
.
.
"...진짜 짜증나는데,
맞아. 여친 때문에 우는 거.
나 지금 김여주 존나 보고싶어."
"시발ㅋㅋㅋ"
"......"
"야 지금이라도 생각바꿔서 니 여친 좀 넣어줘봐.
회장한테는 내가 보고할게."
"내가 좆까라고 했다... 내가 뒤져도 김여주는 안돼."
"음... 왜? 왜 안되는데?
니 뒤지면, 니 여친 내가 가지면 되는데?"
.
.
.
"나 안 죽을 건데"
"그건 내가 정하는 거고 시발ㅋㅋㅋ"
치직-칙-
잠시 동안의 장적을 깨는 무전 소리에 나는 귀를 세워 무전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에 집중을 했고, 전해들려오는 소식.
"왜."
"조직 회사 입구 붕괴,
어떤 무리들이 저희 애들을 다 쓰러뜨린 것 같습니다.
대표님."
"뭔 개소리야, 알아듣게 말해."
"갑자기 들이닥쳐서는 무작위로 다 조지는데, 얼핏 봐서는 그 새끼들인 것 같습니다..."
"...그 새끼들이라니, 그게 누군데"
.
.
.
"...박지민 무리 애들이요..."
(조직 사무실 본관)

"하... 여전히 시체 썩는 냄새야... 구역질나게 진짜..."

"야, 박지민 찾고 빨리 나가자... 진짜 토 나와."
"박지민 어디있는지 알고 가는 건 맞아?"
"뭐, 훈련장 바닥에 드러누워 있겠죠."
"...바닥에...?"
"피 철철 흘리고 있어도 놀라지 말고."
"...피 철철...?"
"그럼 그냥 그 순간 계획은 끝이에요.
누나가 한 눈 팔면, 끝."
"알았어..."
(다시 지민과 그의 공간)
"하..."
"......"
"니가 불렀냐? 니 꺼내달라고?"
"미쳤다고 내가 김여주를 직접 여기에?
니 같으면 그러겠냐 시발..."
"...그건 맞지."
"...하아... 사람 미치게 하는데는 재주 좋다니ㄲ..."
퍼억-!!
"아윽...! 시발...
...갑자기 왜 때리는데!..."
.
.
.
"...그럼 형 여자친구님 등장하시는 김에, 좀 울려볼까?"
"이 미친새끼ㄱ...!"
퍽-! 쿵-
"아, 씹...! 흐으..."
잠깐 사그라들었던 고통이, 이 새끼의 주먹 한번과 발길질 한번에 배가 되어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베였던 부위 하나하나에서 벌어진 피부 사이로 피들이 울컥 나오는 게 모두 느껴졌다.
눈을 조금 떴을 때는 그나마 하얗던 붕대들이 이미 피로 흥건히 젖어있었고, 언뜻 봐서는 붕대를 한 건지도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렇게 예쁘다매?
난 그런 사람 울리는 게 취미라서 말이야...
아주 눈물 콧물 다 뺄 수 있게 만들어야지 안 그래?"
.
.
.
"...미친 ...새끼..."

"에이 알잖아, 나 원래 좀 미친새끼 인 거."
@너무 띄엄띄엄 컴백이라 죄송합니다... 미안해요ㅜ
@그래두... 손팅 해주면 힘이 날 거 같...습...니...ㄷ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