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그들이 피투성이의 박지민을 데리고 바깥으로 나왔을 때에는 생각보다 그리 좋은 분위기만은 절대 아니었다. 소리도 없이 정신을 잃고 숨을 가쁘게 쉬는 박지민의 상황이 위태로웠을 뿐더러, 여주와 정국의 관계에 대한 걱정에 다들 마음이 무거웠다.
"...일단 병원부터 갈까요"
당연하게 병원을 먼저 찾는 여주였지만 짤고 굵게 건네오는 냉혈한 태형의 대답은 미쳤냐는 말이었다. 여주의 입장에선 이 상태의 박지민이 병원을 가는 건 당연하다 느꼈겠지만 무리애들의 관점은 전혀 다른 방향이었을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해요?
병원가면 보호자부터 찾을 텐데, 신변확인은
또 어떻게 넘어가려고?"
"아..."
"...어쩌다 다쳤는지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어요?"
"...아니"
"하아... 생각 좀 하고 말을 해요"
가만히 듣던 무리애들 중 한 명인 제니는 인상을 팍 찌푸리면서 대화에 끼어들어 말했다.
"오빠도 지금 언니 입장은 생각 안 하고 말하네,
전정국 저 새끼한테 번호 따이고, 남친은 이 꼴나고...
지금 제일 심란한 게 누군데...!"
"......"
"오빠나 말 좀 가려서 해요, 생각 좀 하고."
제니는 그대로 여주의 손목을 잡더니 조금 빠른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가면서 무리애들과 거리를 띄우기 시작했다. 거의 끌려가다시피 여주는 제니를 따라갔고 제니는 어느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여주에게 말을 시작했다.
"...그 미친새끼가 전화오거나 연락이 오면, 일단 받아요"
"어?..."
"얼마나 집착을 할 지는 모르겠는데, 언니가 반항하면
박지민이 위험해진다는 거 밖에서 다 들었으니까...
일단 만남에는 옹호적인 태도를 보여야해요"
"...응..."
"우리가 도와줄게요. 겁먹지말고."
"......"
"전정국은 나랑 동갑이에요, 열일곱. 아무리 그래봤자
어리다구요. 겁낼 필요 전혀 없어."
제니가 괜찮을 거라며 침착하게도 여주에게 말을 하자 여주는 가슴 속에 한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이 들면서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제니는 그런 여주를 안아주었고.
여주보다 훨씬 키가 큰 제니는 조금 숙여 여주를 안아주기에 꽤나 듬직할 수 있었다.
"흐윽... 흑.... 끕..."
"아이구... 이 작은 언니를 어쩌면 좋아요..."
"으응... 고마워......"
"우리가 더 고맙죠, 박지민 구한 게 누구 덕인데요..."
"...그래도..."
여주가 제니의 품에 안겨 그 자리에서 우는 사이 무리애들이 그들과 가까워지며 옆에 나란히 섰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태형.
"누나... 아까는 미안해요... 내가 말이 너무 심했죠"
"...아니야... 내가 잘못말한 건데 뭐..."
"미안해요..."
"괜찮대도..."
.
.
.
그렇게 그들은 지민의 집으로 다같이 향했고, 어느정도 분위기가 조금씩 되돌아 오는 반면에 정국의 쪽에서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생겨버리고 있었다.

"내가 알아서 해."
"니가 뭘 알아서 해, 니가 뭔데"
"잊었나본데, 나 박회장님 손에 꼽히는 사람이야"
"닥쳐, 너 진짜 그러다가 훅 간다."
여성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누군가와 얘기하는 정국. 그들의 표정에서부터 싸해지는 공기는 어느 누구라도 가늠하기 쉬웠을 것이다.
"뭐라고 보고할 건데"
"죽여도 된다 하시길래 죽일려고도 했습니다만,
김여주라는 여자애를 손에 좀 넣어보고 싶은 마음에
그냥 보냈습니다.
도련님 교육은 제대로 시켜두었으니 염려마세요."
"...그게 다냐?"
"이정도면 되지 않겠냐"
.
.
.
"퍽이나."
정국은 폰을 집어들어 몇 자를 쓰더니 그대로 전송을 누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회장에게 보냈냐는 그녀의 질문에 정국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심하다는 표정의 그녀는 정국에게 답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젓고 자리를 떴다.
그녀가 자리에서 떠나고 중얼거리는 정국.
"시발, 지가 뭔데 신경을 써..."
(지민의 집)
그들이 지민을 이끌고 겨우 도착한 그곳에는 아직까지 여주와 지민의 온기를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그들은 그 집에서도 가장 싸늘한 지민의 방으로 들어갔고, 태형과 현진, 연준은 지민을 데리고 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아마 박지민 씻길려고 들어간 걸 꺼에요.
금방 나오겠죠."
"응..."
차근히 설명해주는 문별에 여주는 알겠다면서 대답했고, 제니는 일단 기다리는 동안 앉아있자며 둘을 끌고 소파로 향했다. 그리고 말을 꺼내는 제니.
"언니."
"응?"
"...학교 가면 선도부 있잖아요..."
"...어"
"그만두는 게 어때요...?"
갑자기 들어온 질문이었기에 여주는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고, 문별과 제니는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여주를 바라보았다.
"아니... 뭐,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앞 뒤 다 자르고 그렇게 얘기하니까 이해가 안되는데..."
"...전정국 말이에요...
언니가 한 번 이상은 만나야 할 텐데 언니가 선도부인거 알면 그 타이틀에 더 호기심이 생길 거에요..."
"...왜?"
"착한 척 하는 거, 가식 떠는 거 전정국은 싫어해요.
하지만 진짜 착한 거, 그거에 넘어가는 거고."
"......"
"언니의 순수한 면이 좋아서 다가가는 거니까 전정국은 아마 언니가 만약 반전적으로 행동한다면
금세 정이 떨어질테니까..."
.
.
.

"그냥 양아치 타이틀 한 번 빌려요, 언니."
"...어떻게...?"
"일단, 우리 선도부부터 내려놓아요. 일이 다 해결되면
그때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 줄테니까요."
"...응... 돌려주겠다는 약속만 해준다면야..."
제니는 고맙다며 여주에게 빠르게 안겼고, 여주는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그런 제니를 토닥거려주었다. 내일부터 다가올 시련이 어떤 건지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그리고 잠시 뒤, 다 씻긴 지민을 데리고 나오는 남자애들에 그녀들은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태형이 말했다.
"일단 지혈은 다 했고, 붕대감을 거 감고
약 바르고 하면 돼. 아 그리고, 옷 입힌 안쪽은 우리가
다 해놨으니까 나갈 필요없이 여기있어도 돼요 누나."
"응... 고마워..."
눈을 꼭 감고 새근새근 숨을 쉬는 지민위 모습에 여주는 다시금 눈물이 나올 뻔했지만, 꾹 참고 바라보기만 했을 뿐이었다. 아니, 아마 모두가 그렇지 않았을까.
지민의 치료가 모두 끝이나자 그들은 한숨을 돌리며 자리에 다들 주저앉아 이야기를 했다. 여주의 폰에 무슨 연락이 와있는지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이번 일요일 오전 11시에 ××아트홀 앞.
점심이나 같이 먹을까요?」
「영화 뭐 좋아하는지 말해줄 수 있어요? 같이 봐요.」
「하긴, 지민이 형 때문에 경황이 없겠네.
오늘은 기다릴테니까 천천히 연락 남겨놔요.」
-전정국-
@흐흠... 큼... 다음은 둘의 데잍... 아닌 데잍... 아니...
@고구마까진 아닐지어다! 절 믿으세요 여러분.
(손팅 안해주면 믿음을 져버려야ㅈ...)) = 손팅해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