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부 누나, 한 번만 봐줘요"

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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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그날 저녁, 정국의 연락을 확인하게 된 여주와 무리애들은 머릿속이 아주 복잡해졌다. 읽음표시는 이미 사라졌고, 여주는 답을 해야만 하는 그 상황 속에서 쉬이 말을 꺼내어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민은 여전히 정신을 잃고 방에서 자고만 있을 뿐.





"...일단 대답을 해야겠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여주의 물음에 답을 하는 사람은 연준이었다. 연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분위기가 잔뜩 잡혀있었고, 일상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혹시 누나, 내가 말한 거 그대로 적어줄래요...?"


"응..."





연준은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만나기 전에 한가지 약속해줘요."





연준의 말대로 적고 보내기를 누른 여주. 곧이어 답장이 왔다는 듯 알림음이 들리고, 정국에게서 문자가 왔다.





「답장 한 번 되게 늦네...
그래서, 뭘 바라는데요?」





"스킨쉽이나 폭력은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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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그렇게 적어?"


"네. 만에 하나의 가능성도 열어두면 안되니깐요..."


"알았어..."





타닥타닥, 글을 적고 보낸 여주는 정국에게서 과연 어떤 대답이 돌아오게 될지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뜸을 들여 온 대답.





「음...누나가 내 심기만 건들지 않는다면요?」





답장을 읽고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여주는 한숨을 길게 푹 내쉬었고, 무리애들 또한 더 깊이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조금 뒤에 다시 오는 메세지.





「그래서, 일요일에 만나는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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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입고 와요,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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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당일이 되기 전 며칠 동안, 여주는 전정국이라는 사람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리 싸움을 잘하던, 누가봐도 못 꺾을 것 같던 기세의 박지민을 잔뜩 꺾어놓다 못해 반을 죽여놨으니, 그럴만한 걱정이었다.

선도부장의 자리를 내려놓고, 남은 시간동안 무리애들에게 간단한 호신술 몇가지를 배우고 말투도 바꾸려 애를 쓰는 여주. 그런 여주를 계속해서 도와주는 무리애들도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디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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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가 아침에 골라준 휘황찬란한 옷을 입고는 평소의 모습과는 완전 다르게 한 여주였다. 진한 메이크업에 여주의 룩은 언뜩 봐선 클럽이나 갈만한 모습이었다.

그런 여주가 ××아트홀앞의 거리를 지나자 시선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기다리던 정국 또한 시선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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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를 찾은 정국은 손을 들었고 두리번 거리던 여주의 시야에 들었다. 그리고 정국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여주의 걸음걸이는 한껏 달라진 모습이었다.





"뭐에요, 소문의 그런 모습은 아니네?"


"그런 모습이 뭔데요"


"...음... 선도부 누나 스타일?"


"미안하지만 선도부는 진작에 때려치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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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남친 물들었나보죠"





소문으로 들었던 바와는 달리 여주의 까칠한 표정과 날이 선 말투에 정국은 흥미로운 웃음을 지었다. 그에 여주는 왜 웃냐고 물었고 그냥이라며 얼렁뚱땅 넘어가는 대답을 늘여놓는 정국이었다.





"뭐, 근처 카페나 가서 앉죠"


"왜요?"


"아직 점심시간치곤 이르니까?"


"...그래요"





그렇게 카페로 향하는 둘. 바뀐 모습과 다르게 하는 그 말투와는 상반되는 것이었지만 여주의 걸음에서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무언가의 압박감과 두려움에 몸부림을 제한 받고 있는 사람 마냥 그런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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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내부의 카페는 은은한 솔잎향으로 가득 차있었고, 그곳에 발을 들이는 둘. 몇걸음쯤 걸었을까 정국은 여주에게 음료를 고르라 말하고 아이스티라 중얼거리듯 말하는 여주에 정국은 곧바로 카운터로 걸어갔다.

여주는 햇볓이 잘 드는 창가에 자리를 잡아 앉았다.





"아, 벌써 자리 잡았네요?"


"별로에요?"


"아니요, 좋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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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 되게 좋다, 그쵸"


"...딱히 뭐 잘 모르겠는데요"


"......"





계속해서 딱딱하게 받아치는 여주의 말투와 행동에 정국은 심히 언짢아 보였지만 애써 참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걸 여주가 알리 없었을까...





"...영화는 뭐 좋아하는데요?"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진짜요? 그럼 이번에 새로 나온 보×스 볼래요?"


"그거 봤어요"


"아... 그럼 어벤×스라도 볼래요?"


"히어로물은 딱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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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보지 말까요?"


"그럴까요?"


"......"





때마침 울리는 벨에 정국은 음료를 가지러 자리에서 일어났고, 정국이 자리를 비우자 그제서야 숨을 고르는 여주였다. 파르르 떨리는 두 손을 부여잡은 채로 말이다.





"자, 얼른 마셔요"


"고마워요"


"뭐, 누나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잘 모르겠는데요"


"...그럼 천천히 생각하고 나중에 말해줘요"


"네"





정국은 표정이 점점 굳어갔고, 여주는 여전히 딱딱하게만 굴었다. 정적 속에 음료의 양은 빠르게도 줄어갔고, 둘의 음료가 거의 다 사라져 갈 때쯤 정국이 나가자며 말을 걸었다.

밖으로 나온 둘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할 건, 생각해봤어요?"


"...아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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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랑 있고 싶긴 해요?"





"......"


"아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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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좆같은 연기는 때려치우고 좀 말해봐.
하나도 안 어울리니까."


"......"


"아 진짜 빡돌게 하네 이 누나?"





정국은 고개를 한 번 위로 들었다 다시 내리고 여주의 손목을 낚아채어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리 깊이 들어가지 않아 여주는 정국의 손을 뿌리쳤고 정국은 작게 욕을 한 뒤에 한숨을 내쉬었다.





"...나한테 반항이 하고 싶은 거였다면 
시발 존나 성공적인데, 축하해요."


"......"


"근데, 그런 말투하고 표정은 심기에 거슬리잖아."





정국은 여주를 벽으로 밀고 벽에 부딫힌 여주가 아, 하고 말했을 땐 정국이 이미 너무나도 가까웠다. 정국이 오른손을 들어 여주의 머리에 가져다대자 여주는 흠칫 놀라는 눈치였다.





"...나한테 잘 보여야 되는 거 아니에요?"





정국의 오른손은 그대로 여주의 목 뒤를 지나 어깨까지 쓸어내려갔다.





"내가 말했잖아요,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박지민 
다시 데려가는 수가 있다고."





정국의 손이 여주의 허리쯤에 도달하자, 정국은 확 자신의 쪽으로 여주의 허리를 잡아당겼다.





"...!"


"내가 이런 옷 싫어하는 거 그 새끼들이 
가르쳐준거에요?"


"...아니..."


"근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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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좀 꼴리는데"



























@으음... 오늘 정국옵 컨셉 지대로에요... 큼...

@손팅 안해주면 삐져서 또 4일 쉬어버린다!!(사실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