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연준, 나의 99번째 피터팬의 이름이었다.
" 잘있어, 팅커벨. "
" 가지마 피터, 이곳은 너가 필요해. "
" 팅커벨, 이곳은 [피터팬]이 필요하지 [휴닝카이]가 필요한게 아니야. "
나는 그 어떤말로도 그 아이를 붙잡을 수가 없다는걸 알았기에 침묵으로 그를 보내주었다.
'' 안녕, 네버랜드 my love. ''
피터는, 아니 이젠 훌쩍 커버린 휴닝이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 네버랜드, my love 이젠 안녕. ''
그의 표정이 너무나 평온해보였다. 그 어느 네버랜드를 사랑했던 피터팬처럼, 모든 나의 무책임한 낙원에서 벗어난 내 피터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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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니 나의 피터팬이 나에게 남기고 간 말이 귀에 맴돌았다. 이명처럼 울렸다.
'' 네버랜드, my love. 네버랜드, my love. 정말 이젠 안녕, 제발 안녕 네버랜드. ''
몇번이고 이명처럼 귀에 맴도는 수많은 피터의 마지막 말을 반복하면 사라질까했지만 이명은 선명해질뿐 사라지지 않았다.
" 이제 관 속에서 눈을 뜨는 취미는 좀 버리시지? "
나는 피터가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 후크의 목소리와 섞여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천천히 떴다.
시선을 굴려 관 속에 누워있는 나를 내려다보는 리테프 빈 후크 를 바라보았다. 그의 뒤로 보이는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한 우중충한 날씨가 보였다.
버려진 자들의 섬이라 여겨지는 저주받은 해적선이었다.
" 글쎄... 이정도면 피터가 버린 나의 네버랜드가 나를 죽게 내버려둘 줄 알았지? "
" 너의 네버랜드가? "
후크는 비아냥거리며 내게 말을 했다. 그에 말에 화라도 내고 싶었지만 지금은 화를 낼 힘도 없었다.
" 이번일도 잊지않고 꼭 기억하지. 너의 98번째 탄생을 축하해줄 사람이 필요하잖아? "
" 재수없게 긍정적으로 말하지마. 97번째 자살을 실패한 것뿐이잖아. "
내 말을 들은 후크는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관에서 나오는 내 손을 잡으며 내가 무사히 관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와주었다.
" 또 죽지마. 너가 죽어있는걸 보는건 이제 질렸어. "
나는 후크의 손을 강하게 잡으며 물어보았다.
" 후크, 왜 피터는 버림받은 섬에서 태어나는거야? "
내 말을 들은 후크는 내가 그에게 이런 질문을 한 사실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턱을 만지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 글쎄? 나도 이유를 말해줄 수는 없어.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이름만 버림받은 섬일 뿐 여기가 얼마나 훌륭한 곳인지 너도 알고있잖아? "
후크에 말을 들은 나는 한숨을 푹 쉬며 줄리 로저를 한번 손가락으로 쓱 쓸었다. 그러자 내 손엔 회색빛의 먼지가 가득 묻어났다.
나는 그 먼지를 후크에게 보여주었다.
" 정말 유령이 나올 법한 이 난파선이? "
나는 손에 붙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내 말에 후크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 난파선이라니!! 졸리 로저는 정말 대단한 배였다고!!! 너도 여기에 자주 오잖아! "
" 그렇다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죽을 수는 없잖아? "
" 그래서 저주받은 이 섬에 오는거야? "
" 전설을 무서워하는 별들이 이곳을 찾을 생각을 안하니 이곳은 아무도 모르는 장소잖아? 그래서 오는거야. "
" 이곳을 아는건 너 하나가 아니야. 너랑 나, 둘이라고. "
후크는 입술을 꽉 깨물곤 내 시선을 피했다. 네버랜드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어두운 감정이었다.
참으로 웃긴 말이다. 네버랜드에서 가장 표정과 감정이 풍부한 아이가 다름 아닌 리테프 빈 후크라니.
" 하... 피터팬은 곧 올거야. 준비하고 있어 "
후크의 말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줄리 로저를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후크는 그런 내 주위를 서성이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한 원인이 너라고 생각하지마 웬디. "
" ...웬디? "
'' 어엇... 미, 미안... 웬디가 입에 붙어ㅅ... ''
나는 깜짝 놀라 후크를 휙 올려다보았다. 그의 입에서 웬디가 나오다니. 눈에서 눈물이 툭하고 떨어져버렸다.
'' 미안해 팅커벨... ''
" 후크, 너 설마... 이번 피터팬도 너가 도와준거야? 그가 웬디를 찾을 수 있게??? "
내 눈물에 깜짝 놀란 후크는 내 시선을 피했다.
'' ...피터는 정말 네버랜드를 사랑했어. ''
'' 그래, 그런데 떠났지. 모든 피터팬처럼. ''
또다시 나의 피터팬이 나에게 남기고 간 말이 귀에 맴돌았다. 이명처럼 울렸다.
'' 후크... 넌 정말 못된 아이야. 다신... 널 보고싶지 않아!! ''
나는 후크를 한번 쏘아붙이곤 나의 낙원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내 가슴에 휴닝이가 된 [피터팬]을 품고서.

이젠 정말 98번째 피터팬을 놓아줄 때가 온것같다. 그를 기다리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휴닝이는 두번다시 이 낙원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다.
'' 안녕, 피터. ''
내가 이미 떠난 그에게 작별인사를 하자 내 귀에 맴돌던 이명이 사라졌다. 거지같은 네버랜드. 이제서야 날 내버려두는구나.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눈을 천천히 떴다.
'' 이번엔 오래걸렸네. 후크랑 싸운게 문제가 된건가? 아님 이번... 아니 이젠 저번이지. 지난 피터팬이 꽤나 오래 살았나보다. ''

나는 중얼거리며 세계수 밑에 잠들어있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눈쌀을 찌푸렸다.
'' 안녕, 피터. ''
내 인사에 아이는 천천히 눈을 뜨며 물었다.
'' 누구...세요? ''
'' 나는 너를 수호해줄 팅커벨이야. 우리들의 낙원에 온걸 환영해, 피터 ''
나는 피터팬이 앉아있는 그곳에 다가섰고 피터팬의 눈을 가린 머리카락을 살며시 치워주었다. 그러자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음이 보였다.
'' 너의 이름이 뭐니? ''

'' ...최연준. ''
머뭇거리던 그는 살포시 웃으며 이름을 알려주었다.
최연준, 나의 99번째 피터팬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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훜으훜으
후크 정체가 드러날까봐 움짤을 쓰지 못했다능...
이번화에 대빵 중요한 떡밥하나 뿌렷어요 히히
떡밥 하나하나 뿌리고 줍는 재미를 빨리 느끼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