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를 떠나며

02. 안녕, 네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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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네버, 네버랜드여


















 
 " 안녕... 나의 네버랜드. "






 내가 이 네버랜드에 언제부터 있었는지, 또 언제부터 네버랜드가 존재라는지도 모르겠다.

 내 이름은 팅커벨이 아니지만 모두가 나를 팅커벨이라고 부르기에 어느 순간부터 내 진짜 이름을 잊어버렸다.


 모두들 나를 나의 네버랜드에 수호신쯤으로 여기는 듯했다. 네버랜드에선 아이들마다 정해진 생명이 있는데 누군가는 그게 하나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섯개 이상일 수도 있다. 기준도 모르고 이유도 모른다. 그저 특성 중 하나일 뿐이다.






 " 오늘은 부디 죽을 수 있기를. "






 나는 이 말 한마디를 딱 하고 두 눈을 감았다. 손이 벌벌 떨렸지만 이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이번에도 실패할거라는 두려움이었다.






 " 안녕, 안녕. 부디 안녕. "






 나는 안녕을 주문처럼 중얼거리며 있는 힘껏 손에 쥐어진 칼로 내 심장을 뚫었다. 평소처럼, 아니 평소보다 피가 더 많이 흘렸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안다는 속담처럼 나날이 찌르는 실력이 늘어가는 듯했다.






 " 안녕, 안녕. 제발 안녕. "






 나는 비틀거리다가 큰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정신은 점점 아득해져갔고 고통은 천천히 멀어져갔다. 나는 내 모든 힘을 다 쏟아내 환하게 웃었다.






 " 하하핳... 안녕, 나의 네버, 네버랜드여. "






 사라지는 감각이 아닌 아득해져만 가는 감각에 나는 허탈로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도 난 환생을 할것이다.








늘 그렇듯






 완벽한 99번째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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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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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어나셨습니까? "












 눈을 천천히 뜨며 소리가 나는 곳을 돌아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나는 다시 시선을 옮겨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안녕, 네버랜드... "













 바닥에 앉아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던 연준이가 자리에 일어나 내가 누워있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 안녕, 최연준 "












 연준이는 내 머리를 살짝 넘겨주었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미소를 지어보냈는데 그는 그 미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 팅커벨. 또 죽으셨습니까? "


" 또라니? "


" ...실은 수빈이한테 들었습니다. 팅커벨이 자살시도를 한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


'' 유감스럽네. ''













연준이의 입에서 수빈이의 이름이 나오자 피식 바람새는 소리가 났다. 그렇게 미친듯이 싸우고 나서도 죽은 날 위해 오는 친구는 그밖에 없을 것이다.













 " 응, 이번에도 죽지 못했어. 영광스러운 99번째 실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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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자꾸 자살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












 나는 그런 연준이의 인상을 꾹꾹 눌러주었다. 세상 날티나게 생겨서 귀엽게 인상을 찌푸리긴.













 " 다들 살고싶어서 안달인데 왜 팅커벨은 죽으러하는겁니까? "


 " 글쎄... 나도 모르겠어. 내가 얼마나 더 죽어야하는지. "











 동문서답과도 같은 내 답에 질렸는지 연준이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양 옆으로 흔들었다. 아마 반쯤 포기한 얼굴이었다.












 " 왜 죽고싶으신겁니까? "












 그의 말을 듣고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왜 죽고싶은지 사실대로 말하면 믿어줄 사람 하나 없고 만약에 정말 만약에 내가 누군가에게 이토록 간절히 죽고 싶은 이유를 털어놔도 그게 피터팬이 되서는 안된다.











 " ...그냥 보고싶은 사람이 있어서. "












 내 말을 들은 연준이는 말을 더듬었다. 최대한 담백하게 이야기를 전했는데 그는 당황했는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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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 보고싶은사람이... 그... 주, 죽었...습니까? "











 연준이의 말을 들은 나는 그의 손을 토닥여주었다. 그리곤 싱긋 웃으며 답했다.











 " 죽었는데, 아직 살아있어. "


 " 무슨 뜨거운 눈사람과 같은 소리네요. "












 연준이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 일어났다. 그러자 연준이는 황급히 나를 다시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












 " 아직 회복이 덜 된듯합니다. 부디 조금만 더 쉬었다가... "











 나는 연준이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마추며 말했다.












 " 걱정마 연준아. 자, 다시 하루를 시작해볼까? "












 연준이는 내가 입을 맞춘 이마를 쓰다듬었다. 발그래한 두 볼을 보니 마치 누군가가 떠올랐다.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 치이... 왜 팅커벨은 저를 이름으로 부릅니까? "


 " 그게 이름이 있는 이유니까. 아, 너의 이름을 아무한테도 알려주지마. "


" 그럼요. 아무도 제 이름을 몰라요. "


" 최수빈도? "










내 물음에 연준이는 입에 바람을 가득 넣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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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수빈이와 아무리 친해도 제겐 팅커벨이 더 소중해요. 당연히 팅커벨과의 약속을 지켰죠! "










연준이는 칭찬해달라는 듯 들뜬 상태로 말했고 나는 그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내가 쓰다듬어주자 연준이는 고개를 푹 숙이며 붉어진 얼굴을 가렸다.











 " 다들 절 피터팬이라고 부릅니다. 친한이들은 애칭처럼 피터라고 부르죠. 팅커벨을 팅커벨이라 부르듯이요. "







말을 마친 연준이는 내심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나는 팅커벨이니까 너를 이름으로 부를거야. "








내 말을 들은 연준이의 얼굴에는 옅은 실망이 묻어나있었다. 연준이는 단호하게 답해서인지 움찔움찔거리다가 작게 웅얼거리며 말했다.








 " 저는 팅커벨이 저를 피터라고 불러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당신을 팅커벨이라 부르는 것처럼 말이죠. "


 " 으음~ 싫다면? "


 " 그럼 팅커벨도 제가 당신의 이름을 알려주십시오. "


 " 미안. 난 내 진짜 이름을 잃어버렸거든. 그래서 내가 너를 이름으로 부르는거야. "


" 아... "












 연준이는 작게 탄식을 하더니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연준이의 볼을 쓰다듬어주었다.













 " 그게 너가 너의 이름을 잊지않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