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이 왜 이리 잘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랬었나.? 머리는 잊지 못하고 있었던게 아닐까, 가슴이 이상했다. 심장에서 느껴지는 것은 불규칙했고 눈가는 눈물로 글썽거렸다. 이제 몇번째인지조차 모르겠다.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이별이라도 했던걸까, 어째서 눈물이 나는걸까. 아무리 멈추려해도 지쳐쓰러져 잠들 때까지 눈물은 멈춰지지 않는다.
한편으론 당장이라도 품에 안겨 상처받은 속을 위로받고 싶었다. 그 큰 손으로 내 등을 쓸어줬으면 좋겠다. 다 괜찮다고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오빠가 사줬던 인형을 품에 안았다. 침대 구석에서 몸을 둥굴게 말고 인형에 얼굴을 묻었다.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몇번이고 다짐해봐도 인형이 눈물로 젖어간다.
보고싶다는 말 더 자주 할 걸. 내가 더 열심히 말해줄 걸. 보고싶다는 말, 참 단순한 말인데. 후회가 파도같이 밀려온다. 이렇게 매일같이 후회할 거면서. 같이 있을 때 더 잘할 걸. 항상 옆에 있었주던 사람이, 내 옆자리를 채워주던 사람이 이젠 없다.
자책도 후회도 이젠 그만하고 싶다. 결국엔 그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이 방법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몇번을 머릿속에서만 지웠다 반복했던 것을 해보려고 한다. 자존심이라는 것도 잊은채 아직 지우지도 못한 번호를 꾹꾹 누른다.
뚜르르.. 뚜르르.. 뚝,
통화 연결음이 이어지다 이내 멈춘다.
“ 여보세요, ”
맞아, 이 목소리였지. 여태 내가 찾았던 목소리. 그동안 느꼈던 감정들을 울면서 다 털어놓았다. 그리고 애원했다. 나랑 다시 만나달라고 나는 너 아니면 안된다구.
더는 안 울려고 했는데 나는 왜 눈물을 멈출 수 없었을까. 떨리는 내 목소리를 듣고있는 그 표정이 궁금했다. 오빠도 나와 같은 마음이야? 아니면 정말 내가.., 내가 싫어진거야? 긴 침묵이 이어졌다. 방안에는 울먹이는 내 목소리만 간간히 들렸다.
“ 여주야, 나는 너를.. ”
” 너를 다시 좋아할 자격이 있는걸까. “
” 왜, 왜 그런 말을 하는건데, “
” 자격 그런 말 하지마, 내가 오빠 좋다는데 그게 뭐가 중요해.. “
” 아직도 너무 미안해, 정말. “
” 미안해 할 것 없어. ”
“ 나 오빠 못 잊어, 못 잊을거야. ”
추했다. 추하다 못해 창피했다. 내가 있는 곳에 네가 와주었으면 했다. 널 사랑한다는게 내 창피함을 이겼잖아. 그러니까 돌아와, 나에게로.
나로써 결코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기회를 잡고싶었다. 나는 네가 아니면 안된다. 알려주고 싶었다. 그럼 네가 나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한참 뒤 돌아온 대답은 없었다. 네가 내 앞에 서있다. 그것만으로도 대답은 충분했다. 오빠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있는 힘껏 껴안았다. 그리고 입술을 부딪쳤다. 결국엔 돌아올 수 있었던 거잖아, 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