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썰 풀고 가기

열한 번째 썰 | 나 왕따 좋아했었다? #김태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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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디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너무 설렌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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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교에서 잘생긴 애를 봤다. 그게 사람 얼굴일 리가 없다.
나중에라도 꼭 말을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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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모르게 그 잘생긴 애 옆엔 항상 사람이 없다. 왜일까?
누구라도 반할 것만 같은 외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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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잘생긴 남자애가 다른 애들한테 맞는 걸 봐버렸다.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걸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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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윽, 핫, 읍..! "

" 야 이 개새끼야, 그렇게 소리를 내면 우리가 괴롭히는 것 같잖냐.
응? 좀 닥쳐봐. "

" ... 으흡! "

" 야 쌤온다! "

" 아 X발 진짜. 야 김태형, 운 좋은 줄 알아.
이따 쉬는 시간에 보자? "

" ... "

봐버렸다.

' ...! '

그 애가 맞는 걸.

" 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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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다는 듯 한숨을 한 번 푹 쉬곤
터덜터덜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

" 학생증 떨어트렸는데... "

 이거 없으면 급식 못 먹는데.

" 한여주 뭐해? 곧 종쳐! "

" 어 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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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주. "

" 한여주? "

" 야 한여주!!!! "

" ㅇ..어? "

" 급식먹자고, 왜 불러도 대답이 없어.
뭔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

" 아니 그냥... "

자꾸만 그 애의 뒷모습이 생각났다.

아, 어떡하지. 밥은 먹고 있으려나.

" 오늘 급식 스파게티래. "

" 와 개맛있겠다. "

" ...저기 얘들아, 오늘은 너네 셋이 밥 먹어. 난 어디 좀 가볼게. "

" 뭐야, 한여주 어디가? "

" 신경쓰이는 애가 있어서. 미안해. "

" 한여주 드디어 모쏠 탈출하냐? "

" 아 진짜 - "

" 그래 가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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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예상대로였다.

그 애는 급식실 앞에서 이리저리 서성대고 있었다.

고민하다가 그 애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 야 김태형, 넌 이제 학생증도 없냐? "

" 와 이 새낀 사람도 아니라서 없나봐. "

" X발 ㅋㅋㅋㅋㅋ 존나 불쌍해. "

" ... "

" 야, 귀 먹었냐? 대답좀 해봐. "

" 아 개답답하네, 그냥 가자. 배고프다. "

" 우리 태형이 화장실가서 밥 먹는 거 아니지? 형 걱정된다 - "

확실했다.

얜 왕따였다.

" 저기... 이거. "

" ...! "

" 학생증 찾고 있던 거 맞지? 아까 주웠거든. "

"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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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게 어딘가 신경쓰였다.

" 그... 같이 밥 먹을 사람 없으면 나랑 먹을래?
불편하면 말은 안 걸게. "

" ...안돼. "

" 왜? "

" 너까지 괴롭힘 당할 수도 있어. 다른 애들이랑 먹어. "

" 상관 없어, 그냥 옆에 앉아있기만 할게.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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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와 밥을 같이 먹는 사이로 발전했다. 친구들은 조금 서운해
하긴 해도 별 말 하지 않는다. 태형이는 조금 밝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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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익숙해졌는지 그 애는 말도 조금씩 트기 시작했다.

시시콜콜한 대화도 주고 받고,

그런 일상이 행복했다.

예를 들면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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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넌 왜 내 옆에서 밥 먹어? "

" 그냥, 네 옆에 있는 게 좋아. "

" ... "

갑자기 태형은 밥을 퍽퍽 퍼먹기 시작했다.

" 너 그러다가 체한ㄷ - "

" 커헉, 큽, 으흡. "

"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물 떠줄게. 기다려. "

" ...고마워. "

여전히 태형이는 표현이 서툴지만 조금 밝아졌다.

조금씩 친해져가는 게 눈에 보여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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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점갈래? 매점에 빵 새로 들어왔대. "

" 무슨 빵? 나 매점 가본 적 없는데. "

" 나랑 가보면 되지, 가자. "

" 그래 가ㅈ- "

" 와 김태형, 요즘엔 여자랑 노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

" X발 이 새끼 우리 놔두고 여자랑 놀고 있던거냐? "

근데 그런 행복한 나날들에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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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태형이가 나와 거리를 둔다. 나와 밥 먹는 빈도수도 줄어들었다. 괴롭힘이 심해진 것 같다. 어떡해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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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윽, 합, 읍, 흣. "

" 입 다물라고 했지 새끼야, X발 말을 존나게 안들어요. "

" 이 새끼 이러다 자살 뛰는거 아니냐? "

" 아 그렇네. 태형아, 자살 뛴다고 유서에 우리 이름 적어놓고 그 지랄하면 진짜 니 가족이고 뭐고 싹 다 죽여버린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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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랑 놀던 그 여자애는 구하러 안오냐? 맨날 붙어다니더니. 버려졌나봐? 개불쌍해. "

" ..여주 건들지 ㅁ, 윽! "

" 누가 말해도 된댔냐, 한여주 그년이 제일 소중한가봐? "

' ..! '

태형이가 내게 거리를 두던 이유를 알아버렸다.

나를 자기에게 휘말리지 않게 하려는 최후의 발악이었던 거다.

' 선생님, 선생님한테 가야해. '

교무실이 어디였더라.

아, 저기를 지나가야 하는데.

어떡하지, 저길 지나가면 태형이가 날 볼거야.

부시럭 -

' 아 쓰레기는 왜 여기에 버려놔서는..! '

" 어라? 니가 좋아하는 한여주 여기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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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가 내 앞에서 울었다. 내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어 너무 슬펐다. 내일은 학교에 못 갈 것 같다. 얼굴에 난 상처가 화끈거린다. 태형이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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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일진아, 오늘 김태형이랑 한여주 안나온다는데? "

" 잘됐네. 꼴보기 싫었는데. 한여주 그 년도 멍청해.
왜 그 새끼랑 붙어다녀서는. "

" ..김태형 자살하는 거 아니겠지? "

" 아 좀, 걔가 자살을 왜 하냐? 조금 맞은 거 가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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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밤,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 태형이? 이 시간에 웬 전화지? '

" 여보세요? "

" ...여주야. "

" 어 왜, 무슨 일이야. "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졌다.

왜인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지금 잠깐 공원으로 나올 수 있어? "

" 알겠어, 지금 바로 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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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 가면서도 계속 마음이 불편했다.

태형이가 애들한테 맞는 모습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렸다.

괜찮을까,

나쁜 마음을 먹은 거면 어떡하지,

아 빨리 가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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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야. "

다행히도 태형이는 벤치에 앉아 가만히 있었다.

"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다 부르고.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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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정적에 흐르더니 태형이는 갑자기 눈물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급히 머리를 감싸 안아봐도 울음은 그칠 줄을 몰랐다.

" 내가, 흡, 사실. 히끅, 자살하려 했는데. 흣. "

태형이가 말하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 떨어지려고 밑을 막 바라보는데, 흐읍, 흑. 그 때, 부모님이 생각날 줄 알았는데, 흡. 어이없게도 네 얼굴이 갑자기 막 생각나고, 히끅. 너를.너를 , 앞으로 못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죽기가 싫,. 흡 싫어져서."

" ... "

" 나, 흐븝,. 너랑, ㅎ. 잘해보고, 싶어. 진짜 갑작스러울 거, 아는.아는데, 난 너 없으면,.흡 이제 못, . 못 살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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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네가 살아줘서 다행이야. "

" 응, 나도 다행이야. "

" 넌 왜? "

" 나 너 엄청 좋아했거든, 너랑 못 살면 난 진짜 죽어. "

" 아 진짜, 얼른 사진이나 골라봐. 이게 나아 이게 나아. "

" 여주는 뭘 해도 예뻐, 얼굴에 똥을 발라도 예쁠거야. "

" 누가 웨딩사진에 똥바른 사진을 넣어, 얼른. "

" 난 이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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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

" ... 수작부리지 말고. "

" 사랑해 진짜. "

" ..나도 사랑해. "













열한 번째 썰 | 나 왕따 좋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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