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좋아해. "
" 뭘? "
-
볼 꼴 못볼 꼴 다 본 사이.
좋은 말로 소꿉친구, 나쁜 말로 부X친구.

박지민과 난 10년째 친구이다.
자의던 타의던 간에 상관 없이 우린 초중고 모두 같이 나왔다.
물론 부모님까지 친한 건 덤.
" 야 여주연, 빼빼로 받았냐? "
그리고 오늘은 빼빼로데이.
" 짜란 - 많지? "
" 와 진짜 많네, 몇 개야 이게. "
" ㅎㅎ "
" 근데 내가 더 많아. "
그렇게 자랑하는 박지민의 가방에서 빼빼로가 와르르 떨어졌다.
그렇다. 박지민은 인기가 많다.
" 넌 무슨 아이돌이냐..? 일반인 맞아? "
" 내가 또 인기남이잖아 - 근데 넌 나한테 빼빼로 안주냐? "
" 갑자기? 받고 싶어? "
" 응, 나 쿠앤크맛 좋아하는데. "
" 어쩌라고 여기 많이 있잖아. "
" 별로 없어. "
" 지민이는 눈을 좀 뜨고 살까? 이거 다 세려면 10년 걸리겠다. "
" 그래. 난 포기할게. "
" 그러는 넌 나한테 왜 빼빼로 안줘. "
" 줄까? 받고 싶어? "
그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주연을 보며 지민이 말했다.
" 너가 주면 나도 줄게. "
-
우린 이런 특별한 날에 인색했다.
" 그러고보니까 챙기는 건 생일밖에 없네. "
10년동안 쌓인 인연 탓인지
서로의 핸드폰엔 서로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했지만,
" 크리스마스도 안챙기는데, 우리가 언제 이런 걸 챙겼다고. "
" 그렇긴 해. "
정작 우리가 서로에게 해주는 건 -
-
" 생일빵은 해야지? "
" 아니 미쳤냐? X나 세게 때리네. "
생일빵 때리기.
-

" 너가 차였다고? 그새낀 멀리는 못보네. "
" 무슨 뜻이야? "
" 지금은 벗어나서 너무 좋겠지만 걔 얼마 안가서 후회할걸? "
" 벗어나서 좋다는 건 뭐야. "
위로 아닌 위로 해주기.
-
" 그럼 우리 이렇게 하자. "
" 뭐, 내기라도 하게? "
" 오늘 안에 빼빼로 더 많이 받는 사람 소원 들어주기. "
" 미쳤냐? 당연히 내가 지지. "
" 너도 인기 많잖아 - 열심히 해봐! "
" 야 박지민!!! "
-
지금 내가 받은 빼빼로는 15개.
" 박지민은 몇 개였지..? "
나보다 많은 거 보면 적어도 20개는 넘게 받은 것 같은데.
" 사람을 어디서 구해... "
그리고 소원은 또 뭔 소원이야.
또 보나마나 개수작부리면서 지 짝사랑좀 해결해달라 하겠지.

생긴건 병아리같이 생겨서는 하는 짓은 여우야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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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연, 몇 개 받았냐? "
" 15개. "
그렇다. 결국 사람은 못 구했다.
" 내가 이겼네? "
" 넌 몇 개 받았는데? "
" 25개. 쩔지. "
" 그래 너 잘났다. 그래서 소원이 뭔데. "
" 나도 빼빼로 사줘. "
" 너 많이 받았잖아. 그리고 빼빼로데이도 끝났는데? "
" 너한테 한 번도 받은 적 없잖아. 사줘. 이게 소원이야. "
소원도 참 소박하다.
부X친구 돈 뜯어내는 게 목적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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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맛. "
" 음... 쿠앤크? "
" 좋냐? 빼빼로부자네 아주. "
" 당연하지. 나 지금 너무 행복해. "
" 이제 너 빼빼로 먹고 돼지된다. "
" 괜찮아, 난 좋아해. "
" 뭘? "
" 살 찌는 것도 좋고 빼빼로도 좋고. 그리고, "
" 그리고? "
" 너도 좋아. "

사이좋게 입에 하나씩 문 빼빼로가 쓰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 뭐? "
" 너 좋아한다고. "
" 나 지금 빼빼로가 써지려고 해. "
" 너 10년 짝사랑하는 것 보단 덜 써. "
얘가 드디어 미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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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빼빼로데이 때 고백했어야지. 날짜가 애매하잖아. "
" 뭐가, 딱 좋은데. "
" 그래... 또 25개 받은 박지민씨. "
" 왜, 질투나? 너도 먹을래? "
" 됐거든! "
" 그래? 그럼 나 혼자 다 먹지 뭐. "

" 지민아 사실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하거든. 나도 빼빼로 좋아해. "
" 내가 좋은거야 빼빼로가 좋은거야..? "
여섯 번째 썰 | 다 지난 빼빼로데이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