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이거 드라마 아니야. 정신 차려. 너 나 없이 살 수 있어? "
그래. 나도 안다.
너 없인 못 산다는 거.
" 응. 자신 있어. "
-
우리가 이별을 준비하는 방법은 별 거 없었다.
" ..나 너랑 이혼하고 싶어. "
" ..뭐? "

덤덤했다.
우리의 사랑은 뜨거웠던 적도, 차게 식었던 적도 없었다.
" 난 미적지근한 거 싫어서. "
-
그리고 순차적으로 진행되던 상황은,
" 어, 왔어? "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다.
" 일찍 왔네. "
" 너 기다리는 동안 나 먼저 다 써놨어. 너만 싸인하면 돼. "
" 응, 커피는? "
" 아무거나 시켜줘. "
여긴 맛있는 게 참 많았다.
들어오면 풍기는 빵냄새를 둘 다 좋아했다.
그렇지만 오늘은
" 아이스아메리카노 두 잔이요. "
커피만 두 잔 시키기로 했다.
-
안에 있는 단어들은 짜증나게 다 어려운 단어들 뿐이었다.
" ... "
전정국은 뭐가 그리 차분한지 커피만 쪽쪽 빨아댔다.
" 다 썼어. 내는 건 내가 할ㄱ - "
탁 -
" 아 미안, 실수. "

" 어쩔거야. 커피 쏟아서 다 젖었잖아. "
" 다음 주로 미루지 뭐. "
" ... "
진심이 하나도 안 담겨있는 표정이다.
이건 분명 고의다.
" ..너 나랑 이혼을 하겠다는거야 말겠다는ㄱ "
" 이유가 뭔데. "
" ... "
" 이유가 뭐냐고. "
" 말했잖아. 미적지근한 거 싫다고. "
" 그게 이유일 리가 없잖아. 우린 10년동안 이렇게 살았는데. 그냥 내 착각이었던거야? "
" ... "
" 말해봐. 들어줄테니까. "
" 그게 끝이야. "
" 이거 드라마 아니야. 정신차려. 너 나 없이 살 수 있어? "
그래. 나도 안다.
너 없인 못 산다는 거.
" 응, 자신 있어. "
-
아니.
사실 자신 없다.
-
" 아니 전정국 저기 벌레 있다고!!!! "
" 아 김여주 진짜 귀찮게 하네. 너 나 없이 어떻게 살래? "
" 아 그딴 상상을 왜 해 - 벌레나 잡아. 아 저기 날아오잖아!!!!! "
-
" ..야 전정국. "
" ...응. "
" 나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데, "
" 응. "
" 너 발 개차가우니까 갖다 대지 마. "
" 아잇 들켰네... "
" 일어나기나 해. 얼른 씻어. "
" 아 너 먼저 씻어. "
" 먼저 씻으면 떡볶이 해줌. "
" 아 진짜... "
-
" ..난 아쉬울 거 없어. "
" ... "
" 갈게. 서류 다시 준비해서 연락할 테니까 다음 주 쯤에 만나자. "
" 싫어. "
" ... "
" 가지 마. "

" ... "
왜 전정국이 아쉬워하는 걸까.
아쉬워해야할 건 난데.
" 장난치지 말고. 그냥 집 가서 밥 먹으면서 짱구나 보자. 예전같이. "
" 뭐? "
어이가 없었다.
고작 꺼낸다는 말이 짱구나 보자라니.
그걸 진심으로 말하는 전정국이 안쓰러워보일 정도였다.
" 그러고도 생각 안 바뀌면 이혼해. 그 땐 놔줄게. "
" ... "
" 근데 지금은 싫어. 너 요즘 이상해. 뭔 일 있지. "
이래서 전정국이 짜증난다.
눈치는 더럽게 빨라선.
-
-
" 와, 이혼하려던 이유를 5년만에 얘기해주는 사람이 어딨냐. "
" 닥쳐. "
" 너가 회사에서 잘렸다고 내가 널 싫어하게 되냐? 진짜 어이없네. "
" 나름대로 그 땐 진짜 큰 고민거리였다고. 결혼도 일찍해서 모아둔 돈도 별로 없지, 불경기라 자꾸 신경 예민해지는데 회사는 잘리지. "
" 너 내가 그 때 안잡았으면 어쩌려 그랬냐? "
" 뭐... 한강 물 온도나 확인해볼까 했지. "
" 미쳤네. 밥이나 먹어라. 나 오늘 된장찌개 좀 잘 끓였어. "

" ..맛은 있네. "
열세 번째 썰 | 이혼서류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