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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가난이 싫다.
내 안에 있는 열등감을 자꾸만 끄집어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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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너도 싫었다.

그렇게 여유넘치게 웃는 게 조금,
아니 많이 재수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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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 여유가 연기인 줄만 알았다.
항상 베푸는 모습만 보여주면서 이미지 관리나 하려나보다 싶었는데,
" 난 너가 좋으니까. 너한테 주는 것 따윈 아깝지 않아. "
연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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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유가 어디서 그렇게 나오나 싶었다.
그냥 느긋하고 생각이 없나 했었다.
항상
" 넌 꿈이 뭐야? "
라고 물으면,
" 글쎄, 생각해본 적 없어. 그냥 너랑 있고 싶어. "
그냥 이런 식으로 대충 대답하고 넘기곤 했으니까.
근데 그 애랑 다니면서 깨달았다.
" 여주는 은보다 금이 어울리는 것 같아. "

" ..그래? "
" 이것도 주세요. "
" 야, 돈 그만 써. 너 대학생이잖아. "
" 괜찮아. 내가 말했잖아. 너한테 쓰는 건 안 아깝다고. "
" ... "
" 너 가방도 하나 보러가자. 사줄게. "
그냥 자연스럽게 눈에 보였다.
그건 돈에서 나오는 여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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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헤어지자 말했다.
" 우리 헤어지자. "
너랑 더 있으면 내 열등감이 너한테도 보이게 될까봐.
"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
" 나 이제 너랑 노닥거릴 시간 없어.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졌어. "
" 넌 내가 제일 뒷전이야? 내가 제일 버리기 쉬워? "
" ... "
그리고 내가 가진 건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 난 가진 거 없어. 그러니까 널 버리는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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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너는,
" 여주씨는 이 회사에 어떻게 지원하게 됐습니까? "

여전히 그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 우리 회사의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죠? "
여전히 빛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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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하이브입니다. 면접 최종합격을 축하드립니다. ]
헤어진지 3년이나 지났지만 불편한 건 매한가지였다.
20살 때부터 6년동안 사귀었으니까.
" ..그냥 가지 말까. "
고민이 많이 됐다.
" 아니지. 내가 왜 불편해야해. 돈 벌러 가는거잖아. "
그렇지만 난 내 상황이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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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여기 사원증 받으시고. "
" 아 네, 감사합니다. "
" 마케팅부서 김석진 부장이라고 합니다. "
여유 넘치게 웃는 김석진은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오히려 나를 처음보는 사람인듯, 격식을 차려서 말하는 게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 여주씨는 한동안 제 옆에서 일을 배우시게 될겁니다.
자리도 제 바로 옆자리고요. "
" ... "
" ..잘 지내셨습니까? "

열두 번째 썰 | 신데렐라는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