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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은 단호했다.
" 석진아, 만약에 내가 헤어지자 그러면 어떡할거야? "
" 뭘 그런 상상을 해. 소름끼쳐. "
" 아니 그래도 생각해봐. 어떡할거야? "
" ... 다신 안 봐. "
" ... "
" 연락도 절대 안하고, 너가 다닐만한 곳은 피해다닐거고. "
" 그리고? "
" 그냥 기억에서 지워버릴거야. "
" 너무하다. 어떻게 그래 사람이. "
" 그러니까 헤어지지 말자는 소리지. "
-
김석진은 이 말을 아주 잘 지켰었다.
내가 술에 취에 전화를 해도
[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오며 - ]
한 번을 받질 않았고,
같은 동네라 하루에 한 번은 꼭 마주쳤는데도
헤어진 이후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 김석진이,
-
나한테 안부인사를 한다.
" ..잘 지내셨습니까? "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
면접에서 김여주를 마주쳐버렸을 땐 허무해 미칠 지경이었다.
3년동안 죽도록 피해다녔는데,
만난 곳이 회사라니.
자리에서 박차고 나가고 싶었다.
아니,
그냥 김여주를 한 번만 껴안고 싶었다.
-
김여주는 잔인했다.
내 청춘의 기억들에 전부 끼어들어놓고는
" 난 가진 거 없어. 그러니까 널 버리는거야. "
" ... "
" 너가 그랬잖아. 헤어지면 기억에서 지워버릴거라고. "
" 너 진짜 - "
" 지워. 기억에서. 전부 다. "
말 한마디로 자길 정리하라며 떠났다.
-
그 이후 김여주를 보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휩싸였다.
그리고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 자네도 이제 부장이야. 아버지가 회장인데도 손 한 번 안 벌리고 승진하다니, 대단하네 정말. "
빛나는 사람이 되는 거였다.
-
그러니까 내 계획은 김여주 없이 여유롭고 빛나는 나를 보여주는 거였는데...
" ..잘 지내셨습니까? "
다 망쳤다.
이게 아닌데.
-
누가 눈으로 레이저를 쏘는 기분이다.
그게 누구냐고?
당연히...
" ... "

6시간 째 무서운 표정으로 노려보는 김석진이다.
내가 뭘 잘못했던가?
왜 저렇게 쳐다보는거지.
아, 그냥 내가 싫은가?
아니지. 안부인사까지 했잖아.
" ..제 얼굴에 뭐가 있나요 부장님? "
" 아뇨. 깨끗하네요. "
" 근데 왜... "
" 벌써 6시네요. 오늘 신입도 왔는데, 회식 한 번 할까요? "
씹혔다.
-
" 자자, 다들 먹고 싶은 거 시키시고. 막차 끊기기 전에 돌아갈 수 있도록 술도 조절 잘 하세요. 전 잠시 화장실좀 다녀오겠습니다. "
무슨 속셈인지 알 수가 없다.
갑자기 안부인사를 하질 않나,
아까는 죽도록 째려보더니 이젠 회식이라며 나를 자기 옆에 떡하니 앉혀놓는다.
' 아무리 봐도 김석진도 은은하게 미쳤어. '
화장실 갔다오면 무슨 생각인지 물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 ..근데 부장님은 화장실 가서 안오시네요? "
아무리 기다려도 김석진은 오질 않았다.
" 아, 유명해요. 회식할 때 제일 먼저 도망가기로. "
" 네? "
" 주사가 심하댔나, 그래서 술 먹을 상황 피하려고 항상 화장실 갔다오겠다면서 카드 놓고 혼자 편의점으로 도망가더라고요. "
" 맞아요, 번번히 걸리는데도 꾸준히 도망가요. 아님 뭐 찔리는 게 있나... "
" 낙하산이잖아요. 그러니까 무서워서 튀죠. "
" 아잇... 신입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말랬잖아요... "
" ..낙하산이요? "
" 몰랐어요? 김부장 아빠가 이 회사 회장이잖아요. 근데 또 재수없게 인턴부터 시작해서 사람 짜증나게 하고. "
" 그러니까요. 맨날 웃고있는 것도 그렇고. 재수없긴 해요. "
술이 들어가니 못하는 말이 없었다.
이래서 도망간 거구나.
" 저는 먼저 가볼게요, 집에서 해야할 일이 있어서... "
" 여주씨! 어디가! 김부장 닮아가요? "
-
" 편의점으로 도망갔다던데, 진짜였네. "
" ... "
" 왜 도망다녀. 소문 다 나있더라. "
" 그냥. 사람들이랑 있기 싫어서. "
" 뭐... 어떻게 지냈어? "
" 못 지냈지. 사람 무서워서 도망다니는 꼴이라니. "
" ..술 마셨어? "
" 맥주 한 캔밖에 안 먹었어. "
" ... "
" 웃기지. 맨날 재수없게 웃고 다니면서 까고 보니까 아무 것도 없는거. "
" ... "
" 너 맨날 신데렐라 보면서 백마 탄 왕자님이 데리러 와줬음 좋겠다고 했었잖아. "
" 그건 갑자기 왜... "
" 내가 그거 해주고 싶었어. 근데 처참하게 실패했지. 너가 날 의지해야하는데 내가 널 의지했으니까. "
" 뭐? "
" 난 너 없이 못지냈어. 힘들었고. "
" ... "
" 보고싶었어. "

열두 번째 썰 | 신데렐라는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