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썰 풀고 가기

열두 번째 썰 | 신데렐라는 (2) #김석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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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은 단호했다.


" 석진아, 만약에 내가 헤어지자 그러면 어떡할거야? "

" 뭘 그런 상상을 해. 소름끼쳐. "

" 아니 그래도 생각해봐. 어떡할거야? "

" ... 다신 안 봐. "

" ... "

" 연락도 절대 안하고, 너가 다닐만한 곳은 피해다닐거고. "

" 그리고? "

" 그냥 기억에서 지워버릴거야. "

" 너무하다. 어떻게 그래 사람이. "

" 그러니까 헤어지지 말자는 소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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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은 이 말을 아주 잘 지켰었다.

내가 술에 취에 전화를 해도


[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오며 - ]


한 번을 받질 않았고,

같은 동네라 하루에 한 번은 꼭 마주쳤는데도

헤어진 이후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 김석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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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안부인사를 한다.


" ..잘 지내셨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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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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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에서 김여주를 마주쳐버렸을 땐 허무해 미칠 지경이었다.

3년동안 죽도록 피해다녔는데,

만난 곳이 회사라니.

자리에서 박차고 나가고 싶었다.

아니,

그냥 김여주를 한 번만 껴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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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는 잔인했다.

내 청춘의 기억들에 전부 끼어들어놓고는


" 난 가진 거 없어. 그러니까 널 버리는거야. "

" ... "

" 너가 그랬잖아. 헤어지면 기억에서 지워버릴거라고. "

" 너 진짜 - "

" 지워. 기억에서. 전부 다. "


말 한마디로 자길 정리하라며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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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김여주를 보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휩싸였다.

그리고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 자네도 이제 부장이야. 아버지가 회장인데도 손 한 번 안 벌리고 승진하다니, 대단하네 정말. "


빛나는 사람이 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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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 계획은 김여주 없이 여유롭고 빛나는 나를 보여주는 거였는데...


" ..잘 지내셨습니까? "


다 망쳤다.

이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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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눈으로 레이저를 쏘는 기분이다.

그게 누구냐고?

당연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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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째 무서운 표정으로 노려보는 김석진이다.

내가 뭘 잘못했던가?

왜 저렇게 쳐다보는거지.

아, 그냥 내가 싫은가?

아니지. 안부인사까지 했잖아.


" ..제 얼굴에 뭐가 있나요 부장님? "

" 아뇨. 깨끗하네요. "

" 근데 왜... "

" 벌써 6시네요. 오늘 신입도 왔는데, 회식 한 번 할까요? "


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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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자, 다들 먹고 싶은 거 시키시고. 막차 끊기기 전에 돌아갈 수 있도록 술도 조절 잘 하세요. 전 잠시 화장실좀 다녀오겠습니다. "


무슨 속셈인지 알 수가 없다.

갑자기 안부인사를 하질 않나,

아까는 죽도록 째려보더니 이젠 회식이라며 나를 자기 옆에 떡하니 앉혀놓는다.


' 아무리 봐도 김석진도 은은하게 미쳤어. '


화장실 갔다오면 무슨 생각인지 물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 ..근데 부장님은 화장실 가서 안오시네요? "


아무리 기다려도 김석진은 오질 않았다.


" 아, 유명해요. 회식할 때 제일 먼저 도망가기로. "

" 네? "

" 주사가 심하댔나, 그래서 술 먹을 상황 피하려고 항상 화장실 갔다오겠다면서 카드 놓고 혼자 편의점으로 도망가더라고요. "

" 맞아요, 번번히 걸리는데도 꾸준히 도망가요. 아님 뭐 찔리는 게 있나... "

" 낙하산이잖아요. 그러니까 무서워서 튀죠. "

" 아잇... 신입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말랬잖아요... "

" ..낙하산이요? "

" 몰랐어요? 김부장 아빠가 이 회사 회장이잖아요. 근데 또 재수없게 인턴부터 시작해서 사람 짜증나게 하고. "

" 그러니까요. 맨날 웃고있는 것도 그렇고. 재수없긴 해요. "


술이 들어가니 못하는 말이 없었다.

이래서 도망간 거구나.


" 저는 먼저 가볼게요, 집에서 해야할 일이 있어서... "

" 여주씨! 어디가! 김부장 닮아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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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점으로 도망갔다던데, 진짜였네. "

" ... "

" 왜 도망다녀. 소문 다 나있더라. "

" 그냥. 사람들이랑 있기 싫어서. "

" 뭐... 어떻게 지냈어? "

" 못 지냈지. 사람 무서워서 도망다니는 꼴이라니. "

" ..술 마셨어? "

" 맥주 한 캔밖에 안 먹었어. "

" ... "

" 웃기지. 맨날 재수없게 웃고 다니면서 까고 보니까 아무 것도 없는거. "

" ... "

" 너 맨날 신데렐라 보면서 백마 탄 왕자님이 데리러 와줬음 좋겠다고 했었잖아. "

" 그건 갑자기 왜... "

" 내가 그거 해주고 싶었어. 근데 처참하게 실패했지. 너가 날 의지해야하는데 내가 널 의지했으니까. "

" 뭐? "

" 난 너 없이 못지냈어. 힘들었고. "

" ... "

" 보고싶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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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썰 | 신데렐라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