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전원우, 제가 품절시켰습니다.
어느때와 다름없는 한적한 오후, 1기때 엄청난 흥행을 일으킨 <우리 결혼했어요>는 종영 후 6개월째 아무런 소식이 없던 차였다.
[우결 언제 올라옴?]
[우결 미친듯이 보고싶다...]
[연연커플도 진짜 맛도리 있었는데]
[최연준이랑 서청연 진짜 둘이 사귀고 있어요?]
ㄴ아니요 루머입니다
ㄴ아니요ㅠㅠㅠ 둘이 진짜 사귀면 좋겠는데ㅠㅠㅜ
ㄴ네 사귀고 있습니다~
ㄴ윗댓 뭐임? 기사도 안났는데 무슨ㅋㅋㅋㅋ
물론 간혹 시청자 게시판에 댓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크게 펑하고 터질만한 일들이 없었을 뿐 여전히 <우리 결혼했어요>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 공지 뭐임?]
[엇? 트브스?]
[아이고 님들아ㅠㅠㅠ 빨리 공지 읽고와요ㅠㅜㅜㅜ]
그리고 지금, TBS는 아직 열기가 남아있는 <우결>에 불씨를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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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 시즌 2! 우리 결혼해요
다음주 이시간에 방영됩니다!
우리의 2번째 부부가 궁금하시죠?
힌트와 함께 영상 공개해드리겠습니다!
ㅅㅂㅌ ㅈㅇㅇ
ㅇㅇㅈ
https://youtu.be/tpqmsx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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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브스? ㄹㅇ임?]
[남자 세븐틴 전원우 아님?]
ㄴ원우 맞는듯?
ㄴ헐 맞는거 같아요!
[여자는 누구임? 배우인거 같은데]
[저거 정세하 나온다 어쩐다하지 않았음?]
ㄴ걔가 어떻게 나왘ㅋㅋ큐ㅠㅠ
ㄴ울 워누랑 스폰이랑 붙이고싶지 않아요!
ㄴ아니 스폰은 둘째치고 임신했잖아
[저거 초성 은근 웃김 ㅈㅇㅇ ㅇㅇㅈ]
ㄴㅋㅋㅋㅋㅇㅇ커플? 인정커플?
ㄴㅇㅇ커플 괜찮은듯?
ㄴ웅웅컾이라하자
[여자 이여주인거 같음]
ㄴ엇?
ㄴ미친 이거다
ㄴㄹㅇ인듯?
ㄴ이제 영화 다 찍어서 휴식기인데 이거 찍나봐
[여자 이여주 맞음. 님들 빨리 영상보셈. 개미침...]
다들 라인업으로 한번씩 댓글을 쓰니 댓글창은 보기 힘들정도로 빠르게 올라갔다. 이 사단에 불을 지피게 된 계기는 아마 밑에 첨부가 되어있는 TBS공식 채널에 뜬 한 예고 영상 때문이었을 것이다.
" 안녕하세요! TBS 시청자 여러분, 저는 <우리 결혼해요>에 출연하게 된 배우 이여주입니다! "
{출연 제의를 받고 어땠나요?}
" 제가 즐겨보던 프로기도 하고 저번 시즌에 출연한 배우 청연씨와도 인연이 깊어서 하하, 내적 친밀감이 쌓인 상태였죠. "
여기까지는 별 문제될 상황이 없었다. 그렇게 지난 시즌에서도 했던 이상형이라던지, 취미라던지, 결혼에 대한 생각 등등 질문들이 오가고 원우와의 친분을 밝히며 하게된 마무리 멘트가 문제였다.
{그럼 각오의 한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 한마디가 엄청난 폭풍우를 드밀고 왔다. 찐친 모먼트에 배틀연애 같은 느낌이라 지난 시즌과는 사뭇 다른 장르가 펼쳐지기에 지난 시즌보다 성적이 나쁠거라 생각했으나...

" 전원우, 제가 품절시켰습니다. "
여주의 저 화끈한 한마디가 모두를 기다리게 만들었다.
[ㅅㅂ 언니 미쳤다.]
[아니 찐으로 오래된 연인이 결혼한 느낌 나올거 같음]
[약간 동창 결혼생활 훔쳐보는 기분]
[ㅋㅋㅋㅋ 내 짱친들이 연애하고 결혼하는 느낌임]
[와씨 나 쫌 설렜다]
[다음주 언제오냐?]
[ㅇㅇ커플. 이거 되는 주식이다.]
「
01
전원우, 제가 품절 시켰습니다.
」
혼자 맞이하는 오프닝이 부담스러웠는지 스텝을 향해 연신 고개를 꾸벅이는 전원우는 카메라 눈치를 보고있었다. 그러나 프로는 프로였다. 큐싸인이 들어가자 원우는 아까와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 아, 여기 카드가 있군요. 뭐라고 적혀있는지 읽어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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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해요
안녕하세요! 전원우님. 당신의 예비
아내는 지금 이곳 어딘가에서 당신
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의 운명
의 상대를 찾아주세요!
힌트 :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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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주변에 있다는 거 빼곤 더이상의 힌트는 없군요. 아마 힌트는 찾으러다녀야 할거 같습니다. "
전원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리에 일어나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곰인형 탈을 쓴 내가 그의 주위에 있다는 사실도 모른채 말이다.
" 여주씨! 지금 자연스럽게 등장해주세요! "
피디의 지시를 받은 나는 전원우에게 다가가 풍선을 건냈다. 전원우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 스텝분...?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카드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물론 미리 제작진들과 급하게 짠 카드였지만 말이다.
'' 뭐야 이거. ''
전원우는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이내 뜬금없는 말을 내뱉었다.

" 이여주 글씨체인데? "
미친 전원우 그걸 너가 어떻게 알아? 당황해서 그대로 굳어버리자 전원우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아니, 노려보며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 이여주, 너 맞지? "
피디님이 지시를 내려야하는 이어폰에서 탄식만 흘러나왔다. 나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곰인형 탈을 벗고 전원우에게 꽃다발을 건내주었다.
'' 아... 들켰네. ''

'' 뭐야? 너가 왜 여기있어? ''
내가 듣고싶은 물음 3번째였다.
'' 내가 너 아내니까 ''
전원우는 본인이 맞췄음에도 어이없다는 표정과 함께 당황스러운 몸짓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분량 걱정은 없었는지 스텝분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안녕하세요, 아내 이여주입니다. "

" 안녕하세요, 남편 전원우입니다. "
전원우는 살풋 미소를 띄우며 내게서 꽃다발을 건내 받았다.
" 자, 그럼 야외촬영에서 실내로 옮기겠습니다!! 잠시만 대기해주세요!! 그리고 원우씨!! 슬라이트 한번만! "
" 네! "
전원우가 슬라이트를 치자 카메라는 물론 마이크도 꺼졌다. 생글생글 웃고있던 전원우는 한순간에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 이여주, 너가 왜 여기있어? "
" 이야~ 내 글씨체를 한번에 알아볼 줄은 몰랐네? "
" 내가 네 글씨체를 못알아보겠어? "
" 소름돋아 전원우. "
" 내가 소름 돋을 정도로 꼴보기도 싫은 네 글씨를 봐서 그렇잖아. 그리고 너, 왜 여기있어? "
다시 한번 내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물음 29번째를 해주었다. 나는 전원우가 깊게 빡치길 바라며 여유롭게 크게 한번 숨을 들이 마쉬고 내쉈다. 그리고 그토록 기다리던 답변을 해주었다.

" 너 엿먹이고 싶어서. "
더이상 구겨질 곳이 없다 생각한 원우의 얼굴이 더 와락 구겨졌다. 하... 그렇게 빡친 표정으로 나를 보다니. 정말이지 너무나도 기뻤다.

" 두고봐. 너 이 프로에 나오겠다고 말한거 두고두고 후회시켜줄테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