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사랑

허울뿐인 사랑 02. | 일탈


오늘은 김석진한테 연락이 별로 안오네. 항상 몇시간에 한 번씩은 문자를 보내던 그가 평소와 달리 문자가 별로 오질 않는다. 


항상 울려대던 휴대폰이 잠잠하자 조금 심심하기까지 한다. 오늘 김석진에게 온 문자는 3통, 현재 시각은 오후 8시였다. 잠잠한 휴대폰을 노려본지도 1시간째다. 


무엇을 하는지, 딱히 궁금하진 않았다. 그냥 문자만 기다리는 것이었으니. 자기도 잠수탈려고 하나보지 이렇게 생각을 하며 휴대전화를 노려보는 것도 그만두었다. 


한 30분이 지나고 테이블에 있던 휴대전화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린다.


발신자는 김석진이었다. 휴대전화를 들어 전화를 받고귀에 대니 이상한 클럽 노래 소리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만 들렸다. 얘 클럽 간건가?


"여보세요?"

"여보세요, 김석진씨 여자친구 맞으시죠?"

"네, 맞는데요"

"혹시 이 쪽으로 와주실 수 있으세요? 석진이가 지금  취해서요"

"아, 네. 주소 찍어서 문자로 보내주세요"


몇 분 후에 문자가 오고 예상대로 그곳은 클럽이었다.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가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나의 차를 타고 문자에 있는 주소로 간다.





***





시끄러운 소음들이 귀를 후벼판다. 예전에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별로 가지 않은 클럽을 김석진 때문에 갈 줄은 상상도 못했던 전개였다.


"룸까지 잡아놨네"


문자에 찍힌 룸 번호로 들어가니 술에 떡이된 채로 있는 김석진. 


"아, 오셨어요?"

"네, 석진이는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네네, 조심히 가세요"


눈이 풀린채로 나를 보는 김석진은 아무래도 술에 거하게 취한 듯 보였다. 


"일어나"


주섬주섬 자신의 짐을 챙기고는 일어나는 그의 모습이 어딘가 위태로워 보여서 조금씩 잡아주었더니 하는 말은, '만지지 마'. 만지지 말라니 그냥 휘청휘청 걷는 김석진을 바보며 시끄러운 클럽에서 벗어나 차까지 있는 곳까지 그를 데려갔다.


차 문을 열어서 김석진이 타는 것까지 보고 나서야 나도 차에 탔다. 안전벨트를 하고 김석진을 슬쩍 보니 무표정으로 앞만 보는 중이었다. 뭐야, 얘 나한테 화난 거 있나. 


안전 벨트를 매며 말한다.


"너 나한테 뭐 화난 거 있어?"


차 시동을 키고 핸들을 잡을 때까지 김석진은 입을 꾹 닫고 앞만 볼 뿐이었다. 저번에 연락 안해서 아직까지도 화난건가. 


핸들에 팔을 얹고 김석진을 빤히 바라본다. 그제서야 내게 눈빛을 주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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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 사랑하긴 하는거야?"


상상치도 못한 질문이었다. 사랑, 너에게선 느껴보지 못한 달콤하면서도 쓴 감정이었다. 다른 연인이라면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을 했겠지만 나는 달랐다. 조금 뜸을 들이며 말한다.


"응, 사랑해"

"근데 내가 볼 땐 그렇지 않아 보여"

"뭐 때문에 이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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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널 너무 좋아하는데, 넌 그렇지 않아보여서 너무 슬퍼"

"...미안"


한 번도 그를 사랑하지 않아서 미안하지 않았다. 근데 왜 그 감정이 지금 느껴지는 걸까. 향수 냄새로 가득했던 차 안이, 점점 술 냄새로 베이고 있었다. 차를 출발 시키니 내게서 눈을 떼곤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는다. 


김석진의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팔을 툭툭치며 깨운다. 얼굴을 살짝 찡그리고는 다시 잠을 자는 그를 보며 어떡하지, 생각을 곰곰히 한다. 나는 그의 집 비밀번호도 몰랐다. 몇 번 가본 적은 있었지만 딱히 눈 여겨 보지 않은 번호를 외울리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고는 차를 다시 출발 시켰다. 





***





도착하긴 했는데, 내 덩치에 거의 두 배인 이 남자를 어떻게 들고 가나 생각을 하며 김석진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분명 내가 사겼던 전남자친구들 보다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잘생긴건 맞았다. 심지어 다정하기까지 했으니. 


"일어나봐"


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는 그를 보며 한숨을 푸욱 쉰다. 차에서 나와 조수석 문을 열고 그의 안전벨트를 풀어주기 위해 몸을 가까이 가져대니 술냄새 속에서 살살 풍겨오는 김석진의 향수냄새. 


안전벨트를 풀어주고 다시 흔들어보지만 뒤척일 뿐 일어나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팔을 끌어당겨서 일부러 일어나게 했더니 눈을 꿈뻑꿈뻑 거리며 내게 안기는 그였다. 힘겹게 차 문을 닫고 문을 잠구는 것까지 하고 한 발 한 발 떼며 집 앞으로 걸어간다. 


"제발 제대로 좀 걸어봐"


집으로 들어오고 슬며시 바닥에 눕히고는 신발을 벗긴다. 그래도 남자친군데, 바닥에 놓은 건 좀 그런가


소파까지 데려가서 눕히고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쓰윽 닦는다. 땀이 나서 찝찝한 기분을 지우기 위해 옷을 가지고 샤워를 하러 갔다.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온도의 물을 맞으니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세수까지 깨끗하게 마친 뒤 옷을 입고 화장실에서 나오니 차가운 밤공기가 몸에 닿는다. 뭔가 소름이 돋는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고 김석진에게 다가갔다. 세상 모르고 잠을 자는 그에게 방에 있던 이불을 가져다와서 덮어주었다. 


"하, 내가 너 때문에 뭐하는 짓이냐"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드라이기의 전선을 꼽고 머리를 탈탈 털며 말린다. 한참 머리를 말리고 있었을 때 누군가의 손이 드라이기를 가져간다. 김석진이란 것을 안보아도 알았기에 그냥 가만히 냅두었다. 


조심스런 손길로 머리를 말려주는 그의 손에서 살짝씩 맡아지는 술냄새와 그의 향기가 이상하리만큼 좋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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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말렸다"


퍽이나 다정하게 느껴지는 음성이 귀에 닿는다. 


"씻고 와, 너한테서 술냄새 나"


거울로 보이는 그의 얼굴이 머쓱한 듯 미소를 짓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옷장에서 몇 개 있는 그의 옷들을 꺼내서 품에 안겨주고 화장실로 들여보냈다. 10분 뒤에 아까 나와 똑같이 물을 뚝뚝 흘리며 나오는 그였다. 


"머리 말려줄까"

"그래"


미소를 지으며 방으로 들어가는 김석진의 모습이 꽤나 신이 나 보인다. 픽 웃고는 따라 들어가니 어느새 의자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드라이기를 잡고 머리를 말려주기 시작한다. 그의 몸에서 나와 같은 향기가 나는 것이 굉장히 오랜만이게 느껴졌다. 


머리카락이 짧아서 그런가, 나보다 훨씬 더 빨리 마르는 그의 머리였다. 물기 하나 없이 뽀송하게 마른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주고는 드라이기를 정리한다.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고있는 김석진. 


"뽀뽀해줘"


입술을 내밀며 내게 말하는 김석진에게 짧게 쪽 소리를 내며 입을 맞춰주니 전보다 더 활짝 웃는다. 피식 웃고 침대로 가서 누우니 그도 같이 누워서 날 껴안는다. 


"같이 자는거 오랜만이다"

"그러게"


내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눈을 감는 그의 얼굴을 보다가 나도 같이 눈을 맞췄다. 이상하게 그가 해주는 입맞춤이 달콤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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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맨날 자는 걸로 글이 끝나는 것 같죠... 

끝맺음 못하는 절 용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