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리허설 - 연애프로그램

ep.9 석진&수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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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오후5시






러브하우스를 나온 석진과 수빈은 천천히 차로 향했다.

햇살이 부드럽게 비치는 마당,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석진이 차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 먼저 타요. ”




“ 어머, 감사합니다. ”




수빈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레 조수석에 앉았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살짝 흩뜨렸다.




시동이 걸리고, 부드러운 엔진 소리와 함께 차가 천천히 

골목을 빠져나갔다.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팝송이 공기를 채웠다.




수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




“ 오늘… 날씨 진짜 좋네요.”




“ 그러게요. 비 올 줄 알았는데 다행이에요. ”




수빈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살짝 웃었다.




“ 이런 날엔 드라이브 딱인데요. ”




석진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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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오늘 코스 그렇게 잡았죠. 익선동 쪽으로요. ”




“오— 거기 분위기 좋잖아요.”




수빈은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근데 이런 데이트 코스 잘 고르시네요? 

혹시… 경험 많으신가요?”




석진이 순간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조용한 곳이 좋을 것 같아서요.”




“조용한 곳 좋아하시는구나.”




수빈은 창밖을 보며 미소 지었다.




“왠지 석진 씨는 시끄러운 데서도 인기 많을 것 같은데.”




“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




“그냥요~ 분위기 있잖아요. 말할 때도 좀, 낮고 차분하고.”




석진이 잠시 미소를 머금더니,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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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요? 몰랐네. ”




수빈은 웃음을 터트리며 살짝 몸을 돌렸다.




“ 진짜 몰랐어요? 분위기 좀 있는데. ”




“ 음… 그런가요? ”




석진은 창문 밖으로 시선을 두며 웃었다.

그의 표정은 부드럽지만, 어딘가 살짝 피하는 듯했다.




수빈은 잠시 말없이 석진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 근데요, 석진 씨는 항상 이렇게 차분해요? ”




“ 음… 그런 편이죠. ”




석진이 짧게 대답하자, 수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 그래서 그런가, 괜히 더 신경 쓰이네요. ”




석진이 잠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 신경 쓰인다고요? ”




“ 네. 그냥… ”




수빈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살짝 웃었다.




“ 가끔, 조용한 사람들 보면 무슨 생각하는지 궁금하잖아요.”




석진은 잠시 생각하듯 미소를 지었다.




“ 글쎄요. 대부분 별 생각 안 해요. 그냥… 조용한 게 

편해서요. ”




“ 그게 또 매력인데요. ”




수빈의 말에 석진은 가볍게 웃었다.




그 웃음이 잠시 차 안 공기에 번졌다.

햇살이 대시보드 위로 스며들며, 두 사람 사이를 

은근히 비췄다.




짧은 정적 속에서도, 묘하게 편안한 온기가 흘렀다.




.


.


.




차를 세우고 시동이 꺼졌다.

주변은 붉은 단풍으로 물든 한적한 나무길.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며 바닥을 스쳤다.




석진이 차 문을 열며 말했다.




“ 도착했어요. 생각보다 조용하죠? ”




수빈은 창밖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 와… 단풍 진짜 예쁘다. 사진으로만 봤는데 이렇게 

고요할 줄은 몰랐어요. ”




석진은 짧게 웃으며 차에서 내려 문을 닫았다.




“ 네. 걷기에도 딱 좋을 것 같네요. ”




두 사람은 천천히 나무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빈이 장난스럽게 말하며 잔디를 밟았다.




“ 이런 곳은 혼자 오기 좀 그렇죠? ”




“ 맞아요. 친구랑 와야 분위기가 나죠. ”




석진은 담백하게 대답했다.




말끝에 설렘은 없고, 그냥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살짝 떨어진 단풍잎이 수빈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석진은 가볍게 털어주며 말했다.




“ 여기 묻었어요. ”




“ 고마워요~ ”




수빈은 웃었지만, 그 웃음에는 기대감이나 설렘은 없었다.

그저 즐거운 산책과 좋은 경치를 함께 즐기는 느낌.




햇살 아래, 두 사람은 나란히 천천히 단풍길을 걸었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수빈의 속마음은 아직 

조금 남겨둔 채였다.




나무길을 한참 걷던 두 사람은, 작은 카페가 보이는 

골목에 다다랐다.




유리창 너머로는 따뜻한 조명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바깥 풍경과 단풍이 카페 창에 반사되어 마치 작은

그림처럼 보였다.




석진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 저기 카페예요. 여기 커피랑 디저트 괜찮아요. ”




수빈은 눈을 반짝이며 창문을 바라보다가 웃었다.




“ 오, 분위기 좋네요. 안으로 들어가면 더 예쁠 것 같아요. ”




석진이 문을 열고 먼저 들어가며 말했다.




“ 먼저 들어가요. ”




카페 안은 아담하고 따뜻했다.

창가 쪽 자리에 앉자 햇살이 부드럽게 테이블 위를 비췄다.

커피 향과 살짝 달콤한 디저트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수빈은 메뉴를 바라보며 장난스레 말했다.




“ 오늘은 뭐 마실까요? 저는 달달한 거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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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라떼 어때요? 계절 음료도 있던데.”




석진은 메뉴를 가리키며 제안했다.




“ 좋아요~ 계절 음료라니, 뭔가 가을 느낌 나겠네요. ”




수빈은 미소 지으며 메뉴를 고르고, 석진은 천천히 

주문을 했다.




주문을 끝내고 테이블에 앉은 두 사람은,

창밖 단풍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멈췄다.




말없이도 편안한 공기가 흐르고,

두 사람의 발걸음과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 여기, 나중에 친구랑 오기에도 진짜 좋겠네요. ”




수빈이 잔잔하게 말했다.




“ 맞아요. 조용하고… 산책하다 들르기 딱 좋은 곳이죠. 좋아해주는 걸 보니까 뿌듯하네요. “




석진은 담백하게 대답했다.




햇살과 커피 향 속, 두 사람은 잠시 단풍과 카페의 

분위기에 몰입했다.




커피가 도착하고, 두 사람은 잔을 들었다.

따뜻한 향이 퍼지며 잠시 말없이 커피를 즐겼다.




수빈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근데, 궁금한 게 있어요. 첫날 다들 보면서… 혹시 호감 

가는 사람 있었어요?”




석진은 잠시 생각하듯 창밖을 바라보다가,

잔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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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는 특별히 정한 사람은 없어요. 그냥 다들 처음 

보는 사람이라… 느낌이 좋았던 정도?”




“아, 느낌이 좋았다…”




수빈이 장난스레 혀를 차며 웃었다.




“살짝 피하는 느낌이긴 하네요?”




“피하는 건 아니고…”




석진은 잠시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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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좀 조심스러웠죠. 아직 다들 잘 모르니까요.”




수빈은 그 말을 듣고 살짝 웃었다.




“ 그럼 오늘은 어필 안하고 즐겨도 된다는 건가요? ”




“그렇죠. 앞으로 같이 지낼 날도 많은데, 너무 급할 것 

없으니까요.”




석진이 담담하게 말하며 커피잔을 들어 잠시 향을 맡았다.




수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맞아요… 천천히 즐기는 게 제일 좋죠.”




그 말 속에는 살짝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처음으로 설렘을 기대했던 마음이,

조금은 현실적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석진이 잠시 잔을 내려놓고 수빈을 바라보았다.




“그럼 수빈 씨는 첫날 다들 보면서 어떤 사람 인상 좋았어요?”




수빈은 살짝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저요? 글쎄요… 다들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 저도 좀 

긴장되긴 했는데, 그래도 누구 하나 확 눈에 띄는 사람 

있긴 했죠.”




석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누구였는데요? 궁금하네요.”




수빈은 잠시 생각하는 듯 눈을 굴리더니, 장난스레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특별히 말하기는 어렵네요. 그냥 첫인상 

좋았던 사람 정도?”




석진은 짧게 웃으며 잔을 들어 카피를 한모금 마셨다.




석진은 잠시 미소를 머금으며 잔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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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첫인상 좋았던 사람 정도였군요. 음… 그럼 특별히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나봐요?”

 


 

수빈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죠. 아직 서로 잘 모르니까요. 첫날이니까 그냥 느낌만 

좋았던 정도?”

 


 

석진은 잔을 들어 커피 향을 잠시 맡으며 가볍게 끄덕였다.



 

“그렇네요. 천천히 알아가면 되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저희는 앞으로 같이 지낼 날도 많으니까요.”

 




잔잔한 대화 속, 잠시 두 사람 사이에는 여유로운 정적이 

흘렀다. 




수빈은 처음 기대했던 설렘이 조금 현실적으로 가라앉는 

느낌에 살짝 아쉬웠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를 편안하게 

즐기고 더 가까워졌다는 만족감이 마음 한켠에 남았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