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stick [BL/백도]

1

"변백현."
"도경수다."

랩실의 문이 열리고, 시험관을 들고 들어온다. 

"나와. 밥먹으러 가자."

도경수. 검은색 실로 정갈하게 박혀있는 세글자.
흰가운을 벗은 경수가 백현을 불러냈다. 

"랩실 들어오지 말랬지."
"립실 사람들 나 다아는데 뭐."
"너 사고칠까봐 무서운거야."
"내가 무슨 사고를 친다고."
"거기 위험한거 많아."
"알겠어."
"손은 또 왜그래."
"별거 아니야. 가자."
"뭐가 아니야. 빨리 봐봐."
"조각하다가. 졸전 준비해야지."
"조심 좀 해. 손이 이게 뭐야."
"화실 잠깐 들리자."

화실 문을 열자 유화냄새가 훅 풍겨왔다. 

"나한테 기름냄새 나지. 얼른 하고 나가자."

다비드 여러마리가 그려진 스케치북.
4B연필, 연필을 깎고 남은 찌꺼기와 칼.
물감으로 얼룩덜룩한 앞치마.
깨끗이 빨려 꽂힌 붓들과 물이든 걸레.
여기만 오면 현기증이 인다.

"또 어지러워? 나가있어."
"됐어."

창문을 열어둔곳으로 가 난간위에 걸터앉았다. 

"저거야?"

흰색의 석고상.

"응"

물을 버리고 조각상을 돌려놓은 백현이 화구통을 챙겼다. 

"뭐먹을래."

쇼퍼백에 스케치북을 넣곤 화실문을 연다. 
화실 밖으로 발을 딛는 순간, 다시한번 현기증이 인다.
우주와 이어진듯 완전히 분리된 공간.
쇼퍼백에 넣어둔 흰색 가디건을 꺼내 건내는걸 가만히 보고있는다. 

"캠퍼스 추워."

군데군데 칼에 베여 찢긴 손가락.
채 지지않은 물감흔적.
손가락 마디마디 든 멍.
그 손 위를 덮는다. 

"너,"

오늘따라 그가 추워보인다.

손등을 덮은 손을 가만히 보던 네가, 가디건을 다른손으로 받아가더니, 
손을 뒤집어 내 손을 잡는다.
익숙한듯이 감겨오는 손가락. 
그래. 아직은 따듯하다. 

"집에 갈래?"

흙발의 생머리가 차분하게 내려온 변백현. 
반대손을 뻗어 그것을 살짝 헝클었다. 

"..가자"

조금 더 손을 꾹 잡은 네가 예쁘게 웃는다. 
가을같다.
단풍같이 붉은 네가 보인다. 
네게서 가을이 보인다. 
그것을 옅본다.

여전히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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