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stick [BL/백도]

2

매일이 권태롭고 지루하다.
시험이 끝난 캠퍼스는 시끄럽다.
랩실에서 앉아있기엔 너무 따분했다. 
술사준다는 조교의 말에 넘어간 셋과 자의로 가는 둘.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마음.
어쩌냐, 대학원생은 교수의 노예란다. 
나도 그 중 하나가 되겠지. 젠장.
하다하다 초등학굔지 중학굔지 과학실험때 관찰한 양파표피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병신들. 나가놀지 뭐하는거야."

아무리생각해도 교수는 싸이코가 틀림없다. 
졸업 논문을 쓰라한것도, 그 동안의 학점도 존나 짜다. 
시험도 끝나고 얼어죽겠는데 기다리라니.
술고래 김교수 밑에서 죽어날 불쌍한 1학년들.
김교수가 나한테 대학원 가자고 꼬드긴 장본인이다.
연구실에도 데려가겠다고 하는데 누가 안가. 에라이 퉤.
아 씨발 변백현 보러가야지.

"선배! 교수님은 어쩌구요!"
"술약속이겠지. 난 안먹고싶어서."
"선배 아니면 누가 교수님 담당해요.."
"내가 술받이냐? 난 늙어서 안돼."

애초에 입고있지도 않던 가운을 걸어두고 랩실을 나왔다. 
사실 랩실에서는 가운을 돌려쓴다. 
예산이 없는건지 뭔지.
내년에도 쓸 친구들을 위해 가운은 본인것이 없다. 
그게 싫다. 불결하고 짜증난다.
전 주인이 뭔짓을 어떻게 했을지 누가 알아. 
그래서 내가 따로 하나 샀다. 이름도 도박도박 새겨넣어서.
졸업을 위한 논문은 이미 제출했고.

화실문을 똑똑, 두드렸다. 
화실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유화냄새.

캔버스에 채색을 하고있는 변백현.
흰색 앙고라니트 위에 걸친 회색 앞치마.
내가 올걸 알아서 미리 열어둔 창문과 흩날리지 않게 묶어둔 커튼.

"들어와. 왜 거기 서있어."
"화실 안온다더니."

졸업전시회 이후 화실엔 안가겠다 선언한 변백현.
그림쟁이, 그림을 사랑하는 변백현.
예술가 변백현.

"옷에 뭍으면 어쩌려고."

겨울이라고 예쁘게 신경써서 입고온 백현이 쓰게 웃었다.

"이거 기억나? 채색 꼭 하고싶어서. 졸업하기 전에."
"못할리가."

1학년때 나를 모델로 그린 그림.

연보라색 빵모자를 씌워주고 분홍색 코트도 입혀줬다. 

"타이밍 딱딱 잘아네, 이제는."
"이제 알때도 됬지."

그래, 그럴때도 있었지.

화실에만 살던 네가 미워서 찾아가지도 않거나, 그림그리는 네 옆에 죽치고 앉아있던 그런날이 있었지.

"가자."

손을 내미는 니가 자연스럽다, 당연하다.
그 손을 잡는것도 나다. 당연하다.
네 손은 내거겠지? 언제까지나 말이야.

"팔 떨어진다. 얼른."
"응."

우주같은 그 공간을 벗어난다.

너는, 내 손을 놓지 않네. 반대손이 아무리 무거워도.
우리둘이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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