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서 증오하는

00. 사랑하면서 증오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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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각_


또각_


또각_


조용한 골목길 한가운데 구두굽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건물들이 수없이 놓여있었고, 가로등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깜박깜박 거렸다. 그리고 수놓은 듯 짙은 검정 머리카락이 바람을 타고 예쁘게 휘날렸다.


끼이익_


공포영화 같은 곳에서 나올 법한 비주얼 효과음 그리고 그런 건물 안 의자에 뜬금없이 앉아있는 한 인영의 모습.



"여전히 센스는 없네. 최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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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우리 사이에 그런 게 필요하던가?"



연준이라는 남자의 말에 팔짱을 낀 채 입가에 호물선을 그리는 우연의 모습에 연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연의 목을 움켜쥐었다.



"있잖아. 난 당신을 미치도록 죽이고 싶어."



연준의 말에 농담이라도 들은 듯 피식 웃는 우연의 모습에 연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자칫하다가는 진짜로 저 손으로 여자의 목을 졸라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최연준 대체 뭘 고민해? 그럼 죽여. 네 손으로 나를."



그런 우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연의 목에 가져다 대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런 연준의 모습에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은 우연이 말했다. '어서 죽여' 하얗던 얼굴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이내 점점 숨이 막혀오는지 고통스러운 숨을 내뱉을 뿐, 우연은 끝끝내 살려달라는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다. 스르륵 눈을 감고 벌써 죽기라도 한 양 그 어디에도 힘을 주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벌써 저 남자의 손에 죽은 가여운 여성의 시체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우연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는 연준. 우연은 살려달라는 절박한 목소리는커녕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고 죽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점점 연준의 손에 힘이 풀리고 영원히 뜨지 않을 것 같던 눈이 스르륵 뜨더니 연준의 눈을 쳐다보며 우연이 입꼬리를 올려 웃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연준은 끝내 목을 움켜쥐고 있던 손에 힘을 풀고 우연에게서 떨어졌다. 벽을 타고 흘러내린 우연이 천천히 눈을 떴다. 건물을 나가려는 것인지 뒤돌아서 있는 연준을 붙잡듯 갈라지는 음성을 타고 말이 흘러나왔다.



"봐.. 넌 날 못 죽여 최연준"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이에게 말하는 것치고는 퍽이나 자신만만했다. 꽤 고통스러웠는지 흐른 눈물을 닦고는 일어서 나가던 우연이 연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곤 피식 웃으며 문고리를 잡고 나가는 우연을 바라보던 연준은 우연을 붙잡지도 버럭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저 사라지는 우연의 모습을 보며 말을 곱씹을 뿐이었다.


'네가 날 죽이고 싶다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다른 사람도 아닌 너한테는 수십 번 아니 수백 번도 죽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