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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는 본인의 긴 머리를 귀 뒤에 꽂고 폰을 들어 지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민은 이제 숲으로 가고 싶다며 여주에게 애교 아닌 애교를 부렸다.
"그래. 그냥 보내줄게. 눈 감고 5초만 기다려."
"아 내 집으로 보내줄 테니까 윤기 일어났으면 바꿔줘."
"네? 아, 알았어요."
"웅, 고마워."
10초 정도 기다리니 숲의 바람 소리가 들렸다. 오늘 바람이 좀 많이 부네. 창문 열려있을 텐데.
"거실 창문 닫아요?"
"응."
"윤기야, 여주 누나야."
"주인님?"
"응."
여주는 둘의 대화를 들으면서 골목으로 들어가 벽에 기댔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고 라이터를 딸깍거린다.
"에, 담배 피게요?"
"응."
"피지 마요."
"한 번만 필게."
"그게 뭐가 좋다고..."
윤기의 목소리를 들으며 푸스스 웃는다. 여주의 웃음에 연기가 퍼져나간다. 고민도 하지 않고 몇 번 빨지 않은 담배를 발로 밟아 끄고 윤기와 대화를 이어나간다.
"알았어. 안 필게."
"집에는 언제 와요?"
"글쎄다, 지민이랑 있으면 금방 갈 거야."
"또 혼자 위험한 일에 빠지려고 그러죠."
"이번에는 그냥 김석진 만나러 온 거야."
"... 보.... 은데...."
"응? 다시 한번만 말해줘."
"... 보고 싶어요."
여주가 크게 웃다가 이내 진정하고 10초만 기다리라며 전화를 끊는다. 여주는 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손을 대자 끝없는 어두운 공간이 생겼다. 여주가 그 안으로 들어가자 여주가 있던 골목길은 금세 고요해졌다.
마법의 숲
"윤기야 나 왔어."

"진짜로 보고 싶다고 바로 달려온 거예요?"
"그럼 윤기가 보고 싶다는데 와야지."
"나 좀 안아줘 윤기야."
윤기가 여주를 꽉 껴안고 목 부근에 코를 대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향수 냄새 나요. 김석진 거야. 질투해? 아니거든요. 윤기를 신나게 놀리고 반나절 동안 있었던 얘기를 풀어주었다. 잠시 거실에 나가니 거실에 누워서 폰을 보던 지민이가 인사를 했다.
"아, 왔어요?"
"우리 강아지가 벌써 이만큼 컸나."
"코찔찔이 벗어난 지가 언젠데요."
"그래?"
"누나 나이가 많은 거예요."
"아, 그렇구나... 가 아니라 뭐?"
"에이, 누나 이쁘다고요."
"한 번만 봐줄게."
여주가 지민의 이마에 딱밤을 살살 날리고 지민을 배웅한다. 윤기도 인사를 하자 응, 윤기 다음에 봐~ 라는 귀여운 인사를 하고 나갔다. 귀여운 애들끼리 인사하니까 더 귀엽다. 여주가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서는 작은 쪽쪽 소리와 행복해 보이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