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4호 남자

1204호 남자 _1

photo

1204호 남자



















1화





























시원섭섭하다. 아니, 터놓고 말하자면 후련하다.
난 말만 이렇게 한다.
사실 속으론 많이 아프면서. 견디지 못할 만큼 버거우면서.
애써 후련한척 안아픈척 한다.
그래야 너를 조금이라도 더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언제부턴가 나만 너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봐도 그럴만큼.
나만 놓아버리면 끝나는 연애였다.
나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 힘들었다.
놓아버리면 우리 사이가 정말 끝나버릴까 무서웠다.
그래서 그랬다.
포기해버리면 끝나는걸 1개월, 2개월, 3개월이 지나도록
꼭 붙들어매고 놓아주지 않았다.
나만 잘하면 될 줄 알았지.
그럼 달라질 줄 알았지.






"아 죽어버릴까 확."



짜증나게 하늘은 맑았다.
내 기분과는 정반대의 날씨가 싫었다.













photo

"좋아해, 엄청. 나랑 사귈래?"







photo

"결혼하고싶다, 진짜."








photo

"사랑해."










회사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사내연애.
너와 나의 키보드 소리가 요란하고 울려퍼졌고,
서로 눈이 마주칠땐 둘만의 시그널이 오갔고,
팀장님께 혼이 날때도 너만 보면 살살 지어지는 미소에
더욱 크게 혼난적도 여러번이다.


사내연애의 단점이란,
우리가 헤어지든 말든 회사는 그대로 돌아간다는 것.
즉 그 말의 뜻은,
둘 중 하나가 나가기 전까지 평생 봐야한다는 사실이다.
힘들게 입사해서 얻은 자리.
정말 내가 여기서 끝내고 나가야하나.



























"좋은 아침이에요."



다음날 난 평소와 다를바없이 인사를 한다.
내 뒷자리가 네 자리.
당연히 신경쓰일 수 밖에 없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 웃어보인다.
일부러 먼 곳을 응시한다.
너랑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업무를 정리하고 있으면 뒤에서 네가 내 어깨를
두어 번 가볍게 두드린다.









photo

"여주씨, 커피... 마실래요?"









울었나보다, 너도. 눈 주변이 빨갛게 부어있다.
넌 내 눈도 못마주치며 말했고 그 모습에 나 또한 감정이
올라왔다. 그냥, 머리보다 말이 먼저 나왔다.
싫다고. 괜찮다고.
너는 머쓱하게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우리 이렇게 블편하게 계속 봐야할까 정말.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매일 너와 걷던 퇴근길 나 홀로 쓸쓸히 걷자니 외로웠다.
이 길을 지나가며 너와 했던 대화, 일상들이 떠올라
또 다시 눈물이 맺혔다.
지겹다.
그냥 다 싫어진다. 내가 너무 싫다.
헤어졌으면 그만이지 뭘 자꾸 울고 슬프고 그러는데.






멍하니 걸어 들어와 아파트에 도착했다.
엘레베이터가 열리니 우리집 옆집에 상자가 가득 쌓여있었다.
누가 이사 왔나보다.













photo

"안녕하세요! 이제 오시네요, 한참 기다렸는데."




우리집 현관 손잡이를 반쯤 돌렸을 때, 옆집 문이 열렸다.
그리곤 키 큰 남자나 나와 말했다.
나보다 서너 살은 많아보이는 남자였다.
괜히 심술이 났다. 








"그 쪽이 절 왜 기다려요. 소름돋게."

"



집으로 들어와 현관에 주저앉았다.
그래, 그냥 별 뜻없이 인사하려고 날 기다렸린거 아는데,
그냥 괜히 심술 한 번 부리고 싶었어.




























"네 미팅 장소 잘 도착했어요, 계약 진행 잘하고 갈게요."




네가 없는 곳에 나오니 숨통은 좀 트인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 다시 계약서를 확인한다.
젊은 CEO라.. 부럽다.
나도 이 회사 그만두고 내 개인 회사를 차리고 싶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 내 주제에 무슨.
계약서를 다시 가방에 집어놓고 물 한모금 들이키고 있으면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안녕하세ㅇ....."

"........어.."






photo

"반갑네요, 여기서 보니까."

























___



🔥구독, 댓글,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