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4호 남자
2화
"나한테 할 말 없어?"
"뭘?"
"왜 나한테 안물어봐..?"

"그니까 뭘."
"아까.. 지민씨랑 같이 있는거 봤잖아."
"별로... 안 궁금한데. 궁금해해야 하나?"
많이 변해버렸다, 넌.
아무 표정없이 날 보며 말하는 넌 오늘도 무표정이다.
그제서야 확신할 수 있었다. 날 향한 네 마음은 이제 완전히
접혔다는거. 넌 내가 널 먼저 놔주길 바라고 있는거다.
언제 이렇게 변한거니.
예전이라면 내 옆에 꼭 붙어 사소한 것 하나하나 신경써주고,
관심가지고 질투 또한 끝없이 해 피곤할 정도였는데.
내가 뭘 잘못한거야.
"요새 지원씨랑 친하게 지내나봐?"
내 물음에 대답도 없이 그냥 밥을 먹는다. 귀찮구나 내가.
너와 나 사이에 마치 벽이 하나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네가 보이는데 넌 내가 안보이는 그런 벽.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자존심 같은 건 구겨진지 이미 오래다.

"일 때문에 그런거지. 알잖아, 너도."
".........."
넌 이제야 대답을 해준다. 여전히 아무런 표정변화가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왜, 나한테만
이런 표정인거야. 몇초간 너와 눈이 마주쳤다. 먼저 눈을
피한 건 나였다. 너는 나한테 왜 이렇게 당당하고 나는 네
앞에서 왜 이렇게 안절부절일까.
"우리 헤어지자."
※
"여기 도장이랑 서명해주시면 돼요."

"음.. 더 고민해봐도 돼요?"
"네?"
"한번 더 만나요."
이게 무슨 소리지, 한번 더 만나자니. 하기 싫으면 싫다고
좋으면 좋다고 그냥 딱 잘라서 얘기를 해주던가.
그쪽이 그렇게 말하면 난 회사가서 뭐라고해요..
옆집 남자는 그대로 날 보며 씩 웃고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내가 계산할게요. 다음에 우리 또 봐요."
옆집 남자는 그렇게 먼저 짐을 챙기고 나가버렸다.
어이가 없다. 뭐야, 이 남자.
터벅터벅 가기 싫은 회사로 걸어가면 너와 지원씨가 보였다.
"태형씨 멋있다니까요."
"아니에요 무슨.."
"어, 여주씨! 미팅은 잘 하고 오셨어요?"
"... 뭐 그럭저럭요."
보기싫다. 저 둘이 붙어있는 꼴. 나랑 연애하는 동안 회사에서
맨날 저 둘이 붙어있었지만, 뭐라고 한 적은 없었다.
너무 착했네 내가. 등신이었네 이여주가.
"두 분은 맨날 할 얘기가 그렇게 많으신가봐요. 일하는 시간에
일도 안하시고."
"네....?"
당황한 지원씨의 얼굴이 보였다. 그 뒤로 표정이 굳어가는 너의
얼굴까지도 훤히 보였다. 넌 이번에도 눈치를 보더니 네 자리로
갔고, 내 어깨를 두어번 두드려왔다.

"탕비실에서 잠깐 얘기해요, 우리."
듣는 체도 안 했다. 물론 김태형쪽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공과 사는 구분하는게 맞는데 마음처럼 그게 쉽지가
않았다. 내가 미동도 없이 모니터만 쳐다보자 김태형은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안타까운 말이지만,
이미 떠나간 마음을 다시 잡는다는건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어떻게 해본다고 해서 돌이킬 수 있는게 아니다.
모래시계를 뒤집는다고 시간이 거꾸로 흐르지 않듯.
그간의 모든것을 다시 되돌리려해도
이미 흘러간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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