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01

선우는 엉망이 된 방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절친 정원과 제이에게 이번 주말에 자기 침대에서 자고 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하루 종일 방을 정리하고 있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이 자기를 나쁜 친구라고 생각하거나 불편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봐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게다가 오랜만에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기도 했다. 평소와는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었고, 친한 친구 두 명과 오랜 시간을 보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조용히 침대에 앉아 혹시 놓친 것이 없는지 주위를 둘러보다가 책상 밑에 있는 분홍색 상자에 시선이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