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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
“ … ”
학교를 다닌지 3일 째. 가장 먼저 오려고 10분씩 당겨서 오고 있는데 늘 범규가 더 먼저 와서 엎드려 자고 있다.
쟤는 어차피 와서 계속 자면서 왜 일찍 오는거야.. 차라리 집에서 더 자고 나오지.
난 자연스럽게 그 아이 옆에 앉았고 지난 이틀과 똑같이 자는 모습을 구경했다.
전 학교에 있던 아이들과 SNS친구가 모두 끊겨서 사실상 핸드폰을 볼 것도 없다.
“ 오늘도 비눗방울 챙겨왔나..? ”
“ … ”
스윽,
” 역시.. “
” … “
매일 아침 루틴이 생긴 것 같았다. 늘 10분 일찍 더 당겨서 와서 자는 범규 옆에 앉아 그 아이의 책가방 옆에 꽂힌 비눗방울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
갑자기 삶의 많은 변화가 생긴 나에게 이런 루틴이 뭐 나쁘지만은 않았다. 변화무쌍한 많은 것들 사이에 불변적인 한 가지가 섞이면 대비적이게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중화가 되니까
아침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범규는 참 속눈썹이 길다. 몇 센치나 될까..? 샤프심을 올려보고 싶은 충동이 마구마구 드는 속눈썹이다.
그때,

” .. 니는 내 보는게 재밌나 “
” ㅇ..어? “
“ 처음 온 날부터 니 그러고 계속 쳐다봤다 아이가 ”
“ 아.. 그게 할 게 딱히 없어서.. ”
“ 니 뭐 핸드폰같은 거 없나..? “
“ 아니 있는데.. 거기에도 딱히 볼 게.. ”
“ … ”
그때 범규는 일어나 부시시해진 머리를 정리하며 자신의 가방에서 또 무언가를 찾았고 그 아이가 내게 건넨 것은 다름 아닌..
” 비눗방울..? “
” 이거나 불고 놀아라. 남 자는 거 재미없게 구경하지 말고 “
” 아.. 어 고마워. ”
그 말을 뒤로 범규는 다시 엎드려 잠에 들었고 난 왠지 모르게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나 같아도 이렇게 쳐다보면 부담스러워서 못 잤을거야
결국 난 몸을 돌려 창문 쪽으로 비눗방울을 불었고 기분 좋은 비누 냄새가 코 끝을 간지럽히는 듯 했다.
그렇게 혼자서 비눗방울을 불고 있는데,
“ 야!!! ”
“..?!!”
“ 거기 윗층에서 비눗방울 부는 놈 누구가?!! 니는 잡히면 죽었데이!!! ”
“ 미친.. ”
학주쌤에게 걸리고 말았다. 하이씨.. 좀 적당리 불 걸 그랬나..
잠시 후,
드르륵,
” 뭐야, 비눗방울 분 놈 누구야?!! “
” .. 하 “
” 퍼뜩 안 기어 나오나!! “
선생님의 호통에 겁이 난 나는 결국 자진신고 하려는데,
스윽,
탁,
“..?!!”
“ .. 진데요. “
” 허.. 이 새끼가 퍼뜩 안 나오고 잠을 처 자빠져 자고 있어?!! “
” … “
” 미친.. “
범규가 손을 드려던 내 팔을 잡아 내려놓고는 본인이라며 학주쌤에게 끌려갔다. 아니 비눗방울 분 게 이렇게 혼날 일이야..?
범규는 결국 조회도 들어오지 못하고 1교시 시작 종이 치고 나서야 들어왔다. 너무 미안해서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씨 진짜 나 사고 안 치기로 했는데
그래도 고맙다는 말은 해야할 것 같아 난 조심히 범규에게 말을 걸었다.
“ 저.. “
“..?”
“ 고마워.. ”
“ 뭐가. ”
“ 어..? ”
“ 뭐가 고맙냐고. “
” 그.. 그러니까 나 대신 혼나줘서.. “
” 그건 애초에 내가 혼날 일이었는데. “
” 어..? “
” 니한테 비눗방울 쥐어준 게 낸데, 그럼 내가 혼나야지 “
” 아니.. 그래도 “
“ 됐다. 그 쌤 원래부터 약간 또라이기질이 있는 것이 내랑 안 맞았다 ”
“ … ”
애써 범규가 괜찮다고 해주니 마음은 좀 괜찮아졌지만..
스윽,
“ ..!! ”
“ … ”
빨갛게 부어오른 그 아이의 종아리를 보니 마음이 좋아질 수가 없었다.
—
“ … ”
“ … ”
집에 같이 가는 내내 범규 다리만 본 것 같다. 아니 뭐 그런 변태적인 생각이 아니라 부어올라있던 게 너무 신경 쓰여서.. 정말 다른 생각은 아니다.
약이라도 발라야 될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태평하게 비눗방울을 불며 가고 있다. 비눗방울은 압수당할 뻔 했지만 내가 어찌저찌 빌어서 뺏기지는 않았다.
톡톡,
“ 저기.. ”
“ ..? “
” 다리.. 아까보니까 빨갛게 부어있던데 “
” 아.. ”
“ 안 아파? ”
“ 딱히..? ”
“ ..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봐 ”
“..?”
난 빠르게 뒤로 돌아 아까 보았던 약국으로 들어가 상처 연고를 샀고 진짜 내 일생 가장 빠르게 뛰었던 때 같다. 혹시라도 늦으면 그냥 먼저 가버릴 것 같아서
그리고 약간의 사죄의 의미로 가방에 있던 마이쮸도 챙겨 넣었다.
그렇게 다시 뛰어 아까 범규와 있던 곳으로 향했다.
” 하.. 하 다행이다 “
"..?"
” 이거 연고야. 그 다리 맞은 곳에 바르면 좀 괜찮을거야 ”
“ .. 아 “
절대로 바르지 않을 것 같은 반응이다. 얘 진짜 뭘까..?
“ .. 아님 내가 발라줘도 될까..? ”
“ … ”
결국 나와 범규는 근처 공원 벤치로 향했고 난 연고를 면봉에 발라 맞아 부어오른 부분에 발라주었다. 역시나 범규도 아프긴 아픈 것인지 바를 때마다 움찔거렸다.
“ 자.. 다 됐어! ”
“ … ”
” 마를 때까지만 좀 있다가 가자 “
” ..((끄덕) “
“ … “
” … “
“ 저기.. ”
“..?”
“ 내가 자는 거 보는 거 많이 부담스러웠어..? ”
“ .. 부담이 아니라 ”
“ … ”
“ 정말 심심할 것 같아서 물어본 거였는데 ”
“ 아.. ”
“ .. 뭐 니가 심심한게 아니믄 보든 말든 상관은 없다 ”
“ ..!! 진짜..?! ”
“ .. ((끄덕)) ”
“ ㅎ.. 고마워 ”
“ .. ((끄덕)) ”
다행이었다. 진짜 부담스러웠으면 어쩌지 했는데 그마저도 나를 배려해서 한 말이라니 ..
이 자식 역시 내 생각보다 더 다정한 놈이다.
잠시 후,
“ 이제 다 말랐겠다. 슬슬 가자 “
” ..((끄덕)) “
이곳에 이사를 온지 이제 3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꽤나 많은 일이 일어난 것 같다. 뭐 물론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 다 왔다. ”
“ … ”
“ 안 들어가? ”
“ .. 저기 ”
“..?”

“ 만약에 니 내일 학교와서 심심하믄 내 깨워라. ”
“ 어..? ”
“ 와서 혼자 그러게 쳐다보고 있지말고 내 깨우라고 ”
“ … ”
“ 그럼 안 심심하게 같이 놀 수 있을 거 아이가. “
” 아..! 응! 알았어 “
” .. 그럼 “
그 말을 뒤로 범규는 집으로 들어갔고 난 놀라 몇 분이나 그 앞에서 눈만 깜빡거렸다. 은근 신경은 쓰였나보구나..
다음날,
“ .. 이렇게 잘 자면 어떻게 깨우라는거야 ”
스윽,

“ … ”
“ ..ㅎ 에휴 난 모르겠다 ”
결국 여느때와 똑같이 옆에 앉아 자는 것을 구경했다. 그래 오히려 이게 더 좋은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