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소원을 빌다

스무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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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번째 이야기




고깃 씀.









“수고했어, 정국아.”




지민이 정국에게 시원한 음료 한 잔을 건넨다. 정국은 그 음료를 받지 않고 지민과 태형을 번갈아가며 쳐다보기만 한다. 지민이 왜 그러냐고 묻자 그제서야 지민이 건네준 음료를 받으며 씩 웃는다. 그리곤 지민과 태형의 어깨에 한 쪽씩 팔을 올리며 그 둘을 자신에게로 끌어당긴다.




“형들, 오늘 시간 되죠?”




“어. 왜.”




“저 좀 도와주세요.”




“뭐를.”




“내일이면 저희 어머니께서 생신이시거든요. 그래서 저희 집에서 파티도 열고 어머니께 선물도 드리려고 하는데…”




“그러니까 짐꾼이 필요하다?”




“역시 태형이 형은 제 맘을 너무 잘 알아요.”




“얼씨구…”




“부탁할게요, 형들. 네? 이번 한 번만……”




“정국이가 이렇게 부탁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거절하겠어. 그치, 태형아? 그리고 너네 어머니 생신이시라며. 그건 꼭 도와줘야지.”




“진짜 감사해요, 형들. 제가 나중에 밥 살게요!!”




그렇게 지민과 태형, 정국은 백화점으로 향한다. 어머니께 해 드릴 음식의 재료들, 어머니께 드릴 코트와 가방, 그리고 꽃다발. 정국은 꽃을 다 골랐음에도 꽃집에 머무르며 발을 뗄 줄 모른다. 대체 어떤 꽃이 정국의 시선을 빼앗고 발을 묶어놓은 것일까.




“그 꽃은 스타티스예요. 참 곱고 단아하고 예쁘죠?”




정국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자 플로리스트가 다가와 말한다. 정국이 플로리스트한테 시선을 꽂자 플로리스트가 묻는다. 한 송이 드릴까요? 플로리스트의 물음에 정국은 스타티스를 다시 바라본다. 이상하게도 자꾸 스타티스와 유성이 겹쳐 보인다. 곱고 단아하고 예쁘게 생긴 것이 유성과 닮아서 그런 것일까. 정국은 스타티스에 시선을 두며 말한다. 네, 한 송이만 주세요.




“여기 있습니다.”




“근데 스타티스의 꽃말이 뭐예요?”




“영원한 사랑이요. 정말 낭만적이죠? 연인에게 선물하기 딱 좋은 꽃말이에요.”




“연인……”




“애인 있으세요?”




평소 같았으면 그 질문에 왜 이렇게 무례하냐며 따졌을 것이다. 그러나 정국은 플로리스트의 물음에 유성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떠올리기만 해도 좋은 그녀. 정국은 당당하게 대답한다.




“네, 있어요.”




“그분께 선물해 드리면 딱이겠네요.”




정국은 플로리스트가 건네는 스타티스를 받고는 향을 맡으며 중얼거린다.




“그러게요……”




그 무렵 음식의 재료를 들고 있던 지민과 태형은 무겁다며 어서 가자고 정국을 재촉한다. 그러자 정국은 알겠다고 대답한 뒤 그들에게로 간다.




“뭐야, 그 꽃 한 송이는 왜 샀어?”



“아, 그냥… 예뻐 보여서요…!”




지민은 정국이 모호하게 대답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추궁하지 않는다. 정국이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너무 무거워서 빨리 집에 가고 싶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국이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기에.




-




“아, 힘들어.”




태형이 아까 산 재료들을 식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한다. 지민 또한 힘들어하며 식탁 위에 재료들을 올려놓는다. 힘들어하는 두 형들을 위해 정국이 얼음물을 건넨다. 수고했어요. 너무 감사했어요, 형들. 태형은 무심하게 얼음물만 들이킨다. 그와 반면에 지민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얼음물을 건네받는다. 별말씀을. 다음에 또 도움 필요하면 말해. 도와줄게. 물론 태형이도 같이. 그러자 태형은 얼음물을 마시다가 살짝 뿜으며 기침을 한다. 아니, 거기에 나를 왜 넣는데? 태형이가 불평을 늘어놓자 지민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히히 웃는다. 어차피 도와줄 거면서. 지민의 말이 태형의 정곡을 찔렀는지 태형은 흠흠거리기만 하고 얼음물을 마저 들이킨다.




“아, 오늘 저녁 먹고 가실래요?”




“우리야 좋지.”




지민의 말에 덧붙이듯 태형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잠시 기다려 주세요. 제가 아주 맛있는 볶음밥 해 드릴게요!”




“아, 정국아. 나 오늘 너희 집에서 자고 가도 돼? 저녁까지 먹고 가면 버스 끊길 것 같아서.”




“네, 그러세요.”




“태형이도 같이 자고 갈 거야.”




“무슨 파자마 파티 같네요.”




정국이 쿡쿡 웃는다. 태형 또한 옆에서 웃으며 대답한다. 그러게.




“그럼 우리 파자마 파티나 할까?”




지민의 장난스러운 말에 정국이 진지하게 대답한다.




“저희 집에 잠옷도 많고… 뭐… 해요.”




정국이의 진지한 모습이 귀여운지 지민과 태형이 동시에 웃는다.




“그러자. 아 참, 파자마 파티 할 때는 무서운 이야기 해야 되는 거 알지? 그게 또 파자마 파티의 묘미거든.”




지민의 말에 태형이 웃으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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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정국이 겁 많잖아. 어떡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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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랬지. 정국아, 너무 무서우면 이 형한테 안겨도 된다?”




태형과 지민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는다. 정국이를 놀릴 때만큼은 손발이 척척 맞는 둘. 정국은 그 둘이 너무나도 얄미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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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나. 저 진짜 무서운 이야기 준비할 거니까 너무 무서워서 질질 짤 준비나 하시라구요.”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