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물두 번째 이야기
고깃 씀.
베개 싸움을 하다가 다들 지쳤는지 거친 숨을 몰아내쉬며 바닥에 풀썩 누웠다. 아, 재밌다. 지민이 웃으며 말했다. 그 옆에 누워있던 정국 또한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게요. 다음에 또 이렇게 놀았으면 좋겠어요. 그러자 그 옆에 누워있던 태형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다음엔 더 무서운 이야기 준비해 줄게. 기대해라. 그 말에 정국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말했다. 됐거든요? 다음에는 무서운 이야기 빼고 할 거예요.
“역시 무서웠구나.”
태형이 일어나며 놀려댔다. 그렇게 정국과 태형이 투닥거리고 있을 무렵 지민이 창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봐, 유성 떨어진다. 유성이라는 말에 정국이 제일 먼저 반응하며 지민이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민이 가리킨 곳에는 어둡고 새카만 밤하늘 속에 여러 개의 유성이 빛을 발하며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정국은 태형이와 투닥거리다 말고 유성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유성을 보면 소원을 빌기 일쑤였는데 유성과 연인 사이가 되고 나서부터 유성을 보면 왠지 모르게 넋을 놓고 쳐다보게 되었다. 그 이유는 정국이 자신도 모른다.
태형이는 옆에서 두 손을 꼭 모으고 눈을 감고서 소원을 빌었다. 돈을 억대로 벌게 해 주세요. 그러자 옆에 있던 지민이 태형이를 장난스레 툭 치며 말했다. 바보야, 그렇게 소리 내서 말하면 안 이루어져. 그 말에 태형이 감았던 눈을 뜨곤 지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차피 나 저런 미신 안 믿어. 별똥별이 소원을 이뤄 준다니 말도 안 되잖아. 태형이의 말이 정국에겐 날카로운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다. 그도 그럴 것이 정국은 유성이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유성이 소원을 진짜로 이루어 주는 것도 알고 있으며 심지어 그 유성과 연인이니… 하지만 태형이는 그런 정국이의 사정을 알 길이 없었다.
“말을… 왜 그렇게 해요, 형. 별똥별이 진짜 소원을 이뤄 줄 수도 있죠.”
“아무리 간절히 빌어도 안 이뤄 주던데? 그럼 안 이뤄 주는 거지. 내 주변에도 별똥별에 소원 빌고 이룬 사람 아무도 없었어. 너 설마 그 미신을 믿는 거냐?”
“전 믿어요. 그리고 미신같은 거 아니에요.”
둘 사이에서 미묘한 기류가 흐르며 둘이 싸울 것 같자 지민이 정국과 태형이의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이제 그만 자는 게 좋을 것 같아. 내일 일찍 일어나서 정국이네 어머니 생신 파티 준비해야지. 그 말에 정국이는 깔 이불을 준비하러 갔고 태형이는 어질러진 방을 정리했다. 둘은 이미 기분이 살짝 상한 듯 보였다. 그래도 크게 싸우기 전에 지민이 중재를 시켜 줘서 서로에게 크게 마음을 상하진 않은 것 같았다.
정국이가 깔아 준 이불에 눕고 어색한 공기를 깨려고 태형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함부로 말한 거. 아무리 유성에 대한 걸 안 믿어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됐었는데.”
“아녜요. 저야말로 버릇없게 말해서 죄송해요, 형. 모든 사람이 유성에 대한 걸 믿을 순 없는 건데… 제 생각만 너무 강요한 것 같아요.”
둘이 금방 화해를 하는 것이 보이자 지민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 둘이 화해한 기념으로 포옹. 그러자 정국이랑 태형이가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차고 벌떡 일어났다. 포옹? 죽을래? 태형이의 말에 정국이가 덧붙이듯 말했다. 뭔 포옹이에요 정말… 베개로 맞고 싶으세요? 둘이 사이 좋게 자기를 공격하는 것을 보곤 지민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야, 농담~ 자, 빨리 잡시다~ 지민이 계속해서 켜져 있던 촛불을 후 불어 껐다. 촛불이 꺼지자마자 어두워지며 눈앞이 캄캄해졌다. 너무나도 어두웠던 탓인지 정국이와 태형이는 누우려다가 서로 머리가 부딪히고 말았다.
“악! 죄송해요.”
“아야…… 괘, 괜찮아. 그보다 너 꽤 돌머리구나.”
“형? 죽을래요?”
“아이고, 졸려라.”
정국이의 장난스러운 위협에 태형이는 졸리다고 하며 곧바로 누워버렸다. 정국이도 누우려던 순간 갑자기 어떤 생각이 번뜩 떠올라 불을 잠시 켜고 무언가를 가지러 갔다. 그 모습에 지민이 물어봤다. 왜, 인형 안고 자려고? 지민은 장난스레 물어본 것인데 정국이 곰인형과 스타티스 꽃을 한 송이 들고 왔다. 지민은 정국이가 정말로 인형을 안고 눕는 것을 보곤 좀 놀라며 귀여워했다. 그러나 정국이 인형과 꽃을 안고 누웠던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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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