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물세 번째 이야기
고깃 씀.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 마치 바닥이 사라진 듯한 느낌, 허공에 누워있는 듯한 느낌. 익숙한 느낌에 정국은 눈을 떴다. 역시나 정국의 눈앞에는 아름다운 우주가 펼쳐졌다.
“왔어?”
유성은 달달한 미소를 머금으며 정국을 맞이해 주었다. 정국이는 그녀의 미소에 물들은 듯 똑같이 미소를 지었다. 어제도 봤지만 잘 있었어? 정국이의 물음에 유성은 물론이지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유성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만 봐도 사랑스럽고 귀여운 정국은 하하 웃었다. 유성은 예쁘게 웃는 정국이를 보며 덩달아 웃었다. 그렇게 넓고 큰 우주에는 유성과 정국이의 행복한 웃음소리만이 울려퍼졌다.
“근데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야?”
“아, 이거? 너 주려고 가져온 거야.”
정국은 꼭 끌어안고 있던 곰인형과 꽃을 유성에게 건넸다. 유성은 전부 처음 보는 것들이어서 의문이 들긴 했지만 정국이가 주는 거라 기쁘게 받았다.
“이건 곰인형이고 이건 스타티스라는 이름을 가진 꽃이야.”
“곰인형… 스타티스…”
유성은 그 둘을 계속해서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이내 너무 귀엽다고 너무 예쁘다고 말하며 그 둘을 끌어안았다. 그녀가 마음에 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자 정국이는 흐뭇해하며 안심했다. 혹시 안 좋아하면 어쩌지 하면서 걱정을 꽤 했었는데 좋아해서 다행이야.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근데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거야?”
“그냥 네가 좋아서 주는 거야. 곰인형은 너 혼자 있을 때 외롭지 말라고 준 거고 스타티스는 왠지 너랑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꽃말도 너무 좋아서 준 거야.”
“꽃말?”
“그 꽃이 의미하는 거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까?”
“흠, 잘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아. 그보다 너무 예쁘다.”
“그치.”
“근데 그 꽃말이라는 게 뭐야?”
“영원한 사랑이래.”
“꽃말까지 참 좋네.”
유성은 단아하고도 아름다운 스타티스를 쳐다보았다. 정국이는 그런 유성이의 모습이 사랑스럽고 귀여운지 달달한 눈빛으로 쳐다보다 이내 저도 모르게 볼에 입맞춤을 하고 말았다. 유성은 정국이의 갑작스러운 볼 뽀뽀에 놀라긴 했지만 이것보다는 더 한 걸 원해 정국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정국이에게 가까이 다가가 정국이의 입술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
“우리 이 꽃말처럼 영원히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러게.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유성아.”
-
유성은 정국이가 준 곰인형과 스타티스를 소중히 끌어안고 운석에 앉았다. 정국이는 본인이 준 선물을 유성이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 뿌듯해하며 옆에 앉았다.
유성은 곰인형을 어루만졌다. 귀엽다. 유성이가 혼자 중얼거리는 걸 정국이는 어떻게 들었는지 옆에서 그 말을 귀신같이 듣고는 말했다. 네가 더 귀여워. 그 말에 유성이는 귀가 잔뜩 빨개진 듯했다.
“참… 못 하는 말이 없어.”
부끄러워하는 유성이 귀여운지 정국이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폈다. 왜, 사실인데. 굉장히 능글맞아진 정국에 유성은 너무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했다. 부끄러워하는 유성이를 위해 분위기를 잠시 전환해 주려는 듯 정국이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까 넌 여기 우주에 계속 있는데 지구에서 보이는 그 유성은 뭐야? 불타면서 떨어지는 유성 말이야.”
“아, 그거? 나도 잘 모르겠는데 신이 말하길 그건 내 숨결이자 내 목숨이래.”
“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하는 유성과 달리 정국이의 얼굴은 너무나도 어두워 보였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망울을 하고 있었으며 유성과 있으면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의 얼굴이 입꼬리는 축 내려져 있었다. 유성은 그런 그의 얼굴을 보고 놀라며 왜 그러냐고 물어봤다. 정국은 아, 유성은 이걸 모르겠구나 하며 씁쓸한 표정을 짓고는 아무것도 아니다라 대답했다.
정국에게 영원이란 사치였을까, 이 순간만큼은 신이 너무나도 밉고 증오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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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