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쉽게 깨어지지 않는다.
• 2 - 거울을 네 번 쓰다듬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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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구구 - "
뒤집어지는 속에 배를 붙잡고 침대에서 어슬렁 기어나왔다.

" 일어났어? "
" ㅇ..에? 아, 지현 언니. "
" 음.. 어제 온 그 사람이 윤정한이야? "
" ···. "
잠깐 필름이 복원되는 과정에서 버퍼링이 일어났다.
" 아··· "
화악_
" 맞아요. "
" 여주 너 얼굴이 빨갛다. 괜찮아? "
살짝 능글능글하게 웃는 그녀에 여주가 입술을 꾹 깨물며 거울을 노려봤다.
" 완-전 괜찮거든요. 아무 일도 없거든요. "
" 알겠어 알겠어. 근데 원래 알던 사람이야? "
" 예? "
" 아니, 말한 날 바로 집에 왔길래. "
" 친한 친구 오빠예요. 얼굴 보셨어요? 완전 잘생ㄱ..ㅇ헙!! "
넋을 놓고 말하던 그녀가 자신의 입을 다급히 틀어막았다.
" 하하하하, 얼굴은 못 봤지. 목소리는 잘생겼던데. "
" 그때 얼굴 봤으면 전생의 사람이 돌아오는 거예요? "
" 음.. 아니, 바로는 아니고 거울을 손으로 네 번 쓰다듬으면. 그 사람이. "
" 아. "
" 어쨌든 잘 됐다. 그럼 난 승철이랑 만나고 넌 그 정한이라는 애랑 되게 되는 건가.. 뭐야, 남의 커플 이어주게 됐네. "
" 오··· 그러ㄴ, 아니 그러긴 뭐가 그래요!!!? "
살풋 미소를 짓고 지현이 거울 표면에 손을 갖다 댔다. 일순 매끄럽던 거울이 살짝 뒤틀리는 것도 같았다.

" 파이팅. "
" 네, 파이팅. "
/

" 여주 안녕- "
" 안녕하세요 선배!! "

" 속 괜찮아? "
" 윽, 말씀 들으니까 새삼 쓰라린데요. "
" 나랑 해장국 먹으러 갈래? 나 안 그래도 진짜 해장국 먹으러 가려 했거든. "
" 좋아요 완전!!!! "

" ㅎ, 점심시간 전에 강의 있어? "
" 아··· 있어요. "
" 어느 교수님이신데? "
" 박예나 교수님이요. "

" 그 교수님 강의실 3층에 있지? 기다려, 거기서. 내가 갈게. "
" 감사합니다..! "
" 감사는. 이따 봐, 강의 잘 들어- "

" 선배도요 ㅎㅎ "
눈에서 하트 나오겠다.
지나치게 잘난 제 오빠가 부담스럽다며 학교에서는 정한과 굳이 말도 섞지 않는 은지는 여주에게 걸어오며 정한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 네가 아까워 여주야. "
" 그럼 그런 김에 바나나 우유 잘 마실게. "
" 야 이 개같은...?!!!! "
방금까지 은지가 맛있게 마시던 바나나 우유를 가로채 마시며 해사하게 웃는 여주를 바라보다, 정한의 얼굴에도 왠지 밝은 웃음꽃이 피었다.
/
" 반 이상 마셨거든 니가? "
" 뭔 소리야. 이 조그만 입으로 마셔봤자 얼마나 마신다고. "
" 와··· 넌 양심적으로 내 소중한, "
" 정한 선배! "
강의가 끝나고 투닥거리다 허, 헛웃음을 내뱉는 은지를 뒤로하고 여주는 강의실 앞에 서 있던 정한에게로 쪼르르 달려갔다. 그럼 따뜻하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 정한.
" 강의는 잘 들었고? "
" 네! 선배도 잘 들으셨어요? "
" 잘 들었지. 갈까? "
/
[ 7시 내고향 3회 출연! ]
[ 인생의 달인의 6번째 주인공! ]
화려하게 이것저것 꾸며져 있는 해장국집 안으로 발을 들인 두 사람. 점심시간이니만큼 해장국집은 상당히 북적거렸다.
" 어떤 거 먹을래? "
" 콩나물 해장국이 최고죠. "
" 여기, 콩나물 해장국 두 그릇 주세요. "
" 우아, 선배도 콩나물 해장국 좋아하세요?! 역시! "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여주를 보며 마주 웃던 정한이 입을 열었다.
" 아, 여주야. 너 핸드폰 좀. "
" 핸드폰··· 이요? "
그에 그녀가 어리둥절해하며 휴대폰을 건네니 밝게 웃으며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지잉_
" 자아- 이거 내 번호. "
[ 우주최강대존잘 윤정한 선배 ]
하여튼 귀여우셔. 픽 웃은 여주가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 콩나물 해장국 두 그릇 나왔습니다- "
" 아, 감사합니다. "
" 잘 먹겠습니다! "
" 어, 너네 뭐냐? "
" ···이재윤, 정현우? "
" 뭐야. 누구야? "
여주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옆에 앉으려는 재윤에 정한이 옆에 탁, 겉옷을 내려놓았다.
" 친구 동생. 애 불편해할라, 가라. "
" 오, 새끼 많이 컸어~ 알겠다 알겠어. 좋은 시간 보내라. "
" 어, "
건성으로 손은 휘적거린 정한이 다시 뚝배기로 시선을 내려놓았다.
" 맛있겠다. 먹자 - "
" 네에. 맛있게 드세요 선배! "
" 너도 ㅎ "
/
" 은지랑은 언제부터 친구였어? "
" 초등학교 때 잠깐 꽤 친하게 지냈었는데 중학교 올라올 때쯤인가? 연락 끊겼어요. 제가 핸드폰을 엄청 늦게 샀는데 전학을 가게 돼서.. 그랬는데 대학 올라와서 다시 만난 거죠 뭐. "
" ㅎ.. "
뭐야, 저 의미심장한 표정은.
" 초등학교 때 나도 알았어? "
" 어.. 은지가 오빠한테 닭 다리 뺏겼다고 저한테 막 짜증 부리던 건 기억 나는데. "
" ······. "
그것 참 아름다운 기억이네. ㅎㅎ..그쵸? ···먹자.

" ···근데 진짜로 나 하-나도 기억 안 나? "
" ..에... "
" 하기는, "
혼자 그랬···으니까.
조용히 읊는 말을 듣지 못한 여주가 되물었다.
" 아니야, "
" ···? "
이런저런 시답잖은 얘기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그릇은 비워져 있었다.
" 잘 먹었습니다 - "
" 나가자. "
계산을 자신의 카드로 하려는 정한의 손목을 살짝 붙잡고 여주가 고개를 기울였다.
" 너무 받기만 하는 것 같은데.. 제가 살게요 선배. "
" 어? 아니야, 무슨. 내가 오자 했잖아 선배기도 하고. "
" 에에 그건 그런데.. "
" 정 그러면 커피 한 잔 사줘. "
싱긋 눈웃음을 날린 정한이 카드를 받아 들고 문을 열고 나갔다.
" 우리 이디야 갈까요? "
" 그럴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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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에서 테이크아웃 음료를 한 잔씩 들고 나온 두 사람.
" 헐,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선배 강의 없으세요? "
" 어, 오늘은 엄청 열심히 비워놓은 날이라서. 넌? "
" 저두요!! 우리 좀 잘 맞네요. "
여주가 활짝 웃으며 내민 손바닥에 싱긋 미소를 피우며 하이파이브를 해주는 정한이였다.
" 그럼 우리 어디 또 갈까요? "
" 가자. 어디 갈까? 가고 싶은 데 있어? "
" 어··· 생각나는 데가 없는데. 선배는요? "
" 나도 그런데.. "
" 아! 선배 책 좋아하신다면서요. "
" 어? 어떻게 알았어-? "
" 선배 심부름이라고 도서관 다녀오면서 은지가 말해줬어요. 이해가 안 간다고. "
" 미개한 윤은지 같으니라고. "
" 그니까요. 저도 책 좋아하는데, 특히 만화책. 좋아하세요? "
" 그럼 우리 놀숲 갈까? 근처에 하나 있잖아. "
" 좋아요,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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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
" 안녕하세요. "
깔끔하고도 어딘가 부드러운 만화카페에서 책들이 두 사람을 향해 활짝 웃고 있었다.
" 얼마나 있을까요? "
" 음.. 1시간 30분 어때? "
" 좋아요. 저희 1시간 30분 해주세요. "
" 네, 뭐 드실 건가요? "
" 난 아이스티 먹을건데 넌? "
" 저도.. 아이스티 두 개 주세요. "
" 선불입니다. "
" 아, "
카드를 내미는 여주의 손목을 정한이 살짝 잡았다.
" 내가 낼게. "
" 예?.. 아니 괜찮아요. "
" 그럼 네가 사주고, 네가 사준 거 갚아야 되니까 이따가 어디 또 같이 가줘야 돼? "
" 그거 지금 데이트 신청이죠- "
장난으로 말끝을 늘라는 여주를 보고 정한이 웃었다.
" 아까부터 데이트 하던 거 아니었어 우리? "
" ···? "
와 심장 멎을 뻔.
" 농담이야. 가자. 여기요. "
( * 이번편 최대 피해자 : 볼 빨개진 여주와 정한 앞의 솔로 알바생 * )
" ···( 이런 거 하루이틀 보냐고 자신을 진정시키는 중 )가져다드릴게요. 이거 갖고 가시고요. "
"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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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선배 그거 읽으실 거예요? "
" 여주도? "
" 네. 저 이거 저번에 와서 읽던 거라.. "
" 와, 나돈데. 13권 읽고있었어? "
" 우와.. 네!! 선배는 12권이네요. "
" 어어. 다 읽고 나 주라 ㅎ 아 난 이런 액션 판타지가 그렇게 좋더라. "
" 저도요저도요!! 거울 소재 얘기 이런거 최애예요. "
" ㅎ.. 읽을까 이제? "
" 그래요 ㅎ "
/
" ······. "
책을 다 읽은 여주가 흘끗 시선을 들어올렸다. 책에 집중하는 듯한 정한의 모습에 다시 시선을 끌어내린 그녀를 발견한 정한이 싱긋 웃었다.
" 다 읽었어? "
" 아, 네. 근데 선배 아ㅈ.. "
'" 아냐, 다 읽었어. "
사실 아까 다 읽고 여주를 기다리며 책을 뒤적거리던 정한.
" 아아 여기요! 전 책 갖고 올게요. "
" 아냐, 있어. "
일어나기 애매한 위치의 여주를 다시 앉히고 일어선 그였다.
" 거울과··· 여기 있다. "
책을 집어든 정한의 시야가 순간 어둠에 잠식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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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기로 했던 날짜에서.. 1달 정도가 지났..죠...🤦
그간 구취하신 분들도 계실거고 하려던 분들도 계실거같네요 제 잘못이에요 ㅠ 기다려 주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복귀해도 아무도 없을까봐 망설이던 게 길어졌는지.. 다 써놓고도 왜 이렇게 오래 잠수를 탔는지 저도 모를 지경이네요 정말 죄송하고 감사해요 😭 앞으로 더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