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만 소중했던 순간들
W.텐10
처음엔 미치도록 아팠지만, 이젠 무덤덤했다.
나를 비웃는 사람도, 동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들과 함께 다니지 않겠냐며 권하는 무리도 있었다.
하지만 믿었던 이들에게 버려진 기억은 여전했기에 누구와도 함께 다닐 수 없었다.
또 다시 버려지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나를 고립시켰다.
"야, 김 단아."
정국이었다.
며칠만에 내게 말을 걸어 온 거더라?
아니, 왜 말을 거는 걸까.
대답하지 않고 무기력한 눈으로 그저 바라만보고 있자니, 정국이 입을 열었다.
"너 밥은 제대로 먹는거야?"
아이들과 멀어진 뒤로 나는 밥을 잘 먹지 않았다.
급식은 당연히 걸렀고, 일주일에 한 두번 저녁을 먹을까 말까였다. 그저 입맛이 없었다. 배가 고프지 않았다.
여전히 대답 없이 눈만 깜빡이자, 그는 얼굴을 찡그러트리며 내 몸을 잡아 일으켰다.
반항 없이 일으켜지는 나를 보던 정국이 이번엔 낮게 욕을 내뱉었다.
"... 너 앞으로 나랑 무조건 점심 같이 먹어."
"
이번에도 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답답했는지, 너는 내게 답을 요구했다.
"같이 먹자, 어?"
"왜?"
"뭐?"
"내가 왜 너랑 밥을 먹어?"
나의 대답에 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와서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아는 척 하지 말라던 말이 아직도 내 귀엔 선명한데.
"불쌍해 보이니? 그래도 신경 꺼 줄래. 너희가 말한 대로 난 이제 친구도 아닌데, 이런 관심 부담스럽네."
힘이 안 들어가는데도 그의 손을 떼어내니, 쉽게 놔준 덕에 벗어날 수 있었다.
뒷문 쪽에서 나와 전 정국을 보고 있던 녀석들의 시선에 이곳에 있으면 안 되겠다고 본능적으로 느꼈고, 나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전 정국을 뒤로 한 채, 앞 문으로 반을 나섰다.

"그러길래 내가 그냥 가자고 했잖아."
"
여전히 굳어있던 정국은 태형의 말에도 대답하지 못하고, 방금 전 봤던 것을 떠올렸다.
그가 굳은 채 멍하니, 단아를 바라본 이유는 친구가 아니라는 말이나, 관심 좀 꺼달라는 말 때문이 아니었다.
살이 빠져 앙상해진 손목에는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잔뜩 있었다.
"한 여주, 그 때 민 사람. 정말 김 단아가 맞아?"
"...어?"
"김 석진, 김 단아가 우릴 악세사리라고 말한 거 네가 직접 들은 거야?"
"...그건 아닌데, 너 갑자기 왜 그래?"
여주가 다치고, 병원에 입원하자 주위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소문을 퍼날랐다.
2학년 전체에 떠도는 말들이 우리의 귀까지 들려오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미 여주를 밀었다고 믿고 있던 우리에게 소문 역시 사실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고작 달고다니던 악세사리와 멀어졌다고 저렇게까지 망가지는 거야?
우리를 미워한다던가, 여주를 증오한다던가 어떤 감정을 내비칠 줄 알았던 단아는 그저 야위어갔다.
바람만 불어도 어디론가 날아가 영영 사라질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 내켜하지 않는 녀석들을 뒤로한 채 말을 걸었다.
"...너희끼리 먹어라."
짧게 말한 그는 그대로 단아가 향한 방향을 쫓아갔다.
"저 새끼, 왜 저래?"
"몰라. 야윈 모습 보니까 약해지나보지. 우리 중에서 제일 먼저 친해졌었잖아."
"...나 때문이야, 내가 누가 밀었다고 그래서... 단아가 그럴리가 없는데..."
"누가 민 느낌이 확실히 있었다며?"
"...그건 맞지만..."
"그때 거기 너랑 김 단아 밖에 없었어."
"...그치만."
여주 역시 혼란스러웠다. 분명히 누군가 자신을 떠밀었고, 그곳엔 단아와 자신뿐이었다.
그녀가 석진을 좋아하는 걸 알았기에 단아에게 자신을 밀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그랬을까? 정신을 잃기 전 놀란 얼굴로 자신을 향해 손을 뻗던 얼굴이 떠올랐다.
"...모르겠어, 단아랑 다시 얘기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건 좀..."
이제와서 다시 얘기하기엔 한 달이나 지나버렸다.
이미 틀어질대로 뒤틀려버린 관계가 과연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작가의 말
뭔가빠르게 쓰게되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