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만 소중했던 순간들
W.텐10
그 날 뒤로도 전 정국은 계속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런 녀석을 무시하고.
이제 너희를 봐도 아프지 않게 됐는데, 이제 더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고 있는데.
왜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거야?
"...단아야, 우리 얘기 좀 하자."
"...이번엔 너니?"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속이 쓰려 위액만 뱉어낸 뒤 교실로 돌아가려는데 이번엔 한 여주가 나를 찾아왔다.
번갈아가면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때 분명 누가 나를 미는 느낌이 있었어."
"그래서?"
"그치만 아무리 생각해도 떨어지기 직전에 봤던 네 얼굴은 나보다 더 놀란 얼굴이었어서...!"
"그게 이제와서 뭐가 중요한데?"
웃겼다.
내가 이유를 물으러 갔을땐 아무 대답 없이 무시하더니, 이제 와서 이러는 이유가 뭘까?
진실이 밝혀진다한들 이미 우리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이젠 진실이 뭐든 중요하지 않아. 우린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어."
"
"이번일이 해결되봤자,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너흰 날 의심 할 거고, 난 또 상처받겠지. 그러니까 그냥 내가 널 민 거라 생각하고 살아. 나한테 관심 끄고."
"아니야, 절대 두 번 다시 이렇게는...!"
"한 여주. 이미 늦었어."
우린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진범이 누구든.
그냥 차라리 서로를 원망하며 멀어지는 편이 나았다.

"
"어머, 미안! 있는 줄 몰랐네~?"
화장실에서 나와 반으로 돌아가던 도중, 쓰레기통을 냅다 부어버리는 행동에 놀라 멈춰서고 말았다.
"...멍천한 건지, 복도에 쓰레기 통을 뒤집어 엎을 정도로 지능이 떨어지는 거니? 유치원생도 이런 짓은 안 하겠다."
"뭐?!"
"흥분하지마. 멍청한 티 나니까."
언제나 뒤에서 나를 노려보던 무리였다. 녀석들과 사이가 틀어지고나서 제일 먼저 내 꼴을 비웃기 위해 쉬는 시간 마다 찾아오던.
매일 같이 아이들이 없는 곳에서 나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이었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냐?"
"
"미, 민윤기..."
어디서 나타난지 모를 네가 잔뜩 화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내 머리에 붙어있는 쓰레기를 떼어내고, 내 손을 잡아왔다.
"너 맨날 나한테 소리지르던 목청은 다 어디가고 이러고 있어!"
"...너희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네가 바보같이 구니까 이러는 거잖아."
"
"제대로 변명도 안 해, 화도 안 내. 밥도 안 먹고, 나뭇가지마냥 말라가는데 마치 아무 감정 없는 인형처럼 앉아있으니까!
네가 정말로 우릴 친구로 생각한 거 같아서, 그런 너를 못 믿고 심한 짓 한 거 같아서, 답답해서!"
"
"...그래서...그래서, 자꾸 신경 쓰여."
그 말을 끝으로 단아가 그대로 쓰러졌다.
쇠약해진 상태로 타인의 감정을 세 번 연달아 받아내다보니 기력이 다한 것이었다.
단아는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이대로 깨어나지 않았으면 했다.
자신을 놀란 얼굴로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 깨어난 후 자신이 그를 용서해버릴까봐, 무서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