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만 소중했던 순간들

틀어진 관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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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텐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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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의 친 자식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결혼하기 전 만났던 남자의 자식이었다. 
그래서일까, 두 분 모두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어릴 적의 나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7살 무렵부터 두 분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을 버린 남자의 아이를 사랑할 수 없는 어머니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불행하게 만든 남자의 아이를 사랑할 수 없는 아버지.
두 사람은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도리는 다 하려고 노력했지만,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은 하지 못하겠다며 우는 목소리를 들었을 때, 단념했다.
그 후 동생이 생기고, 그 아이가 부모님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보며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겼다.
태어난 후부터 낳아준 엄마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애정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이 나를 외면하고 나만 남겨둔 채 해외로 가버린 날도 아무렇지 않았다.
경제적인 지원은 내가 25살이 되는 해까진 해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떠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먹먹함을 느꼈지만, 
자신이 빠진 세 사람의 뒷 모습은 너무나 화목한 가정이었기에 오히려 후련했다. 

이제 더는 어머니의 우는 얼굴도, 
나를 볼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리는 동생도, 
억지로 다정한 척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보지 않아도 되니까.
처음부터 혼자나 다름없었기에, 외롭지 않았다.

그런데 너희는 아니잖아.

너희는 내게 따뜻함이 뭔지, 친구가 뭔지, 사랑이 뭔지, 함께 있다는 행복이 뭔지 알려준 사람들이잖아.

애초부터 없었던 것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너희 마저 나를 버리면 나는 이제 어떡해?
이미 함께 하는 행복이 뭔지 알아버렸는데, 다시 혼자가 됐어.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나는 혼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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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알콜 냄새에 눈을 뜨니 새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사방엔 피를 흘리는 환자와 괴로움을 토하는 환자들이 많이 있었다.
응급실인가.
내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민 윤기의 얼굴을 본 것 같았는데,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김 단아 환자분? 정신이 들어요? 선생님 모시고 올테니까 잠시만요."
간호사가 떠나고, 베개 옆에 놓여진 핸드폰이 울렸다.
이제 나한테 연락올 곳은 없는데 누구지?
[병원비 입금했다. -엄마]
간결한 문자에 헛웃음이 나왔다.
어디가 아픈 지 정도는 물어볼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래도 당신은 나를 낳은 사람인데...
"김 단아 환자? 영양실조에요, 이 지경까지 안 먹은 이유가 있나요? 보호자 분과는 아까 통화를 했는데 해외에 계셔서 당장은 못 온다고 하시던데..."
의사가 보기에 단아는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해보였다. 
손목에서 자해 흔적까지 발견되었는데, 부모라는 이들은 딸이 쓰러졌다는데 크게 걱정하는 기색도 없었다고 했다.
"혹시 심리상담이 필요할까요? 원한다면 아는 의사를 추천해드릴게요."
"...아뇨, 괜찮습니다. 그냥 요즘 입맛이 없어서 안 먹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앞으로 잘 챙겨 먹을게요. 이제 집에 가도 될까요?"



감정 없는 표정의 단아에 의사는 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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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단아!"
"...?"
"벌써 나와도 되는 거야?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없어져서 물어봤더니 방금 나갔다고 그래서..."
"이제 그만해주지 않을래."
"뭐?"
"한 여주, 내가 밀었어. 너희가 들은 소문도 다 사실이야.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
"...너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거야?"
"믿었잖아. 믿어서 우리가 이렇게 된 거잖아. 그래서 틀어진 관계잖아."
"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 이제야 겨우 너흴 봐도 아프지 않으니까, 
다가오지말고 무시해. 너무 늦었어. 
너희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우린 절대 예전처럼 못 돌아가."
그 말을 끝으로 뒤를 돌았다.
곧바로 나오긴 했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데, 또 다시 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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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만."
"
"오늘만 데려다주게 해줘. 너 지금 상태로 절대 혼자 집까지 못 가."
"아니, 모른 척 해. 우린 이제 친구도 뭣도 아니니까."
매몰차게 말한 후 가버리는 단아의 뒷모습은 여전히 위태로웠다. 그녀의 말에 가슴이 아프긴 했지만 그걸 티 낼 정도로 양심이 없지 않았다.
저 녀석은 이것보다 더 아팠을 테니까.
"...어."
[단아 상태는 어때?]
"안 좋아, 영양실조인데다 빈혈도 심하고, 저혈압까지 있대."
[지금 갈게, 율제 병원이라고 했지?]
"...안 와도 돼. 김 단아 집으로 갔어."
[뭐? 설마 혼지 보냈어?!]
"...모른 척 하래. 이제 제발 그만해달래."


그렇게 말하는 단아는 울고있었다.
본인은 스스로 울고 있는 것조차 모르는 듯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그대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