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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심해에서 죽어간다.
귀에 가득 들어찬 물과 그 속의 물고기들의 대화.
작은 고래는 내게 손짓했고, 춤추듯 흔들리는 해초는 나의 손목과 발목을 휘감았다.
가지마. 가지마.
그 깊은 물 속에서 아가미가 없는 나는 폣속에 물이 들어차는것을 느끼고.
살아숨쉬는 물고기는 내게 알 수 없는 주파수를 보낸다.
나의 손은 그저 천천히 그 물속을 휘저으며 기포덩어리들을 수면위로 밀어냈다.
그리곤 내 몸은 더욱더 깊고 깊은 심해로 밀어넣었다.
위에선 어깨를 밀치며 머리칼을 헝클어 뜨렸고,
아래선 내 팔뚝을 잡아끌며 팔을 부러뜨렸다.
물이 들어가 텁텁한 눈은 흐릿하게 심해와 같은 물을 흘려보내며 눈꺼풀을 당겼다.
속눈썹에 엉겨붙은 짠 물에 졸음을 떨치듯 죽음을 떨치려 노력했다.
숨쉬는 물고기들은 어느덧 나의 옷 사이를 통과해 가볍게 숨을 불어넣으며 흩어졌다.
그들의 숨으로 간신히.
아주 힘겹게 살아남고 있었다.
물을 먹어 무거워진 옷자락은 더욱이 깊은곳을 향해 조용히. 조용히.
가라앉았다.
그 거센 손길에 허리춤이 채여.
조용히. 조용히.
사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