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포장도로를 거침없이 달리는 낡아빠진 마을버스가 마을에 단 하나뿐인 슈퍼 앞을 향하고 있었다. 버스 안 창가 자리에 앉아있는 한 남자, 이 남자가 바로 그 남자다. 버스 기사는 그런 남자가 신기한지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걸었다. 하얀 피부에 길게 뻗은 생머리. 누가 봐도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은 아닐 것이라는 느낌이 왔던 탓일 가능성이 컸다.
"이 촌구석에 서울 청년이 무슨 일로 왔나···."
"아, 할머니 댁에서 당분간 지내기로 해서요."
"손자가 있는 할매면 경 씨 밖에 없는디."
"네! 맞아요, 빨간 지붕이요."
경 씨가 좋아하겠네, 그렇게 몇 분 가량 달린 버스는 한 슈퍼 앞에 도착했다. 남자는 크지만 작지도 않은 캐리어를 든 채로 버스를 내렸다. 할머니께 소식 전해달라는 버스 기사님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남자가 슈퍼 옆 밭길을 걸었다. 여기는 언제 와도 늘 똑같은 풍경이라니깐. 온 몸에 닿아오는 초봄의 따스한 기운과 돋아나는 새순이 눈 앞의 밭을 가득 메웠다.
익숙한 골목을 거쳐 이제는 너무 낮아버린 담벽을 지나고, 밭길을 따라 빨간 지붕 앞에 서서 키보다 낮은 푸른 대문을 열면,
"이게 누구야!"

"잘 지내셨어요?"
토맛토맛토의 주인공 김석진 다시 두등장이다.
***
할머니와 안부 인사로 시작해 구구절절 이곳에 온 이유까지 설명하고 나서야 빨간 지붕을 벗어난 석진이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어릴 적 이 마을과 할머니 손에서 자라서인지 지나가는 곳곳마다 옛 기억이 가득했다. 심지어 석진이 4살일 때 담벼락에 그려뒀던 낙서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걸 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동네 같아 괜시리 낙서가 그려진 부분을 손 끝으로 톡톡 건드렸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서툰 그림을 찍어둔 뒤, 다시 마을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중에 마을 주민분들이 석진에게 말을 거는 터에 경 씨 할머니네 그 손자, 김석진이라는 걸 설명하자 오랜만이라며 용돈을 쥐여주기도 했다.
"아 할머니···. 안 주셔도 괜찮다니까요···!"
"누가 니 이뻐서 준대? 잔말 말고 받어."
예뻐서 주는 게 분명하다.
***
마을 한 바퀴를 돌고 집 앞 의자에 도착하자 양손 가득 짐이 들려있었다. 물론 이곳저곳에서 주신 간식들이나 농작물들, 용돈들이었다. 석진은 어릴 적 사랑을 엄청 많이 받았었다. 인사도 싹싹하게 잘 하는 데다가 이 마을의 인기쟁이 경 씨 할머니의 손자였으니.
"헐 옥수수다."
서울에서 먹는 옥수수란 회식할 때나 먹는 콘치즈뿐이었다. 물론 콘치즈도 맛있지만 삶은 옥수수는 또 맛이 다르니까. 무거운 짐을 들고 마을 한 바퀴를 도니 잔뜩 지쳐 의자에 짐을 한가득 올려두고 남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확실히 시골은 너무나도 평화롭다. 코 끝을 스치는 봄 내음, 집 곳곳에서 풍기는 쌀밥의 고소한 향, 지저귀는 참새들, 그런 참새들을 쫓는 아이들···. 아이들? 아이들이라니. 이런 시골에 아이들이 있다는 것 자체에 의문을 품은 석진은 사람이 대여섯 모여있는 곳에 초점을 맞췄다. 여자 하나에 꼬맹이 다섯.
뭐, 아이들이 있을 수도 있지. 어쨌든 나랑 상관할 바는 없으니까. 대수롭게 넘긴 석진이 집 안으로 들어가려 의자 한켠에 둔 짐들을 다시 번쩍 들어올렸을 쯤이었다. 팔꿈치 끝으로 뭔가 복슬복슬한 것이 스쳤다. 깜짝아, 왠 꼬맹이가···! 소스라치게 놀라 몸서리를 친 석진이 꼬맹이의 정체를 확인하려 고개를 숙이자, 벌떡! 숙여져 있던 꼬맹이의 머리가 봉긋 솟아올랐다.
"아조씨."
"어?"
"아조씨가 민들레 밟았어요."
냅다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는 꼬맹이를 잠시 바라보던 석진은 민들레를 밟았다던 아이의 말에 고개를 숙여 발 부근을 확인하니, 세상에. 내가 만들레 홀씨를 아주 비참하게 짓밟았네. 덤덤하게 말한 꼬맹이는 발을 치우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굴었다. 눈 밑에 눈물 방울이 매달려 곧 있으면 뚝뚝 떨어뜨릴 기세였다.
"미안해···."
"갠···차나여······."
괜찮긴 개뿔. 기어코 눈물 방울을 똑똑 흘린 꼬맹이는 흙이 잔뜩 묻은 소매로 눈가를 부볐다. 아이고, 눈 아프겠다. 만난지 5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덤벙거리는 아이가 제법 신경이라도 쓰여서 그랬을까. 들고 있던 짐을 다시 의자에 내려놓고 꼬맹이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짐 가방 속을 뒤져 방울토마토 한 알을 아이에게 건넸다.
"이게 무야···."
"토마토!"
"도마도···?"
"도마도 말고 토마토."
새빨갛고 동글동글하니 신기하기라도 한지 손에서 이리저리 굴리던 아이를 보던 석진은 다시 짐 가방에서 방울토마토 한 알을 더 꺼낸 뒤 꼬맹이의 입에 넣었다. 안타깝게도 꼬맹이는 이게 뭐냐며 다시 울 듯한 표정으로 석진을 노려보았다.
"씹어 봐."
"시러. 독버섯이면 어떡해."
"독버섯 아니고 토마토라니깐. 씹어 봐, 맛있을 걸."
믿음직스럽지 않은 표정으로 한참을 미간을 구긴 꼬맹이가 결국 오도독 하고 토마토를 씹었다. 어때, 맛있지? 석진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환하게 웃자 꼬맹이도 맛있었는지 네모나게 웃음 지었다. 한참을 꼬맹이랑 같이 있자 다른 아이들도 무슨 일인지 궁금했는지 저 멀리서부터 발 빠르게 뛰어와 내 코앞까지 다가섰다. 물론 키가 작아서 코앞은커녕 무릎 높이였지만.
"당신 머야."
"태형이 내려놔여."
"얘들아, 그렇게 막 달려가면 선생님 힘들다니까···!"
저 만치에 있던 녀석들이 어쩜 이렇게 빨리 온 건지. 아이들의 체력을 이겨내지 못한 그 여자는 한참 뒤늦게 아이들을 쫓고 있었다. 태형이-꼬맹이-를 내려놓으라는 말에 조심스레 내려놓은 석진이 밑도 끝도 없이 석진을 째려보는 10개의 눈알에 맞춰 쭈그리고는 짐 가방에서 토마토 한 팩을 꺼냈다.
"너희도 먹을래?"
"저게 먼 줄 알고 우리가 머거요. 독버섯 아냐?!"
"얘더라. 진짜 마싯어. 먹어바."
반신반의하던 아이들은 태형이의 쌍따봉을 보고선 투명 플라스틱 팩으로 꼬질한 손을 하나씩 들이밀었다.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아 곧이어 예쁘게 웃으며 하나만 더 달라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들을 보며 석진이 밝게 웃었다. 한편···.
"이것들아. 선생님 늙었다고 이렇게 놓고 갈래, 진짜?"
"앗 미안!"
"쌤두 이거 먹어바. 디게 맛있는 독버섯이야."
"뭐?"
독버섯이라는 말에 기겁을 한 여자가 빠르게 팩에 든 음식을 확인하고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흙 범벅인 아이들이랑 다를 바 없을 정도로 꼬질한 상태의 여자는 당신은 누구냐는 눈빛으로 석진을 바라보았다. 석진은 다른 말보다는 이 말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쭈그린 채로 있던 긴 다리을 쭉 뻗어 똑바로 섰다. 그리고는 플라스틱 백을 건네며 아마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토마토 드실래요?"
🍪

반가버~
내가 정말 싫어하는 토마토를 재업해보려구 해···.
내용은 많이 바뀌었겠지만 몽글함 하나는 놓지 않겠다구
내가 새끼손가락 걸구 꼭꼭 약속할게!
우리 앞으로도 재밌는 팬플 생활 하자~ 사랑해🥰🌻
라고버릇없는김석류가말했습니다.
네 사실 재업은 아기토끼 좌표 때문에 시작 되엇고요···? 이왕 하는 김에 열심히 해볼게여! 간만에 쓰니까 재밋네요. 아마 지난 1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초록빛 김석진 움짤로 수정 차이가 갈립니다! 위쪽은 거의 수정 안 한 글! 아래쪽은 내용 전체를 수정한 글!
아마 초기 내용과 많이 바뀔 것 같긴 한데 넵 어차피 토마토 구독자들 다 계탈하시고 증발하셔서 보시는 분들도 얼마 없을 것 같다만 소수를 위해 노력하는 김석류가 되겟습니다. 사랑함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