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여주는 누군가에게 카톡을 남겼다.



아진은 여주가 남긴 마지막 말을 읽고 약 5분간 아무 답장이 없었다.
그러고선 5분 뒤, 답장이 왔다.

다음 날 아침
여주는 아쉬움에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아쉽네… 오랜만에 같이 등교하면서 어제 있었던 일 말 해주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요즘 연준이랑 등하교 하는 일이 좀 적었던 것 같은데..‘
(🏫)
아침 조회시간.
”저기 빈 자리들 누구야?“
”최연준이랑 윤아진이요~“
“아진이는 오늘 결석이고,”
”연준이? 연준이 왜 안 오지?“
선생님은 여주를 쳐다보며 말씀하셨다.
”여주야, 연준이 어디 아프니?“
”아… 그 배구부 연……“
여주가 말 하던 와중 누군가 뒷문을 열고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최연준, 뭐 하다 이제 와.“
”배구부 연습 때문에..“
”연습 있으면 미리미리 연락 남겨 놔.“
”네.“
”이번만 봐준다.“
”들어가.“
여주는 연준의 자리로 다가갔다.
”최연준..~“
”연습 잘 했어?“
”어..“
여주는 평소답지 않은 연준의 무뚝뚝함에 당황스러웠다.
”…“
”오늘 급식 너가 좋아하는 쌀국수인데 같이 먹을까??“
”아, 미안 점심시간에 연습 있어서 못 먹어.“
”…그렇구나.. 그럼 이따 학교 끝나고 같이 갈 수 있….“
”끝나고도 연습 있을거야. 미안해.“
여주는 내심 서운했다. 그렇지만 이해 할 수 밖에 없었다.
연준이를 보니 많이 힘들어 보였다.
”…많이 바쁜가보네…“
”응.. 할 얘기 있어?“
”할 얘기…?“
엊그제 윤아진이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했다,
어제는 내가 윤아진 사과 받아줬다,
그 대신 너한테도 사과 하라고 했다,
윤아진한테 사과 받았는 지 궁금했다,
오늘 아침에는 씻다가 수도꼭지에 머리를 박아서 너무 아팠다,
아침밥은 먹었냐. 등
할 얘기가 너무 많았다.
”없어.. 할 얘기.“
연준은 여주의 속상함을 눈치 챘다.
”내일 등교는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
그래서인지 여주의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아니…”
“어?”
“오늘 저녁에 보자.”
“우리 지금까지 못 나눴던 말, 다 나누자.”
“ㅋㅋ그래.”
급식시간.
여주는 다름없이 시연과 함께 밥을 먹고 있었다.
“최연준은 요즘 바쁜가벼?”
“ㅇㅇ 한달 뒤에 전국대회 있단다.”
“어이구, 그래서 우리 여주가 오늘 하루종일 표정이 안좋으셨어?”
“야, 아니거든.”
“데이트 못 해서 너무 속상하겠어~”
“….하기로 했어 데이트!”
“언제?ㅋㅋ”
“오늘 저녁에.”
“밥 같이 먹기로 했어.”
“그게 퍽이나 데이트다 기지배야.”
“그렇게라도 연준이랑 시간 보낼 수 있는 게 어디야.”
”걔랑 마지막으로 단둘이서 밥먹고 데이트 한 날이 언젠지 기억도 안 나.“
”그니까 왜 배구부 남친을 사귀어~“
”바빠서 데이트도 못 하는구만.“
“배구부 남친을 사귄 게 아니라.”
“최연준이 좋아서 사귀고보니 배구부였던거야.”
”그리고 중학교때는 나 밴드부 연습 때문에 맨날 연준이가 나 맞춰주고 이해해줬잖아.“
”아~맞네.“
“그러니까 이제는 내가 이해 해줘야지..”
“연준이는 배구 왜 배운대?“
”어렸을때부터 배구만 하고 자랐으니까.“
”아, 진짜?“
”재능이 있었대. 초등학생때부터.“
”어렸을 때부터 하고 자란건데 재밌을 수밖에 없지.“
시간이 지나 저녁 5시가 되었다.
”최연준~!“
”왜이렇게 일찍 나왔어?“
”오랜만에 너랑 밥 먹잖아.“
”신나서.“
연준은 여주의 말에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
”..진짜?ㅎ“
”뭐 먹을건데?“
”뭐 먹고 싶어?“
”모르겠어. 아침부터 굶어서 다 상관 없어.“
”그래도~ 땡기는 거 하나만 말 해봐.“
“음….”
”…김치찌개.“
”김치찌개 먹고싶어..“
”ㅋㅋㅋ가자.“
연준은 여주의 앞자리에 앉아 말을 꺼냈다.
“간만에 만나서 김치찌개집 데이트라니.”
“난 좋은데!”
“색달라서 좋아ㅎㅎ”
“항상 긍정적이어서 부럽네.”
“근데 할 말이 뭔데?”
“맞다.”
“지금까지 못했던 말이 많은데..”
“차근차근 물어볼거야.”
“ㅋㅋ…할 말 없다면서.”
“뭔데?”
“너가 저번에 그랬잖아.”
“그 오…빠가 나에 대해서 안 좋은 말 해서 때렸다고.”
”그 안 좋은 말이… 무슨 말이야?“
”뭐 뒷담 이런건가?“
“어..어. 그런거야.”
“여주 성격이 안 좋대나 뭐라나~”
“헐- 진짜?”
“나쁜사람…”
“내가 어렸을때부터 얼마나 잘해줬는데.”
“잘 해줬다고?”
“..잘 해준 게 그 잘 해준게 아니라..~“
”쓰읍.“
”조심해라 임여주.”
“ㅋㅋㅋㅋ…”
연준은 여주가 충격 받을까봐 거짓말을 했다.
“그게 그렇게 궁금했어?”
“어. 진짜 많이.“
”또 궁금한 건?“
”음….“
”아 이거는 궁금한 건 아니고..“
”저번에 있었던 일인데.“
”뭐?“
”윤아진이… 나한테 사과를… 했어.“
”진짜?“
”응… 교실에서 무릎 꿇고 미안하다고 그랬어.“
”그래서?“
”받아줬지…“
”그냥 윤아진이 내 앞에서 그러는데..
마음이 안 좋더라고.“
”…잘 됐네.“
”너한테도 사과 하라고 했어.“
”그래서 사과 받았냐고 물어보려고 했지.“
”아직 안 왔는데.“
”…오늘 학교 안 와서 그런가..“
”내일 오면 하겠지?“
연준은 갑자기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입을 열었다.
”임여주.”
“어?”
“미안해.”
“어..?”
“바빠서 너랑 같이 있어주지도 못하고.”
“남친이 남친 노릇도 못하네.”
“..야..! 무슨 그런 말을 해.”
“남친이 남친 노릇 할 게 뭐가 있어.”
“그냥 이렇게… 어쩌다 한 번 밥 같이 먹는것도 난 좋은데..”
“ㅋㅎ..”
“내가 널 하루이틀 봐?”
“너는 서운하면 딱 보여.”
“요즘 나랑 같이 있는 시간 적어져서 서운하잖아.”
“그…그건…”
“그건 맞아..!!”
“그럴 수 밖에 없잖아..”
“우리는 진짜 거의 가족같이 매일 24시간 붙어있는 게 일상이었는데.”
“갑자기 한 시간 같이 있기도 어렵고..”
“내 앞에는 너가 아니라 이시연만 보이고…!”
“많이 서운했네.”
“걱정하지 마.”
“대회 끝나면 너한테만 꼭 달라붙어 있을거야.”
“치…”
“거짓말이기만 해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