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그 날 여주는 복통이 심해 결석을 했다.
하지만 연준은 배구 연습으로 인해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드르륵-
연준은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여주를 찾았다.
그런데 교실 전체를 둘러보아도 여주가 없자, 연준은 시연에게 다가가 물었다.
“야 이시연 임여주는?”
“여주 오늘 아파서 못 오잖아.”
“어?!”
“남친이면서, 그것도 몰랐냐?”
연준은 황급히 핸드폰을 열어 카톡을 확인 해 보았다.

연준은 여주에게서 온 카톡을 보고 심란한 표정이었다.
“아,씨…”
“괜히 미안하게..”
”야 연습때문에 바빠도 여주 연락은 좀 봐.“
”나도 보고싶거든?“
”그럴 틈도 안나는데 뭐 어떡해.“
”여주 요즘 그거때문에 엄청 서운해하는 거 아냐?“
“계속 나한테 와서 찡찡대잖아.
최연준이 연락 안본다고.”
“그건 어제 화해했어.”
“참나.”
그렇게 연준과 시연은 여주 없는 하루를 보내는 중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연준과 시연, 그리고 정혁은 셋이서 급식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연준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기.”
연준은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윤아진이었다.
“뭐야?”
“할 말 있는데.
잠깐 나 좀 봐.”
”빨리 말 해.“
“나 빨리 밥 먹고 연습 가야돼.”
아진은 우물쭈물하다 입을 열었다.
“미안해.”
연준은 뜻밖의 말에 아진을 쳐다보았다.
“뭐?”
“여주 괴롭힌거… 미안해.”
“그거 때문에 너도 많이 힘들었고 스트레스 받았던 거.
사과하고 싶어.”
“….”
“여주한테도 사과 했다며?”
“..어.”
“어떻게 알았어?”
“여주가 말 해줬으니까.”
“아..”
“아무튼.. 여주랑은 잘 풀었어.”
“내 사과 받아줘서.”
“나도 받아줘야돼?”
“어?”
“네 사과,
나도 꼭 받아줘야 되냐고.”
”난 아직 너한테 안 풀린 게 많아서.“
”아니, 꼭 안 받아줘도 돼.“
”그럼 안 받아줄래.“
”용기내서 사과해준 건 고마운데.”
“미안하지만 난 왠지 썩 불편하네.
니가 지금까지 해 온게 있어서 그런지.“
”…..“
아진은 연준의 말에 아무 말 못했다.
”여주는 착하니까 받아줬는지는 몰라도.“
”나는 별로 안 받아주고 싶다. 미안.“
“괜찮아.”
”근데 너, 사과 했다고 다 끝났다 생각하지 말고
평생 여주한테 미안해하면서 살아.“
”니가 한 말이 누군가한테는 오랫동안 빼지 못하는 화살이야.“
”죽을때까지 반성하면서 지내.“
”여주한테는 되도록 친한 척 하지 말고.“
”…미안.“
”여주는 아직 너때문에 아파. 예전보단 나아졌지만.“
”하..ㅎ“
”이런 말 해봤자 너한테도 잔소리로 들릴거고 나한테도 좋을 거 없겠다.“
”갈게.“
”자, 잠깐만.“
아진은 가려는 연준의 팔을 잡았다.
”마지막으로 이 말은 꼭 하고 싶어.“
”뭔데.“
”진짜 좋아했어. 많이.“
”뭐?“
”나 사실 전학오기 전부터 너 좋아했어.“
”우연히 버스타면서 봤어 옛날에.“
”그 때 처음으로 본건데 첫 눈에 반했고.“
”전학와보니까 니가 이 학교에 다닌다는거 알고 진짜… 행복했어.“
“근데… 나보다 더 예쁜 여친이 있었대서..”
“난 그거에 질투가 났던 것 같아.”
“그래서 여주한테 접근해서 너랑 친해지려고 했어.”
“눈치 챘겠지만 배구부도 너 때문에 들어간거야. 물론 지금은 나갔지만.“
”결론이 뭔데 그래서.“
”결론….“
”….행복한 연애 해.“
아진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여주 진짜 좋은 애인 것 같아.“
”그런 애 없는 거 알지?“
그렇지만 애써 웃어보였다.
좋아하는 사람을 보는 마지막 순간에 울고 있으면, 그사람의 기억속에는 그저 울고있던 아이로 남을테니까.
”그니까… 너네 헤어지지 말고, 꼭 잘 사귀어.“
”오래 가. 진심이야.“
”좋아하는 사람이 행복하게 연애한다는데. 굳이 나같은 애랑 사귀게 할 필요는 없으니까..“
“너답지 않게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ㅎㅎ…처음으로 걱정해주네.”
“기분 좋다.”
“무슨 일 있냐고.”
“나 자퇴해 연준아.”
“뭐라고?”
“오늘이 마지막이야.”
“왜 하는데 자퇴를?”
“부모님이랑 싸웠어.”
“아예 연도 끊었어.”
“그래서 그냥 자퇴하고 검정고시 보려고.”
“야, 너 뭐 자퇴가 어린애들 장난이야?”
“이런 건 신중하게 고민 해야되는 문제잖아.”
“학교 다녀서 뭐해.”
“내가 뭐 공부를 잘해?ㅋㅋ”
“학교 다닐 맛이 안 난다..”
“그래도 졸업장은 받아야지.”
“치, 이제와서 걱정해주면 뭐가 되냐?”
“너 연습 가야된다며.”
“얼른 가.”
“야 윤아진..”
“ㅎ..그래도 마지막 순간에는 너랑 있어서 좋네.”
“아무튼 내 결론은 그거야!”
“진짜 좋아했다고, 근데. 여주랑 오래 가라고.”
아진의 눈에는 눈물이 한 두방울씩 떨어졌다.
”야 윤아진.“
”그거 아냐?“
아진은 연준을 쳐다보았다.
”너도 좋은 애야.“
”….“
”그니까 행복해라 이제.“
아진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울었다. 하염없이.
”진심이야. 이제 남한테 피해주지 말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너가.“
“그리고 심한 말 한것도 미안했어.”
”….고마워..“
”잘 지내 윤아진.“
”너도, 최연준.“
연준은 그렇게 아진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마음이 심란했다.
그 시각, 여주
그런데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누구세요??”
여주의 말에 아무 말이 없자 여주는 아무 의심없이 현관문을 열었다.
그런데 검은 모자를 쓴 누군가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누구세요…?”
여주는 두려움에 뒷걸음질 쳤다.
그 순간, 그 남성은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올리는데, 얼굴이 조금 보였다.

“최연준…??”
“야 너는 누군지도 모르고 함부로 막 문을 열어주냐?”
“말도 없이 뭐야…”
“나 지금 쌩얼이라고-”
연준은 여주한테 폭 안겼다.
“임여주..보고싶었어.”
“깜짝 놀랬잖아..”
“ㅎㅎ”
“아직 많이 아파?”
“지금은 괜찮아.”
“다행이네.”
“근데 빈손이야?”
“응?”
“이번엔 저번처럼 쿠키 안 만들어주네?”
“야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