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일기 >

Ep. 2 널 쫒아낼 가장 좋은 방법




20XX년 8월 XX일.





“ … “

” 여기는 4분의.. ”


이 상황이 진짜인가, 내가 같은 고2한테 수학 과외를 받고 있다니 그것도 재수 하나 없는 강태현에게

이미 스크래치 날대로 스크래치 나버린 내 자존심은 절대 이 수업을 받아드릴 수 없었다.

얼른 이 자식을 쫒아내버려야 하는데.. 어떻게


그때,

탁,


“ 아..! ”

“ 집중 좀 하지? 아까부터 낙서만 하고 있잖아 ”

“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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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한테 늘 지는 게 억울한 것 같았는데 이렇게 보면 억울해 할 필요가 없어보인다? “

” .. 허 “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 알지? “

” … “

” 내 공부법도 알아보라고. 이 기회로 ”


수학 하나 때문에 나보다 등수도 낮은 저딴 놈한테 내가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한다니. 진짜 내 인생 통틀어 지금 제대로된 수치를 경험하고 있는 듯 했다.

결국 난,


“ 너 나가. ”

“ 뭐? ”

“ 우리 집에서 나가라고. 당장 ”

“ … ”

“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라고!! ”


소리쳤다. 내 부서진 자존심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리고 정말 꼴도 보기 싫었다. 재수도 없이 자꾸만 날 가르치려 드는 태도가 참으로 꼴보기 싫었다.

내가 이리 소리친 것은 처음이니 쟤도 좀 놀랐겠지 싶었다. 그러나 강태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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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그러지 뭐 “

"..!! "

” 아까 너 문제집에 숙제 표시해놨으니까. 꼭 풀어 “

” … “


강태현은 그대로 자신의 가방을 챙겨 내 방을 나갔고 난 어이가 없었다. 아니 황당하다고 해야할까

저런 사람은 내 인생 만나본 적이 없었다. 저렇게 내 신경을 잘 긁는 사람도, 그로 인한 내 신경질에 저렇게 태연한 사람도

진짜 저런 사람을 보고 또라이라고 하는 것 아닐까


그날 밤,


“ .. 대체 그 자식을 어떻게 쫒아내냐 ”


좀처럼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드라마에선 보통 어떻게 하더라..


그때,

똑똑,


“ 여주야 혹시 들어가도 될까~? ”

“ .. 네 ”


그 ’여자‘다. 또 뭔 말을 하려고 내 방까지 들어오려하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요새 왜 이렇게 날 스트레스 받게 하는 것들이 이리도 많은지..


“ 내일 저녁약속은 한식으로 하는 게 어떻냐고 하셔서 말이야 ”

” 아.. 네 알겠다고 전해주세요 “


언제는 뭐 내가 정할 수 있게 해줬나..

하지만 내가 알아야하는 건 이게 아니었다.


” 근데 이번엔 나도 같이 먹자고 하셨어~ “

“ .. 네? ”

“ 내일 저녁약속은 나도 같이.. ”


그 자리에 이 여자가 왜 끼는데, 그날은 딱 한 번 가족 행사처럼 나와 엄마, 그리고 아빠까지 우리 가족 셋이서 외식을 하는 저녁 약속이다. 근데 그 자리에..


“ .. 대체 왜 “

“ 여주야.. 이제 그만 나도.. “


탁,


“ 건들지마. “

“ ㅇ..여주야.. ”

“ 당신은 우리 엄마 대체품에 지나치지 않아. 당신이 이 집에 들어온 그날부터 이 집에서 나갈 그때까지 ”

“ … ”

“ 감히.. 대체품이.. 아빠 장난감 같은 게..!! 어딜!!! ”

“ … “


그때,

덜컥,


“ 김여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어?! “

“ ..!! ”

“ ㅇ..여보 ”


결국 또 다시 난 맞았다. 두 종아리가 터지기 직전까지 맞았다. 만약 내 성적이 오늘 나왔더라면 아마 죽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난 집을 나왔다. 물론 가출은 아니고 정말 잠깐 나왔다. 종아리가 너무 쓰라려 잘 걸을 수 없었지만 그 숨 막히는 집안에서 답답하게 잠드는 것보단 조금이라도 트이는 이곳에서 밤을 새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익숙하게 편의점에서 약을 사 종아리에 발랐다. 흐르는 눈물을 좀처럼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고 난 혹시라도 누군가 볼까 얼굴을 가렸다.

그때,

투툭,


“ 미치겠네 진짜.. ”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에 들어가기 위해 일어나려는데,

콰당,


“ 아..!! ”


종아리가 욱신거려 일어나는 것도 힘겨웠다. 결국 난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차라리 이 비를 맞고 홀딱 젖어서 저체온증이라도 왔으면 싶었다.

그때,

스윽,


“ 비 맞는 게 좋아? “

” .. 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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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지마. 감기 걸려 ”


왜 자꾸 내 단점들은, 약점들은 모조리 다 얘한테 들켜버리는지 모르겠다. 얘가 그냥 잘 발견하는 건지 아님 정말 우연인지


“ .. 꺼져 ”

“ 뭐? ”

“ 꺼지라고.. “

“ 흠.. ”

“ … ”


스윽,

털썩,


“ 뭐하는.. ”

“ .. 혼자 울면 뭐 덜 슬퍼? “

"..!! "

“ 일부러 오지랖 부리는 거니까. 마음껏 욕해라 ”

“ … ”

“ 너도 알다시피 난 너가 아무리 욕해도 안 듣잖아 ”

“ … ”

“ 아무말 안하고 이렇게 우산만 빌려줄테니까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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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너 하고싶은 거 해. ”

” … “


결국 난 밤새 그 아이 옆에서 펑펑 울었다.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오늘 이후로 다시는 울지 못하게 내 안에 있는 모든 눈물을 빼내었다.

강태현은 내가 울다 지쳐 잠들기전까지 쭉 옆에 앉아 우산을 빌려주었고 아침까지 쭉 그러고 앉아있었다.

다음날 강태현보다 먼저 눈을 뜬 난 강태현을 의자 옆에 기대게 한 후 조용히 그 자리를 나왔다.

그리고 난 떠올려냈다. 널 쫒아낼 아주 좋은 방법을


그날 과외시간,


“ 자.. 여기 10에다가.. ”

“ .. 강태현 ”

“ ? 왜 이해 안 가는 거 있어? ”

“ 너 말이야.. ”

“..?”

“ 나 좀 좋아해봐. ”


니가 날 좋아하게 만든 후 나쁘게 차버려서 다시는 날 상종하기 싫게 만들어버릴 것이다. 내 약점도 모두 잊게 만들어버린 후 말이다.

그렇게 이날부터 강태현 꼬시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