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또 다른 8월의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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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만 좀 해라 “
” 싫어. 말했잖아, 나 좀 좋아해보라고 “
” .. 하 “
강태현 꼬시기 프로젝트 일주일 째. 일주일 간 큰 진전은 없었다. 사실 작은 진전도 없었다. 얘는 무슨 얘가 이렇게 돌 같냐?
나름 책도 보고 드라마도 보면서 유혹이라는 것에 대해 공부해보았는데
“ 오늘은 내가 특별히 간식도 너가 좋아하는 걸로 준비할거야 ”
일부러 간식도 주변 아이들에게 조사를 마친 후 강태현 취향으로 준비하였다. 강태현은 딸기를 아주 좋아한다고 한다. 아무튼 그렇다고
“ 너가 안 좋아할 수가 없..ㅇ ”

“ .. 오늘은 나 너 과외 못 가 “
” 뭐?! 진짜?!! “
” 왜 좋아하는 것 같냐? ”
어떻게 안 좋아하겠니..?!!
“ 에이.. 설마! 아무튼 왜? ”
“ .. 가정사. 집에 일이 좀 생겨서 “
“ 아..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
그래, 당연히 하루 정도는 못 올 수 있다. 이게 왠 횡재인가. 이보다 더 기쁠 수는 없다. 오랜만에 집에 가서 홀로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음에 난 당장이라도 춤출 듯 기뻐했다.
자유다.. 프리덤..
하교 시간,
“ .. 강태현 먼저 갔나 ”
늘 나보다 늦게 나왔던 것 같은데 오늘은 안 보인다. 집에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건가..? 아까 표정이 안 좋기는 했는데
에이, 괜히 쓸데 없는 걱정 하지 말자.
그렇게 난 혼자서 집으로 향했다.
” 여기에.. 4를 대입해서 “
과외를 한 지 얼마나 됐다고 홀로 수학을 하니 괜히 어색했다. 강태현이랑 할 때도 크게 떠들면서 하지는 않는데..
물론 집중은 훨씬 잘 되었다. 그래도 괜히 하교 시간에 보이지 않았던 강태현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가정사라 이야기하던 표정이 절대로 좋은 일 같아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게 다행일 것 같은 그런 표정이었다.
그때,
똑똑,
” 누구세요? “
” 여주야 과외쌤 오셨어 “
"..?!! "
끼익,
“ 오늘 못 온다..ㅁ “
” 네? “
” 아.. 국어쌤이셨구나 “
나도 모르게 실망했다. 왜 실망감이 드는지는 몰라도 확실히 실망스러웠다.
” 여주가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나봐요 “
” ㄱ..기다리다뇨..?!! “
괜히 찔렸다. 진짜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서. 그게 꼭 마치 강태현 같아서
그렇게 국어 수업을 받는 내내 아까 내 반응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창피했기 때문이다.
절대 착각해서는 안된다. 내가 강태현을 꼬시는 이유는 그 놈을 쫒아내기 위해서라는 것을, 절대로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날 밤,
“ ㅋㅋㅋㅋ 진짜 웃기네 “
홀로 웹툰을 보며 간만에 쉬고 있었다. 사실 좀 있다가 다시 공부할 거긴 하지만..
괜히 공부할 마음도 나지 않았다. 농땡이 피우고 싶고 지루한 느낌..?
그때,
똑똑,
“ ..? 누구세요? ”
“ 어, 여주야 그 혹시 편의점 가서 참기름 좀 사와줄 수 있을까? ”
“ 아..네 “
그날 이후로 좀 더 조심스러워졌다. 아니 멀어졌다고 하는게 맞겠지. 함부로 내 바운더리 안에 들어왔으니 난 그만큼 더 밀어내었다.
절대로 저 여자는 들어올 수 없는 나의 바운더리가 있다. 그저 지금은 아빠에게 맞지 않기 위해 쇼를 하고 있달까
그렇게 난 모자를 눌러쓰고 저번에 갔던 그 편의점으로 향했다. 가서 내 초콜릿도 사와야지
-
” 네 5600원입니다. “
뭔 놈의 참기름이 4000원씩이나 하는지.. 아니 기름 값이 오르는 게 휘발유 뿐만이 아니라 참기름도 포함된 이야기였다.
내 초콜릿의 2배 이상의 가격에 참 놀랐다. 고작 250ml밖에 안 들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투덜대며 편의점을 나왔고 집으로 가려는데,
스윽,
” ..?!! 설마.. “
탁,
“ 강태현? ”

“ 김여주..? ”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딸기향에 난 앉아있는 사람이 강태현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여기는 무슨 만남의 광장인가
“ 너 왜 여기있어? ”
“ .. 그게 ”
“..?”
“ 그냥. 딴 생각하면서 걷다보니 여기였어 ”
“ 아.. ”
“ 그러는 넌? ”
“ 난 심부름. ”
“ 아.. “
” .. 있잖아. “
"..?"
아무리 생각해도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그냥 호기심인가 싶은데 내가 막 남의 가정사를 호기심에, 못 참아서 물어보는 성격은 또 아니다.
그냥 새로운 사람에 대한 관심이라고 하겠다. 아무튼 난 매우 궁금하다. 오늘 과외를 못 왔는지
“ .. 진짜 남 가정사 막 묻고 그런 성격도 아니고 오히려 그냥 남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않는데 ”
“ … ”
“ 오늘.. 과외 못 온 이유, 그거 말해줄 수 있나해서.. ”
“ … ”
역시.. 말해줄 수 없는건가..?
” 아니 뭐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 안해도.. “
“ .. 아버지가 많이 아프셔서. 병간호 때문에 ”
“ 아.. ”
“ 내가 널 과외하는 이유도 이거거든. 병원비 좀 보태려고, 과외 페이가 세더라 ”
“ … ”
돈이 생기면 내 과외를 안 해도 된다는 말인가? 하긴. 나보다 수학은 성적도 높을대로 높은데
“ 그럼 돈이 생기면.. ”
“..?”
“ 너가 만족할 정도로 돈이 생기면, 그렇게 되면 내 과외 그만둬도 되겠네? ”
“ .. 뭐 ”
“ … ”
그때,
“ 너 나 꼬시는 거, 내쫒으려고 하는거잖아. 과외에서 “
"..?!! "

” 다 보이거든? 수 쓰고 있는거 “
들켰다. 아니 이렇게 빨리? 대체 어떻게 눈치를 챈건지 내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이래서 눈치 빠른 놈들은 싫다.
“ㅇ.. 어쩌라고?! ”
“ 내가 죽어도 너 좋을대로는 못해주지. “
“ ..? “
“ 아무리 돈이 생겨도, 그만 둘 이유가 충분해도 ”
“ … ”

“ 절대 안 그만둘거다. 알았냐? ”
“ 허.. 너 진짜 재수 없어 “
” 알아. 너도 없어 “
” 뭐?! “
” 그러니까 끼리끼리 잘해보자. 앞으로, 졸업할때까지, 쭉 ”
“ 으으.. 강태현!!! 진짜!!! ”
결국 내 강태현 꼬시기 프로젝트는 비밀이 아닌 공개가 되어버렸고 이렇게 된거 아주 제대로 들이댈 것이다.
니가 날 너무 좋아해서 그만 둘 수 밖에 없도록
아주 제대로 꼬셔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