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일기 >

Ep. 5 달콤한 그 소리와 함께




20XX. 9월. XX일




” 뭐? “

” 너 강태현이랑 사귀는 사이냐고. ”

“ 허.. ”



아침 댓바람부터 체육관으로 끌려와 정신에 좋지 못한 소리를 듣고 있다. 요새 왜 이렇게 나를 덮치는 일이 많은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까 전,

드르륵,



“..?”



왠 여자애들 무리가 내 앞으로 와 날 둘러섰다. 뭐지 이 상황은..? 



“ 너가 김여주지? 전교 1등하는 애 “

“ 아.. 어 ”

“ 그리고 얼마 전에 태현이한테 욕한 애도 너 맞지? “

” 어..? 아 어 “



아니진 않으니까. 그나저나 얘네는 대체 뭐하는 애들이야..? 강태현 팬클럽도 있었어..?



“ 너 잠깐 따라와. ”

“ 내가 왜..? ”

“ 따라오라면 와. ”

“..?”


현재,


“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내가 걔를 왜 좋아하냐 ”



이런 정신 해로울 소리 들을 줄 알았으면 따라오지 말 걸 그랬다. 호기심 하나로 왔는데 이게 뭔 별꼴이래..



“ 그럼 왜 자꾸 간식 가져다주고 말 걸고 하는건데? ”

“ 너네가 오해를 하고 있는게 있는데 그건 걔를 아주 싫어해서 하는 행..ㄷ ”


탁,


“ 아..! ”

“ 우리가 말 하는게 우스워? 넌 늘 네가 하는 말 아니면 다 같잖지? ”

“ 뭐..? ”

“ 그니까 똑바로 말해. 강태현한테 꼬리치는 이유가 뭔지 ”

“ .. 하 ”


생기부를 위해 최대한 조용히,가만히 공부만 하며 지냈는데 이것들이 자꾸만 내 속을 긁었다. 좋아하면 닮는다는데 내 속 긁는 건 강태현한테 배웠나

결국, 난 제대로 말문이 터져버렸다.



” 야. “

” 뭐? 너 지금 뭐라..ㄱ “

” 막상 강태현 앞에서는 인사 하나 못하던 것들이 아침부터 끌고 와서 이러네. 웃겨서 죽을 것 같아 아주 “

” 허.. 이게 “

” 인사 하나도 못할 정도로 용기가 없으면 진지하게 좋아하는 걸 그만두는 게 어때 “

“ 뭐? ”

“ 아니 내 말을 들어봐••• ”



그 뒤로도 난 그 아이들을 말로 조졌고 흔한 만화 악당의 후퇴처럼 나중에 보자는 쓸데없는 말만 남발하며 그 아이들은 사라졌다. 미쳤나, 내가 니들을 다시 만날 것 같아?

이제부터 니들은 내 블랙리스트다.

아침부터 강태현(?) 때문에 기분을 망치고 말았다. 수학문제도 못 풀고 이게 뭐야;;

원래도 미웠던 강태현이 더 미워졌다.

그날 과외시간,



“ 여기 함수는.. ”

“ .. 너 되게 재수 없어. ”

“ 뭐야. 또 뭔데 ”

“ 내가 오늘 너 때문에 아침부터 기분이 아주 더러웠거든. ”

“ 나? ”

“ 응. 아주 잘나신 강태현, 너님 때문에 ”

“ 내가 뭘 어쨌는데 ”

“ 너 뭐 팬클럽 그런 거 있냐? ”

“ 팬클럽..? 모르겠는데 “



이건 강태현이 바보 같이 모르는 걸까, 아님 걔네들이 정말 최소한의 존재감도 없는걸까.



” 아침부터 무슨 여자애들 다섯 명이 날 체육관으로 데려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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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렸어..? ”

” 아니. 그냥 너랑 사귀는 사이냐고 먼저 묻던데 “

” 어..? “

” 너랑 사귀는 사이냐고. 왜 자꾸 간식 가져다주냐고 “

” .. 넌 뭐라고 했는데? “

” 뭐라고 하긴. 당연히 아니라고 했지 “

” .. 그래. 안 맞았음 됐어 “



강태현의 목소리에서 아쉬움이 묻어나는 것 같은 건 내 기분탓일까? 뭐야 사실은 이미 넘어온 거 아니야?! 이렇게나 빨리..?!



“ 아무튼 걔네보고 나 좀 괴롭히지 말라고 해 ”

“ 누군지 모른다니까 ”

“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말하라고. 아무 사이 아니라고 ”

“ .. 알았어. “



그때,

똑똑,



” 여주야 들어가도 되니? “

” 아.. 네. 들어오세요 “



끼익,



” 이거 간식 방금 친한 분이 주고 가셨는데 먹어볼래? “

” 아.. “



먹기 싫었다. 저 사람이 싫으니 그 주변 사람도 싫어져서 그냥 아무것도 받기 싫었다. 아 근데 지금은 강태현도 있는데..


“ .. 주세요. ”

“ 어 그래그래! ”

“ … ”



그렇게 그 여자는 간식을 내려놓고 내 방을 나갔고 난 자연스럽게 강태현 쪽으로 간식을 밀었다.



” 뭐야. 안 먹어? “

“ 응. 주는 사람이 싫어서 안 먹어 ”

“ 왜? 어머니랑 싸운거야? ”

“ .. 새엄마야. 우리 엄마는 일찍 돌아가셨어 “

” 아.. “

” 그냥 드라마에 나오는 흔한 재혼가정의 모습이야. 아빠는 무심하고 새엄마는 딸에게 잘해주려 안달이고 딸은 그런 새엄마가 늘 못마땅하고 “

” .. 흠 “

” 너 다 먹어. 난 진짜 괜찮아 “



사실은 먹고 싶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찹쌀떡이었기 때문이다. 하.. 아냐. 그래도 왠지 먹기 꺼려진다.

그때,

푹,

스윽,



” 뭐해..? “



강태현은 포크를 들어 초콜릿 찹쌀떡 하나를 찔러 내 입에 들이밀었다. 뭐지..?



” 이러면 너희 새어머니가 아니라 내가 주는 게 되잖아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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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전에 비해서는 좀 먹을만 해지지 않나해서.. “

“ .. 푸흐, 너 진짜 ”



왠지 모르게 나를 생각해준 느낌이라 하나는 먹어줘야지 싶었다. 그렇게 포크에 찔려진 찹쌀떡을 한 입 베어물었고 생각보다 훨씬 맛있어 놀랐다.

하나를 다 먹은 후, 한 개 더 먹고 싶어 괜히 눈치를 보았다. 이렇게 다 먹으면 아까 밀어낸 게 뭐가 돼..

그때,

푸욱,

스윽,



” 자, 또 먹어. “

” 에이.. 아냐. 안 먹을래 “

“ 먹어. 나 딸기맛 좋아하는 거 알잖아 ”



마침 딱 가져다준 찹쌀떡 중 딸기맛은 없었다. 즉 강태현이 좋아하고 먹을 맛이 없었다는 거지. 아니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그런 식으로 강태현이 계속 찔러줘서 결국 찹쌀떡은 내가 다 먹었고 강태현은 그런 내가 뭐가 웃긴건지 자꾸 보면서 헤실댔다. 기분 나쁘네 왜 웃어?!


“ 왜 웃냐. 죽을래? ”

“ 아니 너무 맛있게 먹어서 ”

“ 허.. 그건 변명이야. 넌 그냥 내가 웃긴거라고 ”

“ 맞아. 너 진짜 웃겨 ”

“ 뭐?! ”



그때,

스윽,



“ ..!! “



강태현은 옆에 있던 티슈로 내 볼을 닦아줬고 갑작스러운 스킨쉽에 놀라 자빠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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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가루 다 묻히고 먹는게 얼마나 바보 같이 웃긴지 알아? ”

” ㅇ..아니 그럼 닦으라고 말 해주면 되는 걸.. “

” .. 그렇네? ”

“ .. 너 진짜 바보구나..? ”


강태현 얘는 어떨때보면 진짜 바보 같다. 아니 어쩌면 진짜 바보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찹쌀떡 때문이지는 몰라도 왠지 모르게 달달함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아주 조금은 강태현 때문이었을지도.